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로 보이는 빛과 그림자
2024.10.06
피로가 쌓인 금요일 오후,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난 목요일 단순히 왕복 두 시간 반의 여정, 두 시간 동안의 라떼아트 연습 그리고 만 보 정도의 걸음이었을 뿐인데, 몸은 마치 큰 산을 넘어온 것처럼 지쳐있었다. 일요일, 한 주의 일을 모두 마친 지금까지도 몸이 피곤해서 오후에는 계속 낮잠을 자며 피로를 회복하려 했다.
어쩌면 지난 두 달간의 주말 알바가 내게는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서른한 살을 지나 서른두 살이 된 지금, 내 인생 첫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주말 알바뿐이다. 다른 이들은 일주일에 오일, 혹은 그 이상을 일하며 살아가는데, 나는 고작 이틀을 일하고도 이토록 지친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누군가는 내게 선물도 건넸다. 작은 선물들을 받아들며 잠시나마 따뜻해진 마음이었지만, 그 온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선물이라는 물질적 위안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더 깊은 갈증이 있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고 싶은 그런 갈망. 선물은 잠시 미소 짓게 하지만, 그 이면의 외로움까지는 달래주지 못한다.
창가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가끔 오는 연락들도 실체 없는 희미함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거리감은 어쩔 수 없다. 진정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의례적인 소통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서로를 더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보다는, 그저 일상적인 대화의 연속. 그래서일까, 우울함이 스며든다.
어젯밤의 불꽃놀이. 보지 않으려 해도 진동이 방 안까지 전해져 왔다.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불빛은 내 방 천장에 흐릿한 그림자들을 만들어냈다. 저 화려한 불꽃을 즐기는 이들은 누구일까? 연인일까, 오랜 친구일까. 적어도 그들은 혼자가 아닐 것이다.
나는 백만 명이나 되는 인파 속으로 들어가고 싶진 않다. 그런 북적거림은 내게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저 불꽃을 함께 바라보며 감상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전화를 걸었을 때 반가워해 줄 사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도 기꺼이 들려줄 사람.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은 순간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다 사라졌지만,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누군가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불빛처럼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을, 그리고 그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처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누군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