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러너 Jul 15. 2024

은둔형 외톨이, 돈없는 백수의 월요일 아침

히키코모리 인 나, 이대로 괜찮을까

직장인들에게 월요일은 주말이라는 달콤한 휴식이 끝나고 고단한 한 주의 시작일 것이다. 그러나 은둔형 외톨이, 무직백수 입장에서는 월요일도 주말과 다르지 않다. 어차피 오늘도 쉬고 내일도 쉬니까 집에서의 루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올해는 아빠가 코로나 전후 몇 년간의 무직 기간을 지나 늦은 나이에 재취업에 성공하셔서 집에 혼자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방에 있고 아빠는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낮잠을 자니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평일이 백수이자 히키코모리 입장에선 더 편하다. 평일에는 극장에 사람이 적어서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고, 티켓 가격도 저렴하다. 가끔 나보다 어린 영화관 아르바이트생들 앞에서 티켓을 확인할 때 민망하다. 이 시간대에는 주로 어르신들이나 젊은 친구들만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남들이 출근할 때 코파 아메리카를 보고 있다. 축구 경기가 재미없긴 했지만, 원하는 시간에 편히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건 좋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어 소비는 최대한 절약한다. 오늘 아침 토스앱에서 이번 달에는 14만 원밖에 쓰지 않았다는 알림이 왔다. 확인해 보니 대부분 교통비와 커피값이었다. 최근 밖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는 비중이 늘고, 집에서 주문한 원두 값도 포함된 금액이다. 요즘은 가족들에게 커피를 많이 따라주기도 해서 원두비용이 더 들었다.


보통 백수들은 늦게 일어난다고 하지만, 나는 일정하게 자려고 노력한다. 11시에서 1시 사이에 잠들고 7시에서 8시 반 사이에 기상한다. 병원에서도 수면시간과 패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더 신경 썼다.


일어나면 간단하게 우유에 시리얼로 아침을 먹는다. 평일이나 주말이나 항상 시리얼로 시작한다. 가끔 어머니가 바나나를 사 오시면 식단이 바뀐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모닝커피를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비싸서 핸드드립으로 시작한다. 물을 끓이고 커피를 분쇄해 드리퍼와 종이필터를 준비한다. 린싱을 하고 분쇄한 커피를 담아 물을 부어 추출한다. 한 달 전까지는 20g의 원두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10g으로 줄여 원두 소비와 카페인 섭취를 줄였다.


모닝커피를 마시면 대충 9시 반에서 10시가 된다. 이 시간에는 FC24의 싱글 커리어 모드를 두 판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그리고 월요일에 업로드되는 주간 영화 잡지 ‘씨네21’을 본다. 한 주 동안 개봉한 영화의 별점과 에세이를 읽고, 영화 평론을 본다. 씨네21의 별점은 대중적으로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는 대중보다는 평론가의 시선에 약간 치우쳐져서 일반 리뷰보다 잡지의 별점과 글들을 더 참고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는다.


글을 적으면서 이 시간을 좀 더 활용하면 좋았겠다는 자기반성이 든다. 돈이 들더라도 커피 관련 서적을 사서 더 읽어보며 독학을 할 수도 있었다. 커피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해외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필요성과 더불어, 외국인과의 소통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 토익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은 커피와 관계없이 몇 년 전부터 마음을 먹었었지만 아직까지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일부터는 해야지


이제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일정을 생각해 봐야겠다. 오늘도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이번주는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청소를 조금 했다. 청소 하던 중 운이 좋게도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겨서 오후에 나갈 예정이다. 한가롭게 보내는 와중에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언젠가는 남들처럼 돈을 벌고 일을 하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



저와는 다른 여러분들의 월요일 아침도 궁금해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