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치유성사(고해성사·병자성사) — 자비와 위로의 길
치유성사의 의미와 종류(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이해합니다.
고해성사가 죄의 용서와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길임을 깨닫습니다.
병자성사가 육체와 영혼의 위로와 치유,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준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전례와 생활 안에서 치유성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참여하며, 받은 뒤 어떤 변화와 은총을 체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교회 교리서(CCC) 등은,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죄와 고통을 결코 하느님께서 외면하지 않으신다고 강조합니다. 세상에서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상처받고 병들지만, 그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자비와 위로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통로가 있으니, 바로 치유성사(고해성사와 병자성사)입니다.
고해성사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성사로서,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회복하고 내면의 평화를 되찾도록 이끕니다.
병자성사는 육체적·영적 고통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죽음이나 큰 수술 등을 앞둔 순간에도 하느님이 함께하신다는 희망을 주는 성사입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예수님이 몸소 하셨던 “죄 사함”과 “병자 치유”의 사명을 이 두 성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펼쳐 왔습니다. 이제 이 장에서 치유성사의 구체적인 의미와 성경·교리적 근거,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체험하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가톨릭 교회는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통틀어 ‘치유성사’라고 부릅니다(CCC 1420~1421 참조).
죄의 회개와 용서가 이루어지는 고해성사
병들고 아픈 이들을 위로하고 영적·육적 안녕을 기원하는 병자성사
이 두 가지는 모두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 주신 용서와 치유의 사명을 교회가 계속 이어가는 통로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죄인을 용서하시고 병자를 고쳐 주시는 모습을 자주 보이십니다.
“일어나 네 자리 들고 걸어가라.” 하시며 육신의 병을 치유하셨을 뿐 아니라,
“너의 죄가 용서받았다.” 하시며 영혼의 구원까지 함께 선포하셨습니다(마르 2,1-12; 루카 5,17-26 참조).
또한 제자들은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3)고 전해집니다. 이것은 병자성사의 뿌리가 이미 복음서에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본받아 “몸과 영혼을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치유성사로 오늘날까지 전해 오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고해성사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성사”로, 교회 교리서(CCC 1422~1498)는 이를 ‘회개의 성사’, ‘용서의 성사’, ‘화해의 성사’라고도 부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라고 하셨고,
부활하신 뒤 사도들에게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라고 권한을 주셨습니다.
교회는 이 말씀에 따라, 주교와 사제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할 수 있는 직무를 위임받았다고 믿습니다.
고해성사는 단순히 “죄를 말하고 끝나는 의식”이 아니라, 고백자의 세 가지 행위가 필수적입니다(CCC 1450-1460, 특히 1452; 1453 참조).
1. 뉘우침(통회)
죄를 깨닫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입니다.
교회 교리서(CCC 1452~1453)는 뉘우침을 ‘완전한 통회(하느님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남)’와 ‘불완전한 통회(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됨)’로 구분합니다.
완전한 통회가 이상적이지만, 불완전한 통회라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사 안에서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2. 고백
사제 앞에서 구체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말로 고백합니다.
이는 죄를 숨기지 않고 하느님 앞에 내놓는 진솔한 행위로, 자기 비움과 겸손을 요구합니다.
3. 보속
사제가 제시하는 기도·선행·보속행 등을 통해, 회개의 결심을 실제 행동으로 이어가는 단계입니다.
이를 통해 과거 죄로 인한 상처와 그 대가를 부분적으로나마 치유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단을 다집니다.
이 세 가지를 진정성 있게 이행한 뒤 사제는 사죄경을 통해 고백자의 죄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용서해 줍니다.
가톨릭 전통에서 죄는 크게 소죄(venial sin)와 대죄(mortal sin)로 구분됩니다.
대죄(mortal sin): 하느님과 심각하게 단절시키는 죄로서, 중대한 사안을 충분히 인식하고 자유롭게 선택했을 때 성립합니다. 대죄 상태에서는 성체를 모실 수 없으며(고해성사 후에야 가능), 영적 생명에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소죄(venial sin): 중대한 죄는 아니지만, 우리 영혼을 약화시키고 죄에 더 쉽게 빠지게 만드는 죄입니다. 소죄라도 자주 되풀이되면 영적 성장을 방해하므로, 고해성사나 정성된 참회 예식, 보속 행위 등을 통해 꾸준히 씻어내야 합니다.
전대사(Indulgentia)는, 고해성사를 통해 이미 용서받은 죄에 대한 잠벌(暫罰)을 완전히(全大) 혹은 부분적으로 줄여 주는 교회의 특별 은총입니다.
대사의 효과는 영성체, 기도, 자선, 교회가 정한 조건 충족 등 신앙생활 전반에서 흘러나오는 은총과 결합됩니다.
전대사는 영원한 벌(지옥벌)이 아닌, “잠시 치러야 할 벌(연옥의 시련 등)”을 줄여주는 것이며,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공로를 전구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죄가 용서되었을지라도, 그 죄로 인한 여러 후유증이나 벌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수 있는데, 전대사는 이러한 벌을 단축·경감시키는 특별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 죄로 멀어졌던 하느님과의 친교가 다시 열립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화해: 죄는 공동체에도 상처를 주지만, 고해성사를 통해 새롭게 화해합니다.
영혼의 평화와 새 출발: 용서받은 뒤 죄책감과 두려움 대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감사가 솟아납니다.
병자성사는 질병이나 노환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성유(聖油)를 바르고 축복하며, 영혼과 육체를 위로·치유하는 성사입니다(CCC 1499~1532 참조).
신약에서 사도들은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3)고 하며, 야고보 서간은 “교회의 원로들을 청하여 주님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고 기도하게 하라.”(야고보 5,14-15)고 권고합니다. 교회는 이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도 병자성사를 통해 병든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예수님의 사랑 안에 돌보고 있습니다.
병자 안수를 위한 기도: 사제나 주교가 병자에게 기도하고, 죄 용서와 치유를 청합니다.
성유 도유(塗油): 머리와 손(혹은 다른 부위)에 축성된 기름을 바르면서, 하느님의 치유·위로 은총을 청원합니다.
병자의 고해성사와 성체(노자성체): 병자 상태가 허락한다면 고해성사를 베풀고 성체를 모시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육체적·영적 힘을 얻습니다.
육체·영혼의 치유와 위로: 하느님께서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함께하심을 경험합니다.
영적 각성과 희망: 죽음이나 중병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예수님의 부활 희망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됩니다.
공동체적 연대: 병자성사는 공동체가 병자에게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교회는 중대한 죄(대죄)를 지었다면 즉시 고해성사로 용서를 청하길 권고합니다.
최소한 일 년에 한 번(특히 부활 시기) 고해성사를 보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교회법 989조),
소죄만 있는 상태라도 정기적인 고해성사를 통해 양심 성찰과 내면의 회개를 유지하는 것이 영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중병에 걸렸거나, 심각한 수술을 앞두었을 때, 또는 고령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약해졌을 때 청할 수 있습니다.
병자성사를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죽음을 앞둔” 상태인 것은 아닙니다. 병자성사는 마지막 순간에만 받는 성사가 아니라, 치유와 위로가 필요한 모든 병자가 받을 수 있는 은총의 길입니다.
고해성사 후: 죄 용서에 대한 감사와 함께, 새 출발의 결심을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갑니다.
병자성사 후: 건강이 회복되면 감사와 봉사를 실천하고, 아픔이 남아 있어도 주님과 동행한다는 영적 희망으로 삶을 지탱합니다.
치유성사는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가 우리 삶과 공동체 안에 실질적으로 현존하심을 체험하게 하며, 그 은총을 세상에 전파하도록 부르시는 길입니다.
최근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 자비를 체험한 적이 있는지 돌아봅시다. 그때 내 마음에는 어떤 평화와 변화가 일어났나요?
대죄와 소죄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내가 소죄라고 가볍게 넘기고 있는 부분은 없나요?
병자성사를 받은 이나, 아픈 이들을 보살피는 상황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들의 치유와 위로를 청하고 있나요?
전대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죄의 용서 이후에도 남는 벌을 줄여준다는 교회의 가르침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치유성사(고해성사와 병자성사)는 예수님의 죄인 용서와 병자 치유의 사명을 교회가 오늘날까지 이어 가도록 마련된 자비와 위로의 길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우리는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하며, 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초대받습니다.
병자성사를 통해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주님이 동행하시며, 육체와 영혼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심을 믿게 됩니다.
두 성사 모두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우리의 취약함을 감싸 안으신다는 사실을 눈에 보이는 표징으로 드러냅니다. 신앙인은 이 은총을 받아 새롭게 살아가며, 다른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복음적 삶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고해성사를 본 사제에게 내 비밀이 누설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요? 가톨릭 교회는 ‘고해 비밀(고해 secreto)’을 엄격히 지키며, 사제는 고해성사에서 들은 내용을 절대 누설할 수 없습니다(교회법 983조). 이는 신자들의 죄 고백이 철저히 보호받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만일 나에게 ‘죽을 죄(대죄)’가 없더라도 고해성사를 자주 봐야 하나요? 교회는 중대한 죄가 없더라도, 정기적 고해성사를 통해 양심 성찰과 내면의 회개를 계속하길 권장합니다. 이는 영적 성장과 은총 체험에 매우 유익합니다.
병자성사를 받으면 완전히 낫나요? 병자성사는 ‘기적적인 치유’를 보장하기보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며 고통을 함께 지신다는 영적 위로와 회복을 주는 성사입니다. 물론 병의 치유도 청하지만, 최종 결과는 하느님 섭리에 맡기는 것입니다.
병자성사를 꼭 사제만 줄 수 있나요? 네, 원칙적으로 병자성사는 주교 또는 사제만이 집전합니다(교회법 1003조). 주교나 사제가 직접 병자를 방문해 기름을 바르고 기도하며, 거룩한 예식을 거행합니다.
병자성사와 함께하는 노자성체(臨終聖體)는 무엇인가요? 노자성체는 ‘죽음을 앞둔 이가 마지막으로 받는 성체’를 말하며, 병자성사와 함께 베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적인 양식을 통해 마지막 여정까지도 주님과 동행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전대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받나요? 교회가 정한 특정 기도·전례 참여·자선·고해성사·영성체 등을 충족하면, 교황 혹은 교회가 베푸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용서받은 죄의 잠벌을 완전히 또는 일부 경감시켜 주는 은총이며, 자신의 구원은 물론 연옥에 있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적용을 청할 수 있습니다.
치유성사는 우리의 죄와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봉사성사(혼인성사·성품성사)를 통해, 결혼과 교회 직무 안에서 봉사와 헌신의 길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자비와 위로의 성사를 통해 받은 은총이 우리의 삶을 더욱 평화롭고 희망차게 이끌어 주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