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법과 유혹을 넘어선 최고의 가치

by 진동길


법과 유혹을 넘어선 최고의 가치, 십자가의 사랑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우리 주일학교 학생들과 어르신 여러분. 오늘 복음 말씀을 나누기에 앞서, 아주 유명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유럽의 어느 마을에 아주 무서운 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아내를 살릴 희망은 같은 마을 약사가 발명한 신약뿐이었지만, 약사는 원가의 10배나 되는 엄청난 돈을 요구했습니다. 남편인 ‘하인즈’는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돈을 절반밖에 구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눈물을 흘리며 “아내가 죽어가니 약을 먼저 주시면 나머지는 꼭 갚겠습니다.”라고 매달렸지만, 약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차갑게 거절했습니다. 결국 절망한 남편 하인즈는 그날 밤, 약국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아내를 위해 약을 훔치고 맙니다.


여러분, 남편 하인즈가 약을 훔친 것은 잘한 일일까요, 잘못한 일일까요?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사람들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보고, 우리 마음의 키, 즉 ‘도덕성이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어린아이의 단계’입니다. 이때는 오직 ‘혼날까 봐’ 혹은 ‘나에게 이익이 되니까’ 행동합니다. “약을 훔치면 감옥 가니까 안 돼요!”라고 벌 받을 것만 생각하거나, “아내가 살아있어야 내 밥을 챙겨주니까 훔쳐야 해요.”라고 나의 이익만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보통의 어른과 청소년들의 단계’입니다.


이때부터는 남들의 시선과 사회의 법이 아주 중요해집니다. “그래도 남편이라면 아내를 구해야 착한 사람이죠!” 하며 남의 인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반대로 “아무리 사람이 죽어간다고 해도 도둑질은 명백히 법을 어기는 거니까 절대 안 됩니다!”라며 규칙과 법을 최고로 여깁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가장 성숙한 어른의 단계’입니다.


이들은 법이나 남의 시선을 넘어서, ‘사람의 생명’이나 ‘양심’, ‘사랑’ 같은 가장 크고 중요한 가치를 따르는 분들입니다. “남의 것을 훔쳐 법을 어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법이나 재산보다도,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먼저입니다.”라고 대답하는 단계이지요.


이렇게 우리 인간은 매를 맞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사회의 규칙을 지키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법보다 앞서는 생명 존중과 사랑의 마음으로 성장해 갑니다.


그렇다면 형제자매 여러분, 참인간이시며 참하느님이신 우리 예수님께서 마음속에 품으셨던 '최고의 가치'는 과연 어느 단계였을까요? 그것은 법을 잘 지키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하느님 아버지와의 온전한 일치, 그리고 우리 영혼을 살리는 끝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오늘 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사십 일을 밤낮으로 굶주리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가장 굶주리고 연약해지신 그 순간, 악마가 찾아와 세 가지 유혹을 던집니다. 악마는 예수님을 아까 말씀드린 ‘가장 낮은 단계의 가치’로 끌어내리려 합니다.


첫 번째 유혹,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이것은 당장의 배고픔만 해결하고 육신의 이익만 챙기라는 유혹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며, 육신의 편안함보다 하느님의 뜻이 먼저임을 선언하십니다.


두 번째 유혹,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시오." 천사들이 받아주는 기적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박수와 인정을 받으라는, 즉 남의 시선과 평판에 얽매이라는 유혹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을 시험하지 않으시며 겸손한 신뢰를 택하십니다.


세 번째 유혹, "나에게 절하면 세상 모든 영광을 주겠소." 세상의 권력을 쥐고 떵떵거리는 지배자가 되라는 유혹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주 하느님만을 섬겨라" 하시며, 세상의 왕좌 대신 기꺼이 희생하시는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선택은 세상의 법을 지키기 위해서도,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워서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우리를 구원하시겠다는, 세상의 잣대를 초월한 거룩한 사랑(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었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오늘날 우리의 삶에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한 편의 기나긴 소설처럼 엮어가는 인생의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혹은 사회의 규칙에서 어긋나 길을 잃은 이들의 교정을 돕고 참된 복지를 실천해야 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우리는 늘 고민합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옳은 일인가?'


단순히 차가운 법과 규정만 들이밀며 잘잘못을 따지는 잣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그 법 너머에 있는 한 인간의 존엄성과 내면의 회복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의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갈 것인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최고의 가치는, 규범으로 사람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사랑의 실천’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삶의 도심 속 광야에서도 유혹은 계속됩니다. 당장 내 이익을 챙기라고, 남들에게 칭찬받는 스펙을 쌓으라고, 세상의 권력에 타협하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 영혼의 나침반을 '그리스도의 가치', 곧 생명과 평화와 자유에 맞추도록 합시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이웃을 바라볼 때, 우리는 세상의 팍팍한 법을 넘어 진정한 구원과 치유를 전하는 따뜻한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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