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사랑이 우리를 달리게 합니다

by 진동길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 (1898) 외젠 뷔르낭


-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주님께서 특별히 사랑하셨던 제자,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를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한 편의 긴박한 드라마를 마주합니다. 스승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두 제자가 앞다투어 빈 무덤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입니다.


이 긴박한 순간을 가장 완벽하게 시각화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스위스 출신의 화가 외젠 뷔르낭(Eugène Burnand, 1850~1921)입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활동한 그는 자연주의와 사실주의 화풍을 통해 종교적 주제를 매우 인간적이고 생생한 감정으로 풀어낸 화가로 오늘날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불멸의 걸작,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부활의 아침,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그림은 요한복음 20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두 제자가 무덤으로 달려가는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1. 두 얼굴, 두 마음의 질주


그림 속 두 사람의 속마음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화가는 표정과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을 통해 그 마음을 드러내보였습니다.


뜨거운 열정과 거칠고 어두운 색의 옷을 겹쳐 입은 베드로: 그의 표정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스승을 세 번이나 부인했다는 자책감, 비어 있는 무덤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혹시나 하는 희망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의 거칠고 투박한 손은 그가 겪어온 삶의 무게와 현재의 깊은 고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단순하면서도 순수함과 희망을 느끼게 하는 흰 옷을 입은 요한: 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그의 눈동자에는 베드로보다 조금 더 강한 확신과 열망이 서려 있습니다. 그는 '사랑받던 제자'답게, 스승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어둠을 뚫고 나아갑니다.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앞을 향해 잔뜩 쏠린 두 사람의 몸은 정지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엄청난 속도감과 절박함을 전달합니다. 그들은 왜 이토록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습니까? 바로 그들 안에 있는 '사랑' 때문입니다.




2. 사랑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축일의 주인공인 요한 사도는 우리에게 몸소 보여줍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베드로가 자책감에 짓눌려 발걸음이 무거울 때, 요한은 사랑의 확신으로 베드로보다 먼저 무덤에 다다릅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이기게 하고, 절망 속에서도 빛을 보게 하며, 멈춰 서 있던 우리를 다시 뛰게 만듭니다. 요한은 십자가 밑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사랑의 사도였기에, 부활의 아침에도 가장 먼저 그 희망의 증거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비어 있는 무덤 앞에서 허망해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있다면, 그 빈 무덤은 죽음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 됩니다. 사랑은 슬픔을 기쁨으로, 죄책감을 용서로, 그리고 죽음을 부활로 바꿉니다.




3.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이토록 바쁘게 달려가고 있을까? 혹시 세상의 명예나 재물, 혹은 나 자신의 안락함만을 향해 뛰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의 질주가 공허한 이유는 어쩌면 그 끝에 '영원한 사랑'인 주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결심합시다."나는 앞으로 무엇을 더 많이 사랑할 것인가?"

베드로처럼 비록 부족하고 실수했을지라도 주님을 향한 그리움을 포기하지 않기를. 요한처럼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믿음으로 주님께 달려갈 수 있기를. 나 자신의 안위보다 이웃의 아픔을 더 사랑하고, 미움보다 용서를 더 많이 사랑하며, 어둠보다 빛을 더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 우리 안에 머무를 때, 우리 또한 뷔르낭의 그림 속 제자들처럼 생명력 넘치는 삶의 질주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우리를 낡은 자아로부터 해방시켜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킵니다.


오늘 성 요한 사도의 전구를 청하며, 우리 마음속에 사랑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를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을 향해, 그리고 사랑이 필요한 이웃을 향해 기쁘게 달려가는 삶의 예술가가 됩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금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