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 그랑프리」와 「고로케 그랑프리」
최근 일본은 음식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특산물과 풍습을 활용한 향토요리 경연 대회는 전국 각 지역의 관광산업과도 연계되어 지역 경제의 성장에도 공헌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06년에 시작한 지역의 향토요리 경연 대회인 「B-1 그랑프리(B-1 グランプリ)[1]」는 각 지역의 향토요리를 선보이며 최고의 인기 음식을 겨루는 이벤트로서 우승한 음식을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여 운수업과 숙박업 등 지역 관광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B-1 그랑프리」는 2006년 2월,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青森県八戸市)에서 제1회 대회가 개최되었다. 일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전국의 마찌오코시(まちおこし- 마을을 활성화한다는 의미) 단체인 「고토오치 구르메(ご当地グルメ) 마찌오코시 단체 연락 협의회(통칭 '愛 B 리그' - 읽으면 '아이비리그'가 된다.)」가 주최하고 있지만, 초기의 발단은 2004년 가을 어느 날, 하치노헤 시내의 닭꼬치 음식점에서 하치노헤시의 어느 음식연구소 회원들이 모여 하치노헤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뭐라도 하자고 의기투합하면서 향토음식 전국 대회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바탕으로 한다.
「B-1 그랑프리」의 「B」는 지역 브랜드(BRAND)의 「B」이며, 각 지역의 마찌오꼬시 단체를 중심으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공동 PR 이벤트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자신들의 마을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의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 이 이벤트는 통하여 「일본 최대급의 마을 부흥(まちおこし) 이벤트」로서 인지되어, 행사의 개최지는 물론 각 지역의 출전 단체는 그 지역을 활성화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음식문화를 주제로 이벤트를 개최하는 활동은 「B-1 그랑프리」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일본 전국 고로케 협회(日本コロッケ協会)[2]」가 주체하는 「고로케 그랑프리(コロッケグランプリ)」라는 이벤트도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크로켓 법인" 일본 고로케 협회는 '고로케로 세계의 식탁을 미소 짓게 하는 행복 혁명'을 콘셉트로, 일본 전역의 고로케 협회원들과 연대하여 고로케를 중심으로 한 음식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단체라고 한다.
규슈 오오이타현(九州大分県)의 작은 온천마을인 유후인(由布院)에 있는 그야말로 작은 고로케 전문점은 이 이벤트에서 금상을 받고, 「유후인 금상 고로케(湯布院 金賞コロッケ) 」라는 타이틀을 이용하여 상품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금상 고로케」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영업 시작 시점부터 폐점 시간까지 상점 앞에 길고 긴 대기행렬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상점의 모습과 고로케의 종류별 사진, 만드는 과정 등을 사진 촬영하여 SNS에 올리는 등 2차 홍보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풍경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단순한 식재료보다 지역의 독자적인 음식문화에 초점을 맞춘 이 이벤트에 참가하여 우승한 음식점은 「B급 현지 맛집(B級ご当地グルメ)」이라고 이름 붙여지며, 저렴하고 맛있으며 친근한 '서민적인 음식'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어 지역 현지인들은 물론 타 지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음식문화는 단지 음식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전국 각 지역의 농업과 외식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2011년에 「6차 산업화 법 · 지산지소법(地産地消法)[3]」을 책정하였고, 농림수산성은 지역 발전을 위해 「식문화 활용 창조사업」과 「농림 수산물 · 식품 지역브랜드화 지원 사업」등을 시행하여 지방 소도시의 향토요리를 기반으로 음식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4].
이렇게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기반으로 일본 각 지역의 음식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보다 차별화되고 특별한 음식문화를 체험하고자 방문하는 관광객들 또한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6차 산업화는 알고 보니 우리네들의 일상 라이프스타일을 근간으로 해서 다양한 활동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인간이 영위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 문화를 의, 식, 주로 나누어 보면 의복문화와 음식문화, 주거문화로 나눌 수가 있는데, 그중 음식문화는 지역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 역사와 전통을 가미하면 더욱 감성 풍부한 문화적 차원의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연구의 영역을 확장시켜야 할 필요를 느꼈다. 갈 길이 멀다.
日暮れて途遠し。(ひくれてみちとおし。)
날은 저물어가는데 갈 길이 멀다...
[1] 참조 : B-1 그랑프리 홈페이지, https://www.b-1grandprix.com/
[2] 참조 : 일본 전국 크로켓 협회 홈페이지, https://www.croquette.jp/aboutus
[3]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한다,라는 의미.
참조: https://www.maff.go.jp/j/nousin/inobe/6jika/horitsu.html
[4] 日本農林水産省、 http://www.maff.g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