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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Sep 20. 2023

새로운 일의 시작과「계속」의 의미

継続は力なり

새로운 일의 시작과 「계속」의 의미

 2017년 2월 25일, 드디어 가라쓰시 중심 상점가 활성화 지원 프로젝트 연구활동의 일환으로 아로마 공방 커뮤니티 카페[1]를 오픈하게 되었다. 일단 문을 열게 되면 익숙하지 않은 일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하니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그동안 어깨까지 길렀던 머리를 자르러 집 근처 미용실을 찾았다. 처음 후쿠오카(福岡)에 와서 정착한 다카미야(高宮)라는 마을은 잠시 몇 년 다른 곳에서 살다가 다시 이사 온 동네이다. 처음에 정착한 곳이라 왠지 마음이 편하고 슈퍼마켓이나 세탁소 등 근처 편의시설을 이용하는데 익숙해서 그런지 고향같이 생각되었다. 


 고가(古賀) 씨는 중년 후반의 멋쟁이 아저씨 미용사이다. 보통 미용실에 가면 말을 걸어와도 별로 대답하기 싫어서 별달리 추임새를 하거나 그냥 대답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성격이라서 미용사와도 그다지 친분을 쌓지 않는 편이다. 고가 씨는 어머니도 동생도 미용사이고 자신도 18세부터 미용사가 되어 40년 넘게 미용사로 일해 오면서 다양한 손님을 접했던 터라 손님 얼굴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수다 떠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나한테는 특별하게 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계속 유지했던 헤어스타일이 나에게 제법 어울렸는데 왜 머리를 짧게 커트하는지?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머리 손질하는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커트한다고 짧게 대답했다. 한참을 말이 없이 머리카락만 자르더니, 자신의 인생을 통해 얻은 수많은 교훈 중에서 지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나에게 딱 한마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준다면서 「계〜 속! 」이라는 단어를 입술에 힘을 주어 반복해서 읊었다. 


 「계속」, 「계속」, 「계~ 속! 」


 굉장히 의미심장한 얼굴 표정이었기에 나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공방 카페를 오픈 한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특장점을 활용하여 「한글 공부회(ハングル勉強会)」와 「한국 드라마 보는 모임(韓国ドラマ)」 등 나름 소규모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동호회를 만들었는데, 나를 중심으로 한 동호회를 통해 상점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설픈 경영으로 작은 실수도 많았지만 작은 동네라서 그런지 우려한 것만큼 흉보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그런 나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해 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아서 그럭저럭 큰 실수 없이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커뮤니티 카페를 경영한 경험도 없었고,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는 연구과제를 이런 방법으로 실천하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가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의구심도 생겼다.  그것도 후쿠오카에서 가라쓰까지 먼 거리를 통근하면서...


 너무 고되고 힘들어 가끔 ‘그냥 하루 쉬어 버릴까? 어차피 내일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요일인데’하고 괜히 핑계를 대고 나 자신의 게으름을 합리화시켜 버릴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일본에 자주 오는 태풍 시즌이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철, 서울 날씨에 비교하면 춥다고 명함을 못 내밀 정도이지만 눈 내리는 추운 날에는 집에서 나가기 싫어 이부자리에서 일어날까 말까 엄청 고민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고가 씨의 「계〜 속! 」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다. 그제야 이 말이 힘들어도 극복해야 한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두 글자의 단어이지만 고달픔과 피곤, 역경, 곤란 등 모든 핑곗거리를 단번에 타파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단어 「계〜 속! 」. 나는 이 단어를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끝내 극복해 내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일본 격언에「継続は力なり ( けいぞくはちからなり )」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떤 일이라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한다면 강력하고 독자적인 자신만의 힘이 될 것이니,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묵묵히 노력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何事も休まずに長く続けていけば自分の力になり、途中であきらめたり止めたりせず コツコツ努力すること。』


일본 사람들이 좌우명으로 삼는 격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스페인의 격언 중에 비슷한 말도 있었다.


『 Sin Prisa pero Sin Pausa. 』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멈추지 말고」


 그러고 보면, 하고자 하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경과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그 가르침이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하나 쉬운 일도 없고,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1] 당시 가라츠시는 지역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가라쓰 지역자원인 꽃과 해조류를 활용한 화장품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기로 결정하고, 지자체와 중소기업, 규슈대학 대학원과의 Co-Work로 꽃의 향기를 테마로 한 아로마 공방 커뮤니티를 중심 상점가의 빈 점포에 창설하게 되었다.


[2] 참조: 일본 소셜 고토와자, http://social-kotowaza.com/0, 검색일: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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