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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븐 Nov 29. 2024

면접을 앞두고, 나 떨고 있다.

두 번째 편의점 면접 전날

2024.11.28


단기 알바가 끝나고 주말 편의점 알바도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음속에서 뭔가 미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안정감 뒤에 따라오는 무료함, 그리고 어쩐지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 한 달 수입이 48만 원 남짓이라니, 이걸로 무슨 진정한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교육을 받을 만큼의 돈은 모였지만, 여전히 한 달 월급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위험부담이 크다는 생각에 자꾸 머뭇거려졌다. "적어도 배우고도 여유가 남을 정도는 벌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몸 여기저기가 안 좋아지면서 금전적 여유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어제 최근 티빙의 오리지널 예능 '랩퍼블릭'에서 다시 주목을 받는 신스의 '나침반' 뮤직비디오를 다시 보게 되었다. 카페와 편의점을 오가며 알바를 하고, 꿈을 좇는 그의 모습이 지금의 나와 너무 닮아 있었다. 오히려 남는 시간에 자신의 꿈인 음악에 매진하고, '쇼미더머니10'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실제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그의 모습은 나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빛났다. 지금 신스는 나와 같은 나이지만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는 이제야 겨우 알바로 삶의 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는데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QfymPI9wC8



2주 전부터는 다시 카페 알바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를 위주로 특별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 곳들만 골라냈다. 하지만 내 나이는 여전히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다. 지원서를 내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커피를 잘 내리고 직접 볶는(로스팅)을 하는 매장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할 테니 내 차례가 오기는 더 힘들었겠지. 지난 놓쳤던 기회가 더 슬프게 느껴진다.


현실적으로 경력이 쌓여서 가능성이 있는 편의점 알바 공고도 찾아봤다. 그러나 대부분이 주말 근무를 요구하는 공고라 아쉬웠다. 편의점 공고를 찾기 시작한 지, 한 주 이상 지난 오늘에서야 현재 일하는 곳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서 새로운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시간대는 주말 오전보다 훨씬 까다로워 보였다. 아이들 하교 시간과 직장인 퇴근 시간이 겹치는 바쁜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한가할 줄 알았던 시간대가 오히려 가장 바빴었다.


가끔 지나가면서 보았을 때, 지금 근무하고 있는 편의점보다 넓은 매장 내부에는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손님이 많아지면 치울 일도 늘어날 게 분명했다. 저녁시간이 따로 주어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주말 오전 편의점에서처럼 사람이 없고 폐기를 마음껏 먹으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닐 것 같았다.


오늘 오전에 해당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저녁을 먹던 중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 님. ~~ 편의점입니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 12시 30분에 면접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간단히 답을 보냈다. 30분쯤 지나고 다음 메시지가 왔다.


“그럼 이력서 가지고 매장으로 오세요.”


처음 메시지의 친절한 어투에 비해 뒤이어 나온 말투가 왠지 건조하게 느껴졌다. ‘그럼’이라는 연결어가 자연스럽긴 했지만, 뒤이은 ‘가지고 오세요’라는 표현은 준비 사항을 요구받는 입장에서 현실감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내가 그곳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문득 머릿속에서 우려가 다시 피어올랐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상처받기 싫은 나의 성향이 자꾸 이런 걱정을 키워낸다. “꼰대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일까?”


도망치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이 박동을 넘어 두드리는 소리를 냈다. 똑딱똑딱, 초침은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갔지만, 나는 그 소리가 나를 조소하는 것만 같았다. 시간은 늘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으니까.


머릿속엔 벌써 내가 부적응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서툴게 계산대를 지키는 나, 쏟아지는 손님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나, 그리고 그것을 인수인계나 CCTV를 통해 쨰려보는 사장의 눈빛. 자꾸만 "될 리가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그 불안이 끝도 없이 나를 파고들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 두려움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손끝에서 심장의 진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심장은 더욱 빨리 뛰고, 나는 점점 작은 방 안에 갇히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 글은 푸념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푸념이라도 남겨야 했다. 그래야 내 불안을, 이 고요한 초침 소리 사이사이에 숨은 심장의 소리를, 어딘가에 묻어둘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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