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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ptembark Jul 23. 2024

혼자가 아닌 같이 커피를 마신  날

커피로 이어진 인연


오늘은 ‘은둔형 외톨이’로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날입니다. 처음으로 다른 분과 함께 커피를 마셨어요. 그리고 혼자서는 하루에 한 곳의 카페만 들렀었는데, 처음으로 하루에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는 경험을 하였죠.


약속은 몇 주 전부터 대략적으로 잡혀있다가 이번 주에 실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총 3명이 모였어요. 저와 멀리서 오신 분(이하 A)이 점심시간 이후 홍대 인근에서 먼저 만나고 다른 분(이하 B)이 나중에 합류했습니다.


우리를 이어준 매개체는 커피였습니다. A님과는 커피 모임에서 알게 되어 자주 연락하며 커피 추천을 주고받았지만,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었어요. B님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대화한 적은 없었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오는 길에 인상착의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습니다. B님 말씀처럼 당근마켓 중고거래와 비슷한 정보 교환이었어요. 점심시간의 홍대입구는 사람이 많았지만 금방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방문한 카페는 총 세 곳이었어요. A님이 원래 가고 싶었던 카페가 있었는데, 슬프게도 오늘 휴무더군요. 그래서 인근에 유명한 커피숍 한 군데를 먼저 들렀답니다.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좀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둘이 앉을자리가 있었어요.


처음으로 맞는 상황이었지만,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편안했습니다. 그분도 MBTI가 I로 내성적이었고, 은둔형 외톨이인 저도 I 성향이 강했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홍대입구역은 사람이 많고 습했어요. 그래서 너무 더웠답니다. 그래서 첫 잔은 아이스로 마셨습니다. 평소에는 커피의 향미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밖에서는 주로 핫으로 마시는데, 아이스커피는 식었을 때의 맛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심 부끄러웠지만 커피를 매개로 다른 분과 1대 1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나름 편안했습니다. 다만 어제 비가 와서 신발과 양말이 젖어 불편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는 좀 마른 줄 알았는데, 좀 걷다 보니 축축한 게 느껴졌어요. 여벌의 신발도 없고, 돌아가거나 만나기 전 따로 신발을 구매할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올 때는 잘 몰랐는데, A님은 아침에도 일을 하고 오셨고 저녁에도 일이 있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만나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기서의 커피는 A님이 결제해 주셨습니다.


다음으로 간 카페는 걸어서 3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A님과 전화를 나눌 정도로 친하시고, 저와도 두어 번 만난 적 있는 분이 근무하시는 카페였어요. 편의상 C님이라고 하겠습니다.


직원분이시다 보니까 메뉴 추천도 적극적이시고, 직원 할인을 해주셨어요. 이번에는 제가 적극 나서서 결제를 했어요. 받은 만큼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고 멀리서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제가 돈을 내는 쪽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전 카페에서 마셨던 원두가 여기에도 있어 주문했습니다. 같은 원두라도 여러 스타일에 따라 다른 뉘앙스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C님은 사진을 잘 찍으시는 분이라 여러 가지 팁을 알려주셨어요. 화면의 비율을 바꾸고, 찍는 구도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 사진이 좀 더 늘지도 모르겠어요. A님은 제 사진도 괜찮다며 독려해 주셨습니다.


다음 카페는 걸어서 15분 거리로 좀 더 멀리 있었어요. 규모는 작지만 생두까지 산지에 가서 가져올 정도로 커피에 진심이고, 로스팅 대회에서 수상도 한 곳이죠. 몇 달 전에는 해외 셀럽이 방문해서 더 유명해진 카페였어요. 앞선 카페들과 달리 모두가 처음 가보는 카페였습니다. 제가 적극 추천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고, 다른 분들은 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셨어요.


카페에 들어서 B님이 먼저 앞쪽에 앉아 계셨어요. 사실 사진으로도 한 번도 뵌 적 없었고, 인상착의를 교환하지도 않았는데 왠지 그럴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인사를 건넸죠. 직감이 맞아서 다행이었어요.


이 카페는 저가 라인업부터 비싼 라인업까지 다양한 커피를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해외 산지에서 경매로 가져온 1등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서 저는 그걸로 주문했고, A님은 중가(이것도 만 원이라서 일반적으로는 고가죠.) B님은 6~7천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커피를 고르셨답니다. 이번에도 제가 내려고 했지만 A님이 내셨어요.


아무래도 3인이다 보니 이 카페에서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A님과 B님은 온라인 커피 모임도 같이 하셔서 더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어요. 신기했던 건 사는 곳이 다른데 같은 요가 학원에서 요가를 배웠다는 거예요.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니까, 카페 사장님께서 서비스도 많이 주셨어요. 모두가 처음 방문이었는데, 그래도 커피에 진심인 것들이 느껴지니까 좋으셨나 봐요. 그렇지만 여기까지는 통상 줄 만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단순한 감사에서 머물렀어요. 그런데 나중에 잔에 17,000원짜리 커피를 따로 내려주시는 거예요.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죠.


제가 오늘 만났던 분들은 참 다정하셨어요. 커피에 대해서 업으로 삼고 계시지는 않았지만, 따로 공부도 하시는 열정도 보이시는 분들이었죠. 처음 실제로 만나 뵌 것임에도 불편함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커피라는 공통 관심사가 우리를 연결해 주었고, 그 안에서 더 깊은 대화와 교류가 가능했습니다.


평소 ‘은둔형 외톨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던 저에게 이날의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고, 낯선 상황에서 불안해하던 제가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커피라는 매개체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이 제게 큰 용기와 위안이 되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로서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이 이날만큼은 사라진 것 같았어요. 오히려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더 자유롭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만남을 통해 커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도 또 만나 뵐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때는 더 많은 커피 이야기와 함께, 서로의 삶에 대해서도 더 깊이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쌓여 언젠가는 저도 더 자신감 있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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