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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븐 Nov 22. 2024

재테크, 시작합니다.

세 달만에 첫 해외주식 투자

2024.11.19


2024년 9월 10일, SPLG의 주가는 67.03달러였다. 10월에는 67.39달러로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11월 19일에는 69.44달러로 3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만약 내가 재테크를 고심하다 다음날 투자했더라면 3퍼센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9월달에는 배당도 있었으니, 1달러도 안 되는 약소한 금액이겠지만 소소한 배당 수익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은 했다. 지난 월요일에 말이다. 첫 월급을 받고 세 달만의 일이다. ​ 재테크를 고민하며 아빠의 어려움을 떠올렸다. 그는 늘 내게 미래를 대비하라고 당부하곤 했다. 노후 자금이란 단순히 “모으는 것” 이상의 문제였다. 가지고 있는 돈을 불리되, 무엇보다 잃어서는 안 된다는 진리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아 헤매느라 더 복잡해졌다. 결국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선택이란 결론을 얻는 데 세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투자에 대한 작은 공부


그동안 아주 약간 더 주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S&P500 ETF는 꽤 다양하게 있으며, 소수점 투자를 하게 되면 수수료가 조금 더 붙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대별로 환전 우대가 다르고, 증권사마다 수수료도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 특히 SPLG는 비교적 주당 가격이 저렴해 5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는 나도 한 달에 한 주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SPLG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투자의 첫 관문, 쉽지 않은 시작


막상 투자를 하려고 하니 돈을 넣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토스였다면 알아서 환전을 하고 주식에 넣어주었겠지만, 편리한 대신 수수료가 많이 비싸다. 그밖의 다른 이벤트도 없었다. 반면 키움증권에서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에게 33달러를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3개월 동안 수수료 무료 이벤트도 있었다. 게다가 정상가이더라도 토스보다 저렴했다.


앱을 써본 적이 없으니 앱의 구조를 알아보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처음 접하는 증권 앱이다 보니 수많은 메뉴와 버튼들이 마치 외국어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본인인증도 짜증날만큼 했다. 주문 화면, 잔고 확인, 매수와 매도 버튼 사이를 오가며 혼란스러워했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어떤 메뉴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헤매다시피 했다. 처음에는 실수할까 봐 조심조심 클릭했고, 그렇게 천천히 앱의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하나씩 익혀나갔다. 계좌에 돈을 넣고, 매수하는 방법, 그리고 계좌 잔고를 확인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갔다.


키움증권의 원화주문서비스는 고객이 원화를 사용해 해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돕는 편리한 서비스다.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계좌에 보유한 원화로 미국 주식 매수가 가능하며, 주문 시 자동으로 환전이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고, 모든 거래 내역이 원화 기준으로 표시되어 간편하다.


주문 금액은 전날 기준 환율에 5%를 더한 가환율로 계산되며, 다음날 실제 환율로 정산된다. 정산 후 발생한 차액은 고객 계좌로 입금된다. 다만,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가환율 적용으로 인해 주문 금액의 5%는 사용이 제한되었다. 그래서 주문금액에서 조금 더 돈을 넣어야 했다. 그걸 또 계산하기는 귀찮기도 하니 만 원 정도 여유 있게 넣었다.



투자, 그리고 안전을 고려하다


이번 달에는 33달러를 포함해 3주 정도를 미리 넣어두었다. 솔직히 말해 더 많이 투자하는 게 좋기는 하겠다. 지금이 가장 저렴한 시기일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름의 계획은 있었다. 적당한 현금 유동성을 남겨두고 싶었고, 그 한도를 명확히 정해두었다. 한 달 생활비의 4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비상금으로 마련해두었다. 이는 언제든 원할 때 교육을 받거나, 혹시 모를 병치레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막상 돈을 투자하고 나니 안전 자산에 대한 신경이 더욱 예민해졌다. 혹시라도 마이너스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금액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행히 어떤 순간에도 마이너스는 나지 않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금액을 보며 느끼는 짜릿함과 긴장감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래에 대한 담대한 전망


지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당장 미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S&P500만큼 ‘안정적인’ 수익원도 드물다고 확신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고, S&P500은 그중에서도 가장 우량한 500대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들이 망하지 않는 한 지수는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과거 수십 년 동안 S&P500은 연평균 약 10%의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한때 적금도 고민했지만, 쉽게 돈을 뺄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했고, 이자율은 형편없어 차라리 투자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주식은 필요하다면 금방 팔 수 있으니까 유동성 측면에서도 우월했다. (해외주식은 2,3일 걸리긴 한다) S&P500에 돈을 넣고 나니, 적금처럼 안전하되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큰 대안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물론 변동성이 있지만, 길게 보면 이런 선택이 현명한 결론으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


작은 성취의 기쁨


결심한 바를 실천에 옮기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투자금은 화면 속 숫자로 조용히 불어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엔 더 커다란 무언가가 피어나고 있었다. 마치 비 오는 날, 구석진 땅에서 보이지 않던 씨앗이 갑작스레 싹을 틔우는 것처럼.


돈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미래를 향해 심은 작은 씨앗이고, 세월이라는 햇살 아래 천천히 자랄 것이다. 저 먼 날, 나는 아마도 이 씨앗이 만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을 것이다. 그 나무가 나를 얼마나 오래 지켜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내 손끝에서 흙냄새가 느껴진다. 땅을 일군 기쁨이란 이런 걸까.


“나의 씨앗은 잘 자라고 있다.” 나는 조용히 화면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투자란 이름의 땅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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