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아래

Rancho Don Pancho, Playas de Rosrito,

by 또마스

분주한 오전의 일이 다 끝나고 함께 먹는 점심을 마치고, 아이들과 젊은 어른들은 거의 수영장으로 갔다. 나이든 어른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천천히 점심을 즐기거나, 누군가 넉넉히 사온 간식을 덜어 나누며 얘기를 이어간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아침의 역할을 다 한 나는 가만히 보이지 않는 껍데기를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모두가 잘 보이기는 하지만, 모두에게 잘 보이지는 않는 나무 뒤 그늘의 풀밭이 싱그러워보여서 가만히 거기로 갔다. 반쯤 물이 남은 1리터 짜리 코스트코 물병을 땅에 내려놓고 가만히 베고 누웠다. 햇볕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하지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 충분히 그늘을 만들어주는 풀밭에 누웠다. 바닥은 살짝 울퉁불퉁했다. 잔디도 넉넉하게 푹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곤은 충분이 푹신한 완충재가 된다. 잘 풀어진 긴장은 포근한 이불이 된다. 검게 그을은 팔뚝으로 적당히 햇볕의 각도를 막았다. 세상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잠이 들었던 것일까? 꿈을 꾸었다는 느낌에 살짝 놀라 깨었지만, 다시 몸을 외로 틀고 조금 더 잤다. 그리고, 다음에는 꿈 없이 깼다가, 다시 반대로 몸을 돌리고 조금 더 잤다. 풀밭은 조금 딱딱했지만, 괜찮다. 어릴 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웠던 무덤가 잔디밭은 뾰족하고 거칠었는데, 이 거친 날씨 속에 자라는 잔디는 보들보들하다. 충분히 잤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햇볕을 피해 잠을 잔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날이 살면서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가만히 나뭇잎을 스치며 시간 흘러가는 소리 속에 잠드는 것.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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