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앙심 없는 종교생활

사이비 교주의 예언 – ‘쓰리 박’을 조심하라!

by Marisol

자식들은 크게 엇나가지 않으며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네 자식 모두 성의껏 키운 보람을 주는 놈들이 아니었다. 애정을 쏟으며 키우지 않았으니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사랑하는 다른 여자의 아들 종석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었다고 타지로 떠났다. 발바닥에 뿌리 깊이 박혔던 티눈이 떨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그동안 앉아 있을 때나 서 있을 때나 걸을 때나 자리에 누워 잘 때나 몹시 불편했었다.


종석이 너도 니 인생이니 니가 알아서 살아라.


남편은 여전히 장사를 한다며 전국을 떠 돌아다니고 있었다. 생활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춘자는 자식들과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러 나가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굶어 죽기라도 할까. 자식들도 저희들이 배고프면 알아서 살겠지. 춘자는 자식들을 위해 남들처럼 인생을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희생은 희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지 살가죽이 타는 듯이 뜨거운 어느 날, 집 앞 개울가 건너 쌀집을 하는 영철이 엄마가 땀에 쩔은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찾아왔다. 요즘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교회에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동네 소문에는 ‘남묘호랑교’에 빠져있다던데 교회라니. 그 일로 남편한테 맞고 산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도 영철엄마의 얼굴빛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레 하니 보기 좋았다. 어찌 저렇게 해맑은가.


부채로 햇빛을 가리며 피둥피둥 살찐 엉덩이를 툇마루에 걸쳐 앉았다. 요즘 교회에 가는 맛에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소문과는 달리 자신이 교회에 빠져서 남편에게 맞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폭력에 상처받는 심신을 교회에서 치유받는다는 것이다. 교주님의 은혜로 구원받았다면서 김칫국 색깔의 두꺼운 입술 사이로 누런 이를 보이며 마냥 웃고 있었다.


아이들도 집에 없었고 할 일도 별로 없어서 대충 옷을 갈아입고 영철엄마를 따라나섰다. 이때까지 종교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친정 부모님도 장사를 하느라 종교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친정어머니 말로는 외할머니가 절에 열심히 다니셨다고는 하나 그 옛날에는 대부분 종교에 대한 별 다른 의식 없이도 가족의 건강과 무사평안을 빌러 부처님을 찾곤 했으니까.


언덕길을 조금 오르니 허름한 목조건물이 보였다. 교회라고 했으니 십자가가 지붕 어딘가에 붙어 있을 텐데 보이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나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강당같이 넓은 공간에 4명 남짓의 신도들이 앉을법한 기다란 나무의자가 양 옆으로 10줄 정도 늘어서 있었고 제단처럼 보이는 벽에는 예수님도 아니고 부처님도 아닌 듯 한 황금색 동상 같은 것이 앞에 늘어서있었다. 깜빡이는 촛불에 반사되어 동상의 형상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갑자기 ‘욱’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메스꺼운 입 냄새 때문에 구토가 나올 것 같아서 얼른 돌아서 구부정한 자세로 어기적거리며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켁켁거리며 숨을 몰아 쉬고 있으려니 영철엄마가 허둥지둥 쫓아 나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아이구 춘자 언니, 나도 처음에 그랬수. 그게 속에 차있는 ‘울홧 덩어리’를 교주님의 신성한 힘으로 토해내게 해 주신 거라우."


얼굴도 안 보고 내 속에 창란 젓갈처럼 꼭꼭 눌러놓은 울홧 덩어리를 교주가 어찌 안다고. 귀신 지랄 같은 회궤한 요술을 부리는 건가 하고 뱁새눈을 뜨고 영철엄마 말에 발끈 화를 냈다.


언제 나왔는지 기척도 없이 강당 문 앞에 배가 불룩 나와 개량한복 앞 섶이 들떠 배꼽이 보일 듯한 차림의 중년남자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이제 속이 괜찮으면 들어오라고 오른팔을 들어 손짓으로 안내를 했다.


헛구역질을 해댔더니 목이 말라 혓바닥이 깔깔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물 한잔만 얻어 마시고 가겠다고 영철엄마 뒤를 따라 강당 옆 작은 사무실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춘자의 얼굴을 한참 말없이 쳐다보더니 넙데데한 얼굴의 교주라고 하는 자가 근엄한 척하며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했다.


"네 맛도 내 맛도 없는 맹탕 같은 인생이다. 누구 탓을 하랴. 네가 물과 양분을 안 주는데 그 밭에서 자란 나무에 과실이 잘 열릴까. 그래도 하늘에서 내린 비로 물을 먹고 자라니 말라죽지는 않겠다. 집안에 ‘박(朴)씨’ 성을 가진 자를 들이지 말아라. 집안에 망조가 들어온다."


이리도 재수 없는 말을 부처님처럼 떠들고 있다니, 춘자는 벌떡 일어나서 앉았던 의자를 발로 걷어차며 밖으로 나왔다. 씩씩거리며 하늘을 쳐다보니 불 같은 해가 아직도 뜨겁게 성을 내고 있었다. 에잇 재수 없어. 무당인지 교주인지 기분 나쁘게 생긴 그자를 향해 침이라도 뱉아야겠다고 허리춤에 손을 얹고 돌아섰더니 교주라는 자가 한마디를 더했다.


"박 씨가 하나가 아냐. 둘. 셋. 박 씨를 조심하라구."


저런 사이비 종교 교주 무당 같은 자가 다 있나. 춘자는 뱉을 침도 아깝다고 생각하며 언덕길을 긴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내려왔다. 하도 기가 차서 잰걸음으로 쫓아오는 영철엄마를 쳐다보고는 앞으로 상종을 하지 말자고 삿대질을 해댔다.


"그딴 게 무슨 교회여. 이런 사이비 교주가 뭔 재수 없는 소리여~! 재수 옴 붙었네."


춘자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연거푸 캑캑 거리며 뱃속의 울분을 뱉어냈다. 욕 찌꺼기라도 내뱉으니 한결 숨쉬기가 편해졌다. 동네 어귀를 지나니 그동안 못 보았던 새로 지은 큰 건물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하얀 건물의 뾰족 지붕 위에 커다란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건물 벽에는 화려한 문양의 창문들이 박혀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창문의 건물은 성당인가 보다. 새로 천주교 성당이 들어선다고 그러더니 어느새 교인들도 많이 모였나 보다 하고 춘자는 사람들을 무심코 쳐다보았다.


성당 입구에 새 하얀 동상이 보였다. 저 동상은 예수님의 어머니인 성모님인가?

성모님의 머리에 눈부신 햇살이 둥글게 아우라를 만들고 있었다.

새 하얀 성모님 앞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온화하게 생긴 신부님과 흰색 반팔 셔츠에 짙은 색 정장 바지를 입은 말끔한 남자들, 하늘하늘한 꽃무늬 프린트의 원피스를 입은 여자, 고급스러운 핸드백을 든 여자, 앞에 반짝거리는 장식을 단 구두를 신고 있는 여자.


밝은 햇빛 아래에서 다들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모두들 경건하고 거룩해 보였다.

아니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래 성당에 다녀야지. 멋지잖아?

예쁜 옷, 고급스러운 핸드백과 구두.

신앙심이야 성당에 다니다 보면 생기겠지.

호랑말코 같은 사이비 따위 개나 먹어라!'


그렇게 춘자는 하늘거리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멋진 구두에 고급스러운 핸드백을 들고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신앙심이 아닌 동경심으로 가슴 벅찬 경건한 종교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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