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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븐 Dec 06. 2024

혼자 카페 가는 게 두려운 나, 그래도 오늘은 나갑니다

은둔형 외톨이에게 외출이란

오늘도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고민한다. 버스를 타고 카페에 가는 것, 그 단순한 행동조차 나에게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집 앞 버스정류장까지 나가기만 해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뛴다. 혼자 나가는 일, 그 자체가 나에게는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도전이다.


오늘은 할 수 있을까? 아니, 오늘은 정말 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수십 번 되뇌인다. 버스를 탈까 말까, 카페에 들어갈까 말까. 그 사이에서 나는 끊임없이 갈팡질팡한다. 한 걸음 내딛기가 두렵고, 그 두려움이 나의 모든 용기를 집어삼킨다.


밖에서 나는 언제나 불안하다. 밖으로 나가는 일, 그것은 다른 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끝없는 부끄러움의 연속이다. 32세, 히키코모리라는 꼬리표를 단 채 살아가는 나는 사회와의 거리를 재단하듯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세상과 조금씩 마주한다. 평일 낮,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 영화관이나 카페를 찾는다. 특히 12시에서 1시 사이의 영화 상영은 내게 매력적이다. CGV에서 이 시간대의 영화표는 정가기 12,000원으로 평소보다 저렴하면서 조조와 달리 할인도 적용이 된다.  이 작은 혜택은 내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녁 시간은 카페인 섭취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카페가 6시 전후로 문을 닫기 때문에 피한다. 대신, 낮의 한산한 카페는 잠시나마 세상과 안전하게 조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이곳에서 종종 일을 하시는 분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그 순간들 속에서 세상과의 연결을 조금씩 회복해 나간다.


낮에 나와있는 동안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보이지 않는 심판들이 나를 향해 날카로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댄다. "저 사람은 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오후에 뭘 하고 다니는 걸까?" 그 상상 속에서 나는 언제나 변명해야 할 것만 같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마치 내 존재 자체가 정당화되어야 할 무언가처럼.


최근에는 대부분의 커피 시음 모임들이 저녁 이후에 열리기에,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에 외출한다. 하지만 10시만 넘어서면 불현듯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마치 밤의 어둠이 나를 삼킬 것만 같은 두려움, 낯선 시간 속에서 버틸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살면서 제일 늦게 들어간 시각은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이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7년 전 판교에서 열린 게임 대회를 다니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이른 저녁에 지하철로 편도 1시간 반로 갔다. 끝날 즈음에는 12시가 넘기도 했었다.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는 시간이라 택시 비용을 지원받았지만, 그 긴 이동 시간 동안 나는 늘 불안했다. 집에 도착할 무렵, 엄마의 메시지가 내 휴대폰을 울린다. 아빠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통금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감정의 덫에 걸려있다. 누군가 나에게 "통금이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즉각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니다'의 이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얽혀있다. 나의 귀가 시간은 누군가의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불안과 익숙함에 의해 결정된다.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것이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 그 경계에 나는 머물고 있다. 통금은 아니지만, 분명 어딘가 이상한 나만의 보이지 않는 규칙이 존재한다.


이런 순간들은 나의 미완성된 독립성을 가혹하게 드러낸다. 32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가족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 존재다. 부모님의 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 변방에 머물고 있음을 끊임없이 인식한다.


낮이든 밤이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체가 나에게는 더 큰 불안의 근원이다. 외출이라는 행위 자체가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낯선 공간,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나의 내면을 흔들어 놓는다.


밖으로 나가기 전, 나는 이미 수많은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반복한다. 혹시 모를 불편한 상황, 대화의 실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끝없는 상상이 나를 옭아맨다. 커피 시음 모임이나 짧은 만남조차도 나에게는 거대한 심리적 장벽처럼 느껴진다.


이 불안은 단순한 긴장감을 넘어선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나의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 모든 것이 나를 압박한다. 그 압박감은 때로는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무겁다.


독립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심리적으로 부모님의 보호막 안에 갇혀 있다. 사회적 관계, 직업,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완전한 자립을 이루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실은 때때로 나를 부끄럽게 하고, 때로는 깊은 좌절감으로 밀어넣는다.



결국 나는 오늘 용기를 내어 집 밖으로 나갔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첫 손님이라는 점이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신기했다. 날씨가 꽤 추웠는데, 무심코 “춥다”라고 혼잣말을 하자, 카페 직원이 “안이 춥나요?”라며 다정하게 물어봐 주었다. 그 한마디가 조금은 얼어 있던 나를 녹여 주었다. 구석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 한 시간 동안 커피를 마셨다. 긴장된 탓인지 물을 다섯 잔이나 더 마셔야 했지만, 그 또한 나름의 경험이었다. 오늘의 짧은 외출이 어제의 나와는 조금 달라진 하루를 선물해 준 것 같아 스스로를 조금은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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