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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Jul 02. 2024

인생 첫 요가는 발리대신 송리단길에서 했습니다

12월 말, 드디어 요가하러 가기로 한 날이 왔다.

약속한 여섯은 어서 그날의 일을 마무리하고 엘라의 리드에 따라 서둘러 요가원으로 향했다.


요가원은 송리단길 끄트머리 어딘가에 위치해 있었다. 걸어가는 길에 요가원을 찾으며 둘러보다 보니 우리가 가려고 하는 요가원 외에도 몇 곳이 더 보였다. '아, 여기 요가원이 좀 있네? 내가 찾아보지 않아서 몰랐던 거구나.'


걷다 보니 도착한 상가, 몇 층 걸어 올라가니 요가원이 나타났다.

뭔가 차분한 공기에, 어둑어둑한 장소.

그럼에도 따뜻한 느낌과 향이 요가원을 덮고 있었다.



애초에 요가는 운동은 아니다. 

대충 들어서 기억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 요가에서 이야기하는 '아사나'는 어떠한 상태(영어로는 posture에 가장 가깝다고 한 것 같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각각의 상태에 대한 신체적인 행동, 모습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마음 상태와 몸의 상태, 이 둘이 무엇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 요가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시간에 가까운 요가 세션을 거치며,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마음은 몸을 신경 쓰느라 비워지지 못했다. 

모든 시간이 다 지나고 사바아사나로 이상한 울림이 있는 싱잉보울 (요것도 나중에 알게 된 이름이긴 하다)의 소리와 은은한 음악과 함께 누워있던 그 시간이 되어서야 무언가 비워진 느낌이 들었다.


요가를 마치고, 각자의 매트에 흘린 땀을 닦아냈다. 

요가 뒤에 가지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 또한 편안했다. 따뜻한 우롱차(였었나)는 고소하고 향긋했다.


우리는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성장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빼고 말하고 하던 여섯 명이 함께 이걸 비워내겠다고 다시 모이는 이 자리는, 너무나 모순된, 그러나 즐거운 자리였다.


생각을 비우고, 땀을 흘리고 나서는 엘라가 이미 점찍어 둔 치킨집으로 가 든든하게 속을 채웠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온갖 아사나를 몸으로 최대한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내가 알기로 나는 꽤 유연하고, 클라이밍 덕분에 근력도 있는 사람이었는데, 자극 주지 않던 근육을 너무 사용했는지 다음날에 몸이 흐느적흐느적 힘이 없었다. 특히 엎드려 허리를 들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부장가 아사나'는 며칠동안 허리에 불편함을 동반했다.


뭐든 새로운 것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비워 내야 그 불편함도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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