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세례성사 — 물로 거듭나는 새 삶
세례성사가 무엇이며, 왜 입문성사의 첫 단계가 되는지 이해합니다.
세례성사의 성경적 뿌리와 교회 교리(CCC 1213~1284 등)를 통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깨닫습니다.
세례를 통해 얻는 은총(원죄 사함, 하느님 자녀 됨, 교회 공동체 편입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전례 생활 안에서 세례성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받은 뒤 어떤 변화와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익힙니다.
“너희는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관문인 세례성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세례성사를 입문성사의 시작이자, 예비신자가 정식으로 교회 공동체에 편입되는 은총의 관문이라고 강조합니다(CCC 1213).
이 장에서는 세례가 지닌 성경적·교리적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세례를 받을 때 우리에게 어떤 영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세례성사를 준비하고 받은 뒤, 신앙인이 어떻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물이 생명을 주고, 죄와 악을 씻는다.”는 상징은 구약성경 전반에 깃들어 있습니다.
노아의 홍수: 물이 죄악을 씻어내고, 새 세상을 여는 표징이 됩니다(창세 6~9장).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는 장면: 노예상태(죄)를 벗어나 자유(구원)로 나아가는 표징이 됩니다(탈출 14장).
세례자 요한은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고(마르코 1,4), 예수님도 직접 요르단 강에서 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마르코 1,9).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오는 장면은 “새로운 구원 시대”를 알리는 표징입니다(마르코 1,10-11).
예수님은 니코데모에게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가 베푸는 세례성사의 직접적 토대라고 할 수 있으며, 세례가 영혼의 새 탄생을 의미한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CCC 1213~1216)는 세례성사를 “그리스도인의 삶을 시작하는 문”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원죄와 본죄가 사(赦:용서)해지고, 교회 공동체에 정식 편입되며,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은총을 받는 예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세례 예식에서 가장 중요한 표징은 ‘물’과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말입니다(마태 28,19).
물: 죄를 씻고 새 생명을 주는 상징입니다.
삼위일체: 세례를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고 교회는 믿습니다.
세례는 인간이 타고난 원죄를 씻고, 개인이 범한 본죄 역시 용서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CCC 1263). 또한, 세례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교회 공동체의 한 지체가 됩니다(CCC 1265~1270).
세례는 구원의 ‘표징’이자, 성령이 내 안에 오시는 결정적 계기라고 교회는 강조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고, 그분과 함께 부활한다.”(로마 6,3-4)는 말씀처럼, 세례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실제로 동참하게 됩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우리는 교회 공동체의 정식 식구(食口)가 됩니다. 견진성사·성체성사 같은 다른 성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먼저 세례가 있어야 가능해집니다(CCC 1212). 세례성사는 신앙생활 전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뒤에는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하느님과 교회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세례인은 기도·성경 묵상·봉사·교회 활동 등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소명을 실천하게 됩니다(마태 5,13-16 참조).
가톨릭 교회는 세례를 베풀기 전에 일정 기간 예비신자 교리를 통해 신앙의 기초와 전례 생활을 가르칩니다(CCC 1229~1232). 이는 세례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성숙한 믿음과 이해가 함께해야 온전한 효과를 낸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러므로 세례성사를 준비하는 이는 열망과 확고한 믿음과 교리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는 결심을 해야 합니다.
가톨릭 전통에서 세례는 원칙적으로 주교, 사제, 부제가 집전할 수 있습니다(CCC 1256). 그러나 긴급한 상황(죽을 위기에 놓인 경우 등)에서는, 그 누구라도(신자이거나 심지어 비신자라도) ‘물’과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말로 세례를 줄 수 있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모든 이를 구원으로 부르신다.”라는 진리를 실천하기 위한 교회의 배려이며, 사후에 교회가 이를 확인하고 기록합니다.
실제 세례 예식에서 교회의 지향과 양식에 따라 사제나 부제는 세례 받을 사람의 이마에 물(자연수)을 부으며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무)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합니다. 이 순간에 성령이 임하고, 새 생명의 은총이 주어진다고 교회는 믿습니다(CCC 1239~1240).
세례를 받은 뒤에도 신앙인은 계속 성장해야 합니다(CCC 1247~1249). 본당 공동체 안에서 교육, 주일미사, 교리·성경 모임,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세례 때 받은 성령의 은총이 더욱 깊이 뿌리내리도록 돕습니다.
세례가 “새로운 탄생”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드나요?
세례를 통해 원죄가 사해지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내 삶에서 어떻게 체감할 수 있을까요?
이미 세례를 받은 분이라면, 세례 이후 내 신앙과 삶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돌아봐도 좋습니다.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내가 세례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써보거나 서로 나눠 봅시다.
세례성사는 “물로 거듭나는 새 삶”이라는 말 그대로, 인간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완전히 새 출발을 하게 만드는 은혜로운 예식입니다.
구약의 물 상징, 예수님의 세례, 니코데모에게 하신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라”는 말씀, 그리고 교회 교리가 모두 말해 주는 핵심은 같습니다. 세례를 통해 죄가 씻기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교회 공동체의 정식 일원이 되고, 신앙생활의 시작점에 서게 됩니다. 이제부터 예수님의 제자로서 기도·봉사·사랑 실천을 통해 세상 안에 복음의 빛을 전하도록 부름 받습니다.
아기 때 받은 세례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다시 받아야 하나요? 가톨릭 교회는 “한 번 받은 세례는 영원하다”고 가르칩니다(CCC 1272). 아기 때 받았어도 성장 과정에서 교리·미사·봉사 등을 통해 그 은총을 의식적으로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긴급상황에서 일반 신자가 세례 줄 수 있나요? 교회는 ‘죽을 위기에 놓인 이에게 세례를 베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교·사제·부제가 아닌 일반 신자라도 세례를 줄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CCC 1284). 다만 이때도 ‘물’과 ‘삼위일체의 이름’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며, 교회가 사후에 이를 확인하고 기록합니다.
세례명은 무엇인가요? 가톨릭은 세례 때 성인의 이름을 본떠 ‘세례명’을 받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성인을 모범과 전구자로 삼는 의미이며, 세례 이후에도 성인의 덕행과 신앙을 본받도록 돕습니다.
개신교 세례도 인정되나요? 가톨릭은 ‘물’과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거행된 세례라면, 개신교나 다른 전통 교파에서 받았어도 ‘유효한 세례’로 인정합니다(에큐메니즘 차원). 그러나 개신교 교단마다 세례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톨릭으로 개종할 경우 세례의 유효성을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공회와 정교회의 세례는 가톨릭에서 인정되지만,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는 세례 형식이 다를 수 있어 조건부 세례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CCC 1271항 참조; 교회법 제869조 2항).
세례 후에 죄를 지으면 세례효과가 없어지나요? 세례를 받은 사람은 그리스도와 결합되며,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징(Indelible spiritual mark: 인호印號, 지워지지 않는)을 받습니다. 이 표징은 그리스도께 속한다는 표시이며, 어떤 죄도 이 표징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만, 죄는 세례가 가져오는 구원의 열매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CCC 1272). 그러므로 고해성사로 다시 은총 상태를 회복해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이렇듯 세례성사는 가톨릭 신앙생활의 첫 문이며, 하느님 자녀와 교회 지체로 거듭나는 귀중한 예식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견진성사(성령의 도유를 통한 신앙의 성숙)를 살펴보며, 입문성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아봅니다. 세례를 통해 거듭난 삶이 성령의 힘으로 더 풍성해지고, 세상을 향해 복음을 증언할 용기를 얻도록 함께 배워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