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 없다
부제목에 적힌 구절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 나온 문장이다.
나는 스스로가 집착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것이 자유로움에 이르는 길인 줄 알았다.
하여 그렇게나 무조건적으로 떨쳐내고자 했던 타자의 집요함, 혹은 그 비슷한 것들이 정작 내게도 있음을 이해했다.
몹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러한 마음 자체가 집착일 수 있겠구나.
"나 그 사람을 계속 좋아해보기고 결심했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던 친구의 얼굴이 스쳐간다.
"그 사람 잊어! 세상의 절반이 남자!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들을 수차례 들었을 지라도 그녀의 집념은 유효했다.
나 또한 그렇다.
조금 더 행복하고 평안할 나와 어떤 타자라던가,
꾸준히 볼품없고 휘청이는 날들을 전보다는 잘 버텨내는 방법이라던가.
끝의 끝의 끝까지 고민하고 고민한다.
원하는 쪽으로 갈 수 있기를 때로는 기도까지 한다.
종교는 없지만서도 작은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건다.
그 뒤에는 내게 155만 원의 재정 대책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준 선배의 집념이 있었고, 강하지 않은 몸으로 물류센터와 청소일을 하며 나를 지금까지 키운 모부의 집념이 있었다.
괴로워. 맘편히 비관하고 포기하고 싶은데 그러기 싫어.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면 믿어볼 수밖에 없는 비합리적 인간이라니.
내게 어떠한 집착이, 염원과 순수가 있음을 이해한다.
그러한 마음을 인정한다.
한동안 그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자신은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 없다-던 그 비범한 대사는 수호(정휘 배우)가 흥수(노상현 배우)에게 보낸 문자였다. 수호는 흥수의 애인 정도로만 다뤄졌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용기 있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그는 흥수가 하지 못한 것들을 늘 먼저 앞서서 해냈다. 새로운 사랑 앞에 마음을 열고,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회피만 하는 흥수를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