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수리 중

우리, 이별했던 사람들처럼

by 진동길


이별했던 사람들처럼

처음이 아니기에

우리는 더욱 낯설다.


익숙한 미소로 마주한 눈빛 속에

우리는 서로의 이별 이야기를

그 아픔을 읽고 있다.


설렘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상처를 알아보는 날카로운 예감

이제 막 피어난 사랑일 뿐인데

우리는 이별의 끝을 먼저 바라본다.


급히 다가설수록

그만큼 더 깊이 아프다는 걸

이미 배운 사람들처럼

그대에게 내미는 어설픈 언어는

기쁨보다는 슬픔을 머금은 고백

그대 맑은 웃음 속에서도

두려움이 겨울바람처럼 다가온다.


우리, 이별을 겪어본 연인들처럼

사랑의 이름을 서둘러 부르지 말자.


눈 내리는 밤의 고요한 기다림처럼

서로의 아픔이 더 자라지 않도록

슬픔이 우리의 길을 적시지 않도록

또 다른 헤어짐으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 이별했던 사람들처럼

사랑을 말할 때

그 이름을 서둘러 부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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