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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케팅을 해야 할까요? B2B? B2C?

멸종위기 마케팅, 세일즈포스로 살아남기 1

by 마케터호야

맨땅에 헤딩하기: 0에서 100까지, 쓰리빌리언의 첫 고객 확보 이야기

안녕하세요, 쓰리빌리언에서 우당탕탕 마케팅을 하고 있는 강연호입니다.
이번 글은 제가 지난주 세일즈포스 B2B 마케터 밑업에서 발표했던 “멸종위기마케팅, 세일즈포스로 살아남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외부 발표를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정돈된 내용을 가져올 수 있게 되어 당장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행사는 다양한 분야의 B2B 마케터들이 모여 세일즈포스의 마케팅 툴 MCAE(전 Pardot)의 활용과 관련해 각각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지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Opensurvey 마케팅팀과 함께 사례 공유를 맡았고요. 아직 제대로 도입해 활용한 지 일 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Opensurvey팀의 발표 내용에 비추어 보아 방향성을 잘 잡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저희 회사의 그간의 경험을 시기별로 나누어 B2B마케팅에 CRM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어요. 오늘은 그 첫 파트, 쓰리빌리언이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 초기에 약 100여 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의 고객을 확보하게 되기까지의 경험을 전해보려고 합니다.


고객을 정의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던 시장

쓰리빌리언은 ‘희귀 질환 유전자검사’를 하는 회사입니다. 아마 생소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진단 검사를 위해 의사가 주문하지만, 실질적인 검사 결과는 환자를 위한 거죠. 여기에, 비용의 지불 주체는 국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져 보험사, 환자, 국가 등이 될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누구를 마케팅 대상으로 잡아야 하지?”라는 고민부터 시작됐습니다.

메일링, 광고 등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니 답은 명확히 좁혀졌어요. 결국 검사를 주문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였기에, 저희는 직접 그들에게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다른 곳에 눈을 두지 않기로 한 거죠.

그렇게 저희의 초기 마케팅 대상은 의사로 확정되었고, 그들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B2B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은 다음과 같은 지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1. 기술의 신뢰성: 검사가 실제로 공인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지, 국제적인 수준의 ‘인증'을 받았는지와 같은 신뢰성

2. 기술적 차별성: 기술적 우위나 편의성이 경쟁사/경쟁 방식 대비 남다른지 알 수 있는 차별성

3. 동료의 신뢰도: 무엇보다도 동료 의사나 나와 비슷한 다른 전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Peer pressure


Phase 1: 0에서 100까지

이 시기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의 시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PMF라고 불리는 Product-Market Fit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해야 앞으로를 위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일단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자!


문제는 저희가 타깃으로 삼은 시장이 대부분 해외라는 점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직접 호스트 집을 찾아가 사진을 찍어주고, 마켓컬리가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돌리며 시작했던 것처럼 발로 뛸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 저희만의 방법을 찾아야 했죠.


B2B 마케팅처럼 시도해 보기

1. 아웃바운드 마케팅 – 논문 크롤링과 메일링
회사의 초기 단계, 개발한 기술이 잘 작동하기 위해선 어차피 희귀 질환 관련 논문을 잔뜩 수집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수십만 개의 이메일로 저희 서비스를 처음 알렸죠. (이제는 더 어려워진 개인정보 보호 방식 덕분에 쉽지 않겠지만요!) 당시에는 꽤 많은 무료·유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고도 있었습니다. 대량 메일링을 하다가 스팸으로 분류돼, 회사 대표 지메일 계정이 하루 동안 차단된 사건… 그날은 진짜 등골이 서늘했죠. (다행히 하루 만에 몇 번의 소통을 통해 해결은 됐습니다. 대신 이후에 그 메일링 서비스는 금방 쓰지 않게 되었죠)


2. 인바운드 마케팅 – 콘텐츠 기반 리드 확보
양질의 트래픽의 효율적인 확보를 위해 저희는 광고보다 인바운드 마케팅에 시간과 열을 쏟았습니다.

SEO, 블로그, 뉴스레터의 3박자를 맞춰 꾸준히 콘텐츠를 쌓아나갔고, 이때 확보된 리드들은 다른 채널보다 전환율이 훨씬 높았죠.


3. 대외 협력 – 신뢰도 확보
“동료가 쓰는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들의 특성에 맞춰, 초기 멤버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했습니다. 국가 과제 참여, 기관 협력 등을 통해 빠르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죠.


당시의 도구와 시행착오

100명의 고객도 없는데 고가의 CRM 도입을 고려한다?

사실 이 시기는 저희도 꿈도 못 꾸던 시절입니다.

어떤 대상의 어떤 정보를 모아야 할지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고, 확보 중인 리드의 숫자도 물리적으로 너무 적었습니다.

대신 마케팅 목적의 필요에 따라 상황에 맞는 툴을 조합해 사용하고 있었죠.

Mailchimp, 스티비 → 메일링

구글시트 → 고객 데이터 관리

프레시데스크 → CS 관리


효율적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무대를 만들어 준 도구들이었죠.


마무리: 첫 100명의 고객

Phase 1은 그렇게 버텼던 시기였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국 0에서 100까지 고객을 확보했고, 저희 서비스를 시장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Phase 2 (100 → 1K), Salesforce를 본격 도입하고 퍼널과 Nurturing을 설계해 간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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