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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븐 Dec 09. 2024

응원봉이 비추는 광장, 희망의 시작

2024년 12월, 한국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적 질서를 위협하는 전례 없는 사태를 야기했다. 당일 국회의원들은 계엄의 위헌성을 저지하기 위해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토요일이 되자 광화문 광장에는 특검과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계엄군의 국회 봉쇄 시도, 야당의 탄핵소추안 제출, 전국 도시에서 들끓는 시민들의 퇴진 요구 등 TV와 유튜브 등의 뉴스채널을 통해 울리며 한국 민주주의에 마치 거대한 지진과 같은 충격을 안겼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큰이모는 정치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분이다. 늘 먼저 엄마한테 이야기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엄이 선포된 다음날 바로 시위 때 쓸 핫팩을 택배로 보내며 준비성을 강조했다.


엄마는 평소에도 중요한 순간에는 나서는 편이다. 그래서 토요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는 엄마의 이런 모습을 존경하면서도 내내 걱정이 되었다. 사실 나는 정치적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내는 성격은 아니다. 지난 탄핵 정국 때도 내 의지라기보다는 부모님을 따라 매일같이 시위에 나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마냥 큰 사건에 휘말린 듯한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더 큰 심각한 사태라는 인식이 있지만, 정치인들은 한 번 경험해서인지 이 와중에도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도 있다. 민주적 절차를 밟아가면서 말이다.


토요일,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에 사람들이 몰려 정차하지 않는다는 재난안전문자(계업떄는 울리지 않았던)가 여러 차례 울렸다. 그 문자를 받을 때마다 엄마가 무사히 시위 현장에 도착했을지, 그리고 돌아올 때는 안전할지 걱정이 밀려왔다. 다행히 엄마는 문자 알림이 뜨기 전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무사히 시위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올 때도 큰 문제 없이 무사히 귀가했다.


그날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아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엄마가 전해준 몇몇 장면들은 꽤 신선했다. 특히 부모를 따라 나온 10대, 20대들이 응원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평소 K-POP 팬덤의 에너지에 대해 엄마는 “국위선양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그 장면에 대해 “응원봉으로 세상을 밝히는 것 같았다”고 감상까지 덧붙였는데, 과장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엄마의 말에서 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진 열정과 사회적 참여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무언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었다. 특히 K-POP 팬덤 문화에서 보여왔던 조직력과 에너지가 정치적 참여로 이어지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이들이 만들어낸 변화의 에너지는 단순히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자연스레 깨달았다. 정치적 사건은 단순히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는 점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내적 이슈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국제 신용도 하락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외신의 비판은 단순히 우리 정치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런 소식은 나에게 두 가지를 떠올리게 했다. 첫째, 국가의 위기는 곧 개인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경제적 타격은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단순히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둘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자각이다. 이를 뒷받침할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일어난 촛불집회다. 당시 수백만 명의 시민이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압박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정권 교체의 결과에 그치지 않고, 결국 국가는 국민의 목소리에 기반하여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촛불집회는 단순한 반대 운동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이었으며, 이는 정치적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얼마나 중요한 주체인지를 분명히 증명했다.


슬프게도 김건희 특검법은 여당의 반대로 부결되었고, 탄핵 소추안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세 명을 제하고 모두 나가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이 되지 않은 현실은 참으로 황당했고, 이 상황에서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여당에 대한 깊은 실망으로 이어졌다.


30대인 나에게도 이번 사건은 단순히 지나갈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망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상황임을 느끼게 했다. 나 하나의 목소리가 당장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목소리들이 모이고 결집해 결국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박근혜 탄핵 정국의 교훈처럼, 이번에도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작은 행동과 희망이 모이는 중요한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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