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들과의 만남에 분주해집니다. 하지만 31살의 히키코모리인 제게 명절은 그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여전히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저에게 유일한 변화라면 외할머니를 뵈러 가는 짧은 방문뿐이죠.
취업이나 연봉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여전히 무거운 주제입니다. 특히 외할머니께서는 저를 '아픈 손가락'이라고 부르시곤 합니다. 그 말씀에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습니다. 아직 정식 직장을 갖지 못했고, 최근에야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외할머니 댁에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돈을 받습니다. 그 돈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제가 언젠가는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의 표현 같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가족들과의 대화는 대부분 잔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살 좀 빼라", "이런저런 심부름 좀 해라", "쓰레기 좀 버려라", "설거지 좀 해라", "나와서 불 좀 꺼라" 등등의 말들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이런 잔소리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명절이라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죠.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가끔 고급 커피를 내려 가족들에게 건넵니다. 이는 상황을 바꾸려는 의도가 아닌, 그저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얼마 전에는 언스페셜티 월픽으로 구매한 파나마 엘리다 부엘타 DRD 내추럴을 선보였고, 오늘은 파나마 롱보드 미스티마운틴 바이오 다이내믹 게이샤를 내려드렸습니다. 특히 롱보드 같은 경우는 매장에서 한 잔에 5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커피입니다.
때로는 가족들이 이런 고급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작은 나눔을 통해 제 나름의 방식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절 당일, 저는 외할머니 댁을 방문합니다. 이것이 제 명절 일정의 전부입니다. 세배를 드리고 용돈을 받습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어쩌면 더 좋은 커피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는 다시 제 방으로 돌아와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세상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곳에서 저는 또 다른 형태의 소통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명절은 특별한 시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연속일 뿐입니다. 끊임없는 잔소리와 심부름, 그리고 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죠.
매일 받는 용돈에 담긴 응원, 그리고 고급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 이 모든 것들이 제 명절을 구성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제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금까지는 돈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었지만, 알바를 하고 돈을 다시 만지게 되면서 취직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커피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조금 당당하게 취직을 하여 외할머니 혹은 친척들을 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할머니의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시는 것이 걱정됩니다. 좀 더 오래 뵙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이번 명절은 그렇게 잔소리와 사랑이 뒤섞인 채, 조용하고 평범하게 지나갑니다. 외할머니와의 짧은 만남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언젠가 제가 맞이할 변화와 성장을 위해, 지금은 이 고요하고 단조로운 시간을 견뎌내려 합니다. 그리고 다음 명절에는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외할머니를 뵐 수 있기를, 그리고 외할머니의 건강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