4장. 성사의 의미와 구조 — 하느님이 마련하신 ‘은총의 길’
성사가 무엇이며, 왜 하느님의 은총을 전해주는 ‘표징’인지 이해합니다.
교회 교리서(CCC 1113~1130 등)와 전례 전통을 통해 ‘일곱 성사(칠성사)’의 구조를 개괄적으로 살펴봅니다.
성사가 우리의 신앙생활과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깨닫습니다.
전례 생활 안에서 성사를 받는 실질적 태도와 자세를 익힙니다.
“가톨릭교회는 보이지 않는 은총을 보이는 표징으로 우리에게 베푸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성사(聖事)를 가리키는 핵심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CCC 1113~1130)는 성사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을, 감각적 표징을 통해 실제로 전달하는 거룩한 예식”으로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단순히 이론이나 정신적 깨달음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은총(恩寵, grace)을 구체적인 형태(물·빵·포도주·기름·안수 등)를 통해 전달하시길 원하십니다. 그 길이 바로 ‘성사’입니다.
이 장에서는 일곱 성사(칠성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교회가 이 성사들을 왜 소중히 여기며 하나씩 거행하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성사를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은총 안에서 새로워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가톨릭 교회는 성사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보이는 표징으로 우리에게 전해주는 통로”라고 가르칩니다(CCC 1131). 여기서 ‘표징’(sign)이란 우리의 오감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소(물·빵·포도주·안수 등)를 뜻합니다. 교회는 이 표징 안에 하느님의 능력과 은총이 담겨, 실제로 우리에게 구원과 생명을 베푼다고 믿습니다.
(a)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성사’
성사가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하는 표징”이라고 한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 은총이 가장 충만하게 드러난 분이십니다. 교회는 예수님을 “근원적·본질적 성사(Primordial Sacrament)”라고 부르며,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사랑과 구원을 가장 분명히 보이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 자신이 인간이 되셨고(요한 1,14), 그분이 보여 주신 말씀과 치유,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은총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성령께서는 각 성사가 집전되는 순간에 효과적인 은총을 내리십니다(CCC 1127~1128). 교회는 이 성사를 공적 예식으로 거행하며, 우리 신앙 공동체가 함께 “하느님 은총을 받고, 서로가 한 몸임”을 체험한다고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성령과 교회의 긴밀한 협력이 성사를 통해 드러나고, 이것이 곧 가톨릭 신앙생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에페 1,23 참조)으로 세상에 남아 있음을 선언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구원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이어 가는 통로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라고 불리며, “예수님의 구원 활동을 시대와 장소 속에서 계속 펼치는 보이는 표징”으로 이해됩니다(CCC 775~776 참조). 이 교회 안에서 우리는 성령과 함께 성사를 거행하며, 예수님의 구원 사건이 ‘지금 여기’서 계속 살아 있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입문성사(세례, 견진, 성체), 치유성사(고해, 병자),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혼인, 성품)로 일곱 성사를 구분합니다(CCC 1113).
입문성사: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 신앙인이 되기 위한 “입문(入門)”에 해당하며, 교회 공동체의 정식 일원이 되는 출발점
치유성사: 고해성사, 병자성사
└ 죄를 용서받고(고해성사), 육체적·영적 고통을 위로·치유(병자성사) 받는 은총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 혼인성사, 성품성사
└ 가정(혼인)과 교계(성품)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돌보며 봉사하는 소명
앞으로의 장(5장~9장)에서 각각의 성사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지만, 여기서는 성사가 가진 공통 구조와 의미부터 이해하면 좋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수난·죽음·부활)은 2000년 전 과거 역사이지만, 성사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 “현재화”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CCC 1085). 예컨대 세례성사를 받을 때,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실제로 참여한다고 믿습니다(로마 6,3-4). 성체성사를 모실 때는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 희생의 구원이 지금 내게 임한다고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영적 존재이지만 육체·감각 세계에 속해 있음을 잘 아십니다. 그래서 물·빵·포도주·안수·기름 등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요소를 사용해 은총을 전달하십니다. 우리는 이 표징을 통해 “아, 지금 내가 하느님 은총 안에 들어가고 있구나!” 하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성사가 지닌 귀중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는 교회 공동체의 예식입니다. 개인이 혼자 “나 성사받겠다!”라고 선언할 수 없고, 교회가 승인하고 집전하는 공적 예식에 참여해야 합니다(CCC 1119). 이는 하느님 은총이 공동체와 함께 나누어지고, 서로 기쁨과 은총을 증언하는 장(場)이 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성사는 신앙생활의 중추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성사를 통해 받은 은총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펼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세례·견진을 받은 뒤에는 기도·봉사·성경 읽기를 통해 믿음이 자라야 하고, 고해성사로 죄 용서를 받은 뒤에는 주변 사람들과 사랑과 화해를 실천해야 합니다.
미사(성체성사)는 신앙인이 가장 자주 접하는 성사입니다. 단순한 습관으로 미사에 나가는 게 아니라, “오늘 성체를 통해 주님이 내 삶을 어떻게 이끄시는지”를 묻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고해성사 역시 정기적으로 받으면, 내 영혼을 돌아보고 죄와 허물을 씻는 유익한 기회가 됩니다.
일부 신자는 고해성사를 두려워하거나, 세례를 받는 과정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성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길”이며, 그 길로 들어설 때 우리는 하느님과 더 깊이 만날 수 있다고 교회는 강조합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보이는 표징으로 전해준다.”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드나요?
예수님의 구원 사건이 “지금 여기서 현재화된다.”는 개념이 내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교회 전례(미사, 성사)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감각적으로’ 체험한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봅시다.
세례, 성체, 고해성사 등 성사에 참여할 때 어떤 마음가짐과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성사는 가톨릭 신앙생활의 중심이며, 하느님 은총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흘러드는 통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이 단순히 과거 사실로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 여기’ 우리에게 실제로 적용된다는 점이 성사의 큰 특징입니다.
물·빵·기름·안수·혼인 서약 등 눈에 보이는 표징 안에 성령의 힘이 깃들어, 우리가 그리스도를 더 깊이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룰 세례·견진·성체 같은 입문성사, 그리고 고해·병자성사, 혼인·성품성사 등을 통해, 우리가 은총을 어떻게 체험하고 풍성히 누릴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성사는 일곱 가지로만 한정되는가요?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입문성사(세례·견진·성체), 치유성사(고해·병자), 봉사성사(혼인·성품) 등 일곱 가지를 공식 성사로 인정합니다(CCC 1113). 그 외 예식(축성, 축복 등)은 주로 준성사 범주에 들어갑니다.
준성사(準聖事)란 무엇인가요? 준성사(準聖事)는 교회가 거행하는 다양한 축성(Consecratio), 축복(Benedictio), 구마(Exorcismus)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수(聖水), 십자고상, 묵주, 성패 같은 성물들을 축복함은 준성사에 해당하며, 신자들이 이를 통해 신앙을 실천하고 하느님의 보호를 기원할 수 있습니다. 이 예식들은 성사처럼 ‘하느님 은총을 반드시 전달하는 표징’은 아니지만, 성령의 활동을 청하고 교우들의 신앙심을 북돋울 수 있는 교회의 공식 기도·봉헌·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와 준성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성사는 예수님께서 직접 제정하셨거나(세례·성체 등), 그분의 이름으로 교회가 거행하며, 반드시 은총을 베푸는 효력을 지닌 예식입니다(CCC 1127 참조). 반면 준성사는 교회가 ‘축성·축복·구마 등’을 통해 은총을 청하고, 신앙심을 돕는 예식이지만, 성사처럼 ‘은총을 반드시 전달하는 보증’은 아니라고 가르칩니다(CCC 1667~1670). 그래도 준성사를 통해 신자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축복과 기도를 나누며, 일상에서 하느님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성사를 유효하게 거행하려면 누가 필요한가요? 성사를 유효하게 거행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집전자’(주교·사제·부제 또는 교회가 정한 사람)와, 적절한 표징·예식 양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세례는 ‘물로 씻는 예식’과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말씀이 필수입니다.
물, 기름, 빵·포도주 등 물질적 요소가 왜 사용되나요? 인간은 감각적 존재이기에, 하느님께서 ‘눈에 보이는 표징 안에서’ 은총을 구체적으로 베푸신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물로 씻고, 기름을 바르고, 빵·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과정을 통해 은총이 실제로 체험된다고 교회는 믿습니다.
가톨릭이 성사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지금 여기서 ‘현재화’하고, 우리에게 은총을 내리며, 공동체 안에서 ‘한 몸’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곧 ‘하느님께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성사를 모르거나 못 받아서 구원 못 받는 건가요? 가톨릭은 “하느님 은총의 범위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 무한히 넓다.”라고 가르칩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등). 그러나 성사는 우리가 구원과 은총을 ‘확실하고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길이므로, 신앙인은 이 은총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처럼 성사는 교회의 전례와 신앙생활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예비신자 여러분이 앞으로 배우게 될 세례·견진·성체 등의 각 성사는, 우리가 하느님께 더 깊이 들어가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더욱 실감나게 체험하도록 마련된 ‘은총의 문’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