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나 진짜 엉망으로 살고 있어"라는 생각은 내가 정말 엉망으로 살아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반성 자체가 필요해서 반복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라고. 내 주변의 참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은 때마다 그런 반성과 자괴감에 빠지고, 지인들의 말마따나 참 바쁘게 사는 나도 내심 그런 반성과 자괴감에 빠진다. 아, 실은 많은 청년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토록 추락하는 듯한 자괴감은 생활에 필연적인 것일까?
나는 '엉망으로 살고 있다'는 것의 반대말이 '열심히 바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 4학년이 되고 취준생 기간을 겪고 있는 지금 나의 기준과 이상을 그렇게 '계획한 바대로 열심히 사는'으로 정해두었다. '나는 올해 토익(영어 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컴퓨터 활용능력시험 등을 포함하여 5가지 시험을 6개월 안에 준비해야 하므로, 최대한 낭비하는 시간 없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선택지는 내게 사치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1월부터 7월까지의 모든 날들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 후 1월 상반을 보내면서는 건강 검진, 피부과, 운전면허 취득 등 자잘 자잘한 것들을 우선 해냈다. 그러면서 전공관련 자격증 필기시험과 한능검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너무 고되다. 잠은 잘 안 오는데 일찍 일어나겠답시고 오전에 병원이나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했다. 그런 와중 작년부터 진행했던 학교 관련된 업무를 마무리지어야 했고 미루던 약속에 나갔다. 저녁때쯤이면 운동을 하고, 하지 못하면 자괴감에 빠진다. 그렇게 3~4일 정도 보내다 보면 아무 외부 일정이 없이 공부만 할 수 있는 날이 오는데 그러기에는 참 무기력해진다. 목표한 바를 실행하지 못하며 나는 또 자책하며 망가진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쉬는 것일까? 평소의 나라면 산책, 명상, 멍 때리기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로 만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에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나는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 헤맸다.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있기만 하거나 자극적인 알고리즘을 끊기 어려워하고 성욕에 도취되었다. 하루하루 그런 일들이 때마다 반복되었다. 그럼 난 '어딘가 불안하구나' 느끼고 왜 잔잔한 휴식과 안정이 잘 안 되는 것인지 생각한다. 그러다 깨닫는다. 일과를 소화하는 것에 무리를 겪고 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때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이라고. 평상시에 너무나 애쓰고 있기 때문에 여유 시간이 왔다고 해서 전처럼 쉽게 평화를 얻을 수는 없는 거라고.
내가 의도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 아닌 것 같아. 내가 원하는 삶은 얇고 시시하더라도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인데. 나는 그런 성질을 가진 사람인데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며 너무나 채찍질하고 있어. 괴롭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얻기가 어려워. 내 속마음을 외면하고 안 좋은 습관이 더 드러나. 추락하는 듯한 자괴감은 하루하루 그 긴장감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거구나. 너무 긴장감을 높여놓고 채찍질해서 그런 거구나. 그런 자괴감은 꼭 필연적인 것은 아니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취준생인데 이래야만 하는 게 아닐까……? 내 성질대로 살고 싶다. 생긴 대로 살고 싶어.
이 글에는 결론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내 성질을 잘 기억하자,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안정감을 느끼는지 잘 기억해 두자는 말 외에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일상이 지속가능하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까? 다만 나는 일상이 힘들 수록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좋은 휴식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