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마저 떨어지고
일단. 면접은 개같이 떨어지고 말았다.
면접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편의점에서 같은 시간대 구인공고가 다시 올라왔다. 또다시 실패의 쓴맛을 봐야 하는 상황. 내심 편의점 경력도 있고 근처에 거주한다는 점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을 거라 기대했건만 말이다.
역시 너무 희망회로만 돌렸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25살 무렵 약간의 용기를 내어 편의점 면접을 세네번 정도 봤을 때도 모조리 떨어지지 않았던가. 경력이 조금은 있다 해도 더 늙어버린 내가 더 메리트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 면접 태도에서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몇 가지 실패 요인을 그래도 분석해보자면.
1. 질문과 준비
나는 면접에서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질문들을 많이 했다. 쓰레기는 어떻게 버리는지,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같은 질문들.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질문이었지만, 하나하나 꼼꼼히 물어보았다. 혹시나 이런 질문들이 나를 준비가 부족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 질문들이 그저 대답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 일을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준비였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드러내지 못했던 내가 아쉽다.
2. 어필하지 못한 점들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을 좀 더 자신 있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집에서 5분 거리에 거주하고, 새벽에도 지각하거나 결근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점. 사실 한 번 지각한 적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성실히 근무하려 했던 나의 태도를 어필했어야 했다.
또,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말하지 못했다. 이런 기회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오래 근무하며 책임감 있게 일하고 싶다는 확신을 전하지 못했다. 내가 느낀 이 절박함과 다짐을 좀 더 보여줬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이 두 가지도 있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편의점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였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만을 답하지는 않았다. 고객에게 인사하는 것, 그리고 물건의 재고와 진열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답변을 했었다.
면접을 한 점장은 편의점에서는 다 중요하다는 말로 대충 대답하고 퉁치고 말았다. 여기서 어느정도 직감했다. '이 사람은 나를 뽑지 않겠구나.'
이 말에 딱 한 가지를 꼽지도 않고, 답을 알려주지 않아서 답답했다. 이 질문은 글을 쓰는 지금까지 머릿 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대답했어야 할까.
나무위키를 찾아보았다.
역시 여기에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딱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본사의 모니터링(이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 아직까지 받아본 경험이 없다.)시 기본적인 채점 사항이라는 것이 있었다.
고객이 오갈 때의 인사 여부. 그런데 CCTV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편의점 OFC이지 제대로 할 경우 모니터링 요원을 보내므로 의미가 없다.
고객의 멤버십 카드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
포스대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휴대폰을 사용하는 등 업무 이외의 행위를 하지 않는 것. 주로 카운터 업무를 봐야하다보니 끼니를 여기서 때울 수야 있지만 손님이 있을 때 대놓고 이러는건 문제가 된다. 식사를 하던 중이라도 손님이 왔다면 식사를 잠시 멈추고 손님에게만 신경을 써야 한다.
유니폼의 청결 상태과 이름표
계산대에 상품 이외의 물건을 두지 않는 것. 정확히는 틈틈이 청소하거나 정리하는 등의 일로 청소도구나 아직 정리/진열하지 않은 상품이 올라와 있는 것 정도로는 크게 뭐라 하지 않는다. 다만 책, 휴대폰, 노트북 등등 개인 사물이 올라와 있는건 안된다.
매장 청결. 당연하지만 더러운 가게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진짜 광이 날 정도로는 아니라 해도 대충 봐도 더러워보이는 수준이면 문제가 된다. 주로 매장 바닥이나 시식대 등을 자주 검사하는 편.
상품 전진배치 및 선입선출: 편의점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도 자주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전진배치와 선입선출은 중요한 것이다
이것들을 일목요연하게 말을 할 수 있었어야 하는걸까. 한편으로는 이 항목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이 사항들을 기억하고 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불시로 모니터링 요원이 닥칠 수 있으니. 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알바도 잘릴 수 있으니까... 그것만은 안된다. 아직 다른 알바나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니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이렇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다니.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버리고, 내가 내 힘으로 구한 건 겨우 단기 아르바이트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생각할수록 슬퍼졌다. '쉬운 일'이라고들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조차 나 같은 사람에겐 너무 버거운 일인가. 나는 결국 1인분도 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건가.'
솔직히 지금 내 상태는 바닥이었다. 그 바닥에서 문득, 그냥 쓰러지고 싶다는 좌절감이 덩어리째 올라왔다. 실패가 성공을 삼켜버린 삶. 성공했던 순간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실패의 기억들. 이런 기억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야 할지... 그 답을 찾기란 여전히 어렵기만 했다.
혼자 고민하다 보면 결국 같은 생각의 쳇바퀴 속에서 맴도는 기분이 든다. 내가 놓친 부분이나 다른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저에게 큰 도움이 될거에요.
여러분은 면접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특히 어떤 질문이 가장 어려웠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처럼 실패를 겪은 분들도, 아니면 성공적으로 면접을 통과한 분들도 모두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