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견진성사 — 성령의 도유와 성숙한 신앙인
견진성사가 무엇이며, 입문성사 가운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합니다.
견진성사의 성경적·교리적 배경을 살펴보고, 성령의 도유(塗油) 예식이 신앙 성숙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깨닫습니다.
견진성사를 통해 우리가 받은 은사가 어떻게 활짝 열리는지, 그리고 어떤 책임과 역할이 부여되는지 인식합니다.
전례 생활 안에서 견진성사를 준비하고, 받은 뒤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익힙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다면, 견진성사(Confirmation)는 그리스도인이 한층 성숙해지고, 성령의 힘으로 무장되는 단계라고 교회는 가르칩니다(CCC 1285).
견진성사를 받은 신앙인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영적으로 더욱 굳건해지고, 복음을 증언하는 사명을 힘차게 수행하게 된다고 교리서(CCC 1302~1303)는 강조합니다.
이 장에서는 견진성사가 지닌 성경적·교리적 배경과 예식 구조를 살펴보고, 성령의 도유를 통해 우리의 신앙을 어떻게 더욱 성숙하게 가꾸어 갈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사도행전 8,14~17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세례를 받은 뒤, 사도 베드로와 요한이 내려가 안수하자 비로소 성령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이 장면은 교회가 “세례 후 교회의 사도나 주교가 안수(도유)를 통해 성령의 은총을 완성하는 예식”을 발전시키는 근거가 됩니다.
초대교회는 구약의 ‘기름부음(messiah, christos)’ 전통을 이어받아, 성령을 받는 예식을 “안수와 기름 도유”로 표현했습니다(루카 4,18; 이사야 61,1 참조). 우리말 ‘견진성사’는 ‘굳게 해 주는 성사’라는 뜻이고, 영어 Confirmation은 ‘확고히 하다, 완성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CCC 1285~1314)는 견진성사를 “성령의 은사를 충만히 받아, 교회와 세상 안에서 복음을 증거할 힘을 얻는 성사”라고 정의합니다. 즉, 입문성사(세례·견진·성체) 가운데 두 번째로, 신앙인의 성숙을 가져오는 성령의 특별 은혜로 여겨집니다.
견진성사의 핵심 예식은 주교(또는 주교가 위임한 사제)의 안수와 기름 도유입니다(CCC 1299~1300).
주교는 견진 대상자의 이마에 성유(聖油)를 바르며, “(견진자 이름) 성령의 은사를 표징으로 받으시오.”라고 선언합니다.
“견진성사의 본질적 예식은 주교가 견진자의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를 도유하며 안수하고, ‘성령의 은사를 표징으로 받으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다.”(CCC 제1300항)
이 순간 성령께서 이마와 마음, 영혼에 굳셈과 힘을 주시어 신앙을 살고 증언할 능력을 베풀어 주신다고 교회는 믿습니다.
견진성사는 원칙적으로 주교가 집전합니다(CCC 1312). 이는 견진성사가 교회의 사도적 전승과 결합되어 있음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사도행전 8장 참조). 다만 주교가 모든 견진에 직접 참석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주교 권한을 위임받은 사제가 견진을 집전하기도 합니다.
초대교회 시절에는 세례와 견진이 함께 이루어지거나, 한 예식의 두 단계로 거행되었습니다(CCC 1290). 현대 가톨릭은 여러 현실적 이유로 세례 후에 견진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견진성사는 세례성사를 보완·완성하는 성령의 은총임을 강조합니다.
주교가 “받아라, 성령의 선물.”이라고 선포할 때, 이미 세례 때 심어진 성령의 씨앗이 견진성사로 더욱 커진다고 교회는 말합니다(CCC 1302~1303). 곧 지혜·통달·의견·용기·지식·공경·경외 등 성령의 일곱 은사가 활짝 열려, 신앙인이 한층 깊은 통찰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이사야 11,2 참조).
견진성사를 받은 이는 교회 안에서 어린아이 같은 신앙을 넘어, 세상과 사회를 향해 복음을 전하고 증언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요청받습니다(CCC 1303). 이는 주일미사나 교회활동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예수님의 정신을 살아내는 것”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성령은 개인에게 은총을 주시지만, 교회 안에서 각자 받은 은사를 통해 전체를 성장시키도록 이끄십니다(1코린 12장 참조). 견진성사는 “공동체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서로 보완한다.”는 사실을 되새겨 주는 성사이기도 합니다.
견진성사를 받으려면, 교회는 일정 기간 교리 교육을 통해 성령의 은사와 신앙인의 책임을 안내합니다.
세례 때와 마찬가지로, 견진 대부·대모(후견인)를 정해 견진자가 예식에 잘 준비하도록 돕습니다.
견진 예식의 중심은 주교의 안수와 성유(聖油) 도유입니다(CCC 1299~1300). 주교는 이마에 성유를 바르며 “(이름), 성령의 은사를 표징으로 받으시오.” (라틴어: “Accipe signaculum doni Spiritus Sancti.”) 이에 견진자(받는 이)는 “아멘”으로 응답합니다.
이어지는 동작: 그 뒤에 주교는 견진자에게 평화의 인사(뺨을 치거나 악수)를 하며 말합니다:
“평화가 너와 함께.” 견진자는 “또한 사제와 함께.” 또는 “아멘”으로 응답합니다.
견진성사를 받은 뒤에는, 실제 교회 활동이나 봉사, 전례 참여 등으로 성령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기도 생활과 봉사를 통해 은사를 발휘하며, 교회가 세상 안에서 복음의 빛을 드러내는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CCC 1303~1305).
세례 후에 견진성사가 별도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성령의 은사가 활짝 열리는 체험”은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이미 견진성사를 받았다면, 예식 이후 어떤 마음가짐이나 행동 변화가 생겼는지 돌아봐도 좋습니다.
아직 견진을 받지 않았다면, “성령을 더 크게 초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무엇인가?”를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견진성사는 “성령의 도유와 성숙한 신앙인”이라는 제목처럼, 신앙인이 성령을 풍성히 받고 복음을 증언하도록 돕는 은혜로운 성사입니다. 사도행전의 안수 전통, 구약의 기름부음 상징, 교회 교리 등이 공통으로 알려 주는 진리는, 견진성사가 세례성사를 보완하고, 성령의 힘으로 우리를 더 굳건한 그리스도인으로 이끈다는 점입니다. 견진을 통해 받은 성령의 은사를 삶에서 실천하며,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증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견진성사는 언제쯤 받나요?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시절에 세례 후 일정 기간 교리를 받고 받지만, 성인 예비신자라면 세례 직후나 부활 전야 미사 때 함께 받기도 합니다(CCC 1298).
왜 주교가 견진을 집전해야 하나요? 주교는 사도들로부터 이어지는 사도직 계승을 지닌 분입니다. 견진성사에 주교가 참여함으로써, 사도적 친교 안에서 성령이 부어진다는 상징이 드러납니다(CCC 1312~1313).
주교가 못 올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주교가 참석하지 못하는 특별 상황에서는, 주교가 위임한 사제가 견진성사를 집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견진은 주교가 직접 거행하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성유(聖油)는 어떤 것인가요? 견진에 쓰이는 성유는 교구장 주교가 성유 축성 미사 때 직접 축성한 ‘성유 Chrisma’를 사용합니다. 이 기름은 성령의 힘과 그리스도와의 결합을 상징합니다.
견진성사 후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교회는 “견진성사로 영적 인호(印號)가 더해지고, 신앙인이 복음을 증언할 힘을 더욱 충만히 얻는다”고 강조합니다(CCC 1304). 특히 교회 봉사나 미사·기도 생활을 통해, 성령의 열매(갈라 5,22-23)가 일상 속에서 자라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견진성사는 그리스도인의 성숙과 복음 증언을 돕는 성사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성체성사를 살펴보고, 입문성사의 완결로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신비를 배워 가겠습니다. “성령의 도유”로 단단해진 신앙이, 성체의 은총을 통해 더 깊이 자라나기를 함께 준비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