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예인들을 보게 되다
바야흐로... 10여 년 전,
어느 맑고 찬 공기 가득한 겨울날.. 새벽 2시쯤... 충무로 '한국의집'
모래가 반쯤 채워진 항아리 안에 담배꽁초들이 무지하게도 꼽혀 있는 그 위로 박스 종이를 좀 더 찢어 넣고
장작개비 몇 개를 더 넣고 불을 살라서 활활 타는 난로를 만들어 놓고는 나와 동료직원 한분 그리고 경비하시는 직원분..이렇게 셋이서 손도 쬐고 뒤돌아 등짝도 좀 쬐고... 그러면서 오늘 야간촬영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잡담들을 하고 있었다.
저~~ 쪽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후다다다다~ 달려오더니 우리들 셋 사이로 끼어들고는 활활 타고 있는 불을
쬐며 손을 비비댔다.
개그맨출신.. 명 MC 유재석이다.
재석: "어후~~ 추워~! 와~~~~ 진짜 춥네요~"
나 : "아! 안녕하세요 진짜 추워요 오늘.."
재석: "여기 딱 오니까 불도 쬐고 좋은데요~ 아 근데 저희 촬영 때문에 퇴근도 못하시고 어떡해요.. 아이참.. "
나 : "에이 ~아니에요 뭘.. 퇴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밤을 새워야죠 뭐... 에이~괜찮아요.. 일 일데요 뭐 하하하"
재석 : "어?? 어... 혹시... 지난번에도 여기 계셨죠?"
나 : "넵!! 기억하시네요 ㅎㅎ 무한도전 때 봤었어요"
재석 : "그래요 맞아~ 저희가 무한도전도 여기서 한번 찍었죠.."
나 : "한번 아니고 두 번인데요~ 무한도전은요 ㅋ"
재석 : "두 번요? 여기서요?"
나 : "저 지금요.. 유재석 씨 이거 런닝맨까지.. 세 번째 뵙는 거예요 ㅎㅎ"
재석 : "아하~~ 그래서 그런가?~뭐 하튼~낯이 설지는 않네요~~ㅎ"
나 : "그렇죠? 이거 몇 시까지 찍어요?"
재석 : "제가요??.. 전.. 모르죠~ 근데 아침 되기 전에 끝내야 하긴 해요..이거 찍고 바로 또 용산 넘어가서
거기 아이파크몰에서 다음 회 분량 찍으러 갑니다.. 아~ 저두 사실 졸렵고 피곤하고. 힘들어요. 촬영.. 너무 ~"
대략 이런 얘기를 나누며 활활 타오르는 불에 손을 쬐고 비벼대며 둘 다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때 좀 구면이라고 해서.. 혹시 얘기하다가 내가 좀.. 젠틀한 유재석을 가벼이 대해서
실례를 범한건 아닌가 싶다)
"유재석은... 정말 젠틀하고 예의 바르다. 공인이라고.. 혹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신분을 가진 듯
거만하지 않고 카메라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상관없이 일반인들에게 항상 편하고 친근하다"
라는 소문은 사실인 게 맞다. (느닺없이? 인성 평을..^^;)
이제는 10여 년 전의 얘기가 되어가지만.. 한때 (2010년~2013년) 나는... KBS, SBS, MBC 등의 드라마나 영화 촬영.. 그리고 TV예능프로, 광고 cf나... 또는 한국관광공사, 서울관광마케팅의 해외홍보용 영상 촬영 등에 관여하는 일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방송국이나 영화사.. 혹은 CJ 같은 콘텐츠 제작회사에 있었다는 건 아니다.
그 이전 10년간 국민소프트웨어 IT회사에 다니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공 쪽으로 전향,
이직을 하게 되었고.. 공공 쪽 내부 인사발령 특성상 순환 근무를 하다 보니 한.. 3년여 동안은 각계각층의
사회적 공식행사, 리셉션, 촬영 등을 위한 시설 대관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었었다.
(드라마, 영화 촬영을 위한 대관이 특히 많았음)
하여.. TV드라마 등의 해당 촬영팀의 섭외담당자 또는 연출하시는 분과 함께 촬영 대관 계약과 촬영 일정을
협의하고 그 외 촬영일 배우 연기자 및 여러 보조출연자...(자나 가는 행인 1 같은 엑스트라 분들)들의
대기장소 확보, 대관비 정산 등... 대관 담당자로서 촬영에 따른 부수적인 일들을 많이 했었다.
그 덕에 아주 특별한 신분과 자격을 얻은 것처럼 드라마 등 촬영 현장을 출입제한 없이 드나들 수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연기자들을 가까이서 볼 수도, 가끔 촬영신이 끝난 연기자와
인사도 나누고.. 또 어떤 날은 어떤 배우와 서슴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생각지도 못한 재밌는 얘기에
폭소가 터지는 때도 있었다. (내 성격에 그땐 왜 그리 오지랖을 떨었었는지 모르겠다)
탤런트, 영화배우, 개그맨, 모델, 가수, 아나운서 등 기타 방송인들도 그냥 사람이더라..
일상적이거나 길지 않게 잡담 같은 얘기도 편하게 나누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일화는.. 내가 2PM의 옥택연과, 연기자 손담비에게 '의문의 1패'를 직접 던져준 적도 있다.
택연과 손담비가 내 바로 옆에 떡~허니 서 있는 줄도 모르고는 이 두 사람을 본 로비 데스크 여직원 둘이서
얼굴이 홍조가 되어 어쩔 줄 몰라하며 호들갑을 떨길래 "왜 그래요?" 하고 내가 물으니.."꺄~ 택연이잖아요~
어머 어떡해 어떡해 ~~" 하며 난리다.
나는 "네에?? 택연?? 그게 누군데요~~??" 했다...
(난 그때 택연이 누군지 진짜모름. 손담비가 탤런트인지도 나중에 알게 됨)
이후로도 여러 드라마를 촬영하는 몇몇 연예인들을 쉬는 타임에 휴게실로 데려다 놓고 믹스커피도 마시며
같이 사진도 찍곤 했었고, 특히, 지금은 전직인 모(P) 대통령도 두어 번 아주 근거리에서 볼 수도 있었다.
(그때는 대통령 되기 전임. ㄱ ㅎ 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근 사 모>라는 팬클럽이 있더라)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도 참 많았는데 그 사진을 다 어딜 갔는지 (실수로 백업 없이 지웠는지...ㅠㅠ)
지금 남은 사진은 겨우 김보연, 전인화, 임현식, 길용우, 이성우(배우), 정애선, 정찬우, 김태균,
MBC이동윤 PD.. 이분들과 각각 찍은 사진들 뿐이다.
제일 아쉬운 건..
MBC무한도전 두 편(2회분), 그리고 SBS런닝맨 1회 분도 찍으면서 중간중간 촬영을 쉬는 시간에
잠깐 얘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하곤 했는데 유독 유재석 씨와 사진을 찍어둔 게 없다는 것.
아.. 쉽.. 다...
유재석 씨는 지금까지도 항상 겸손하고 배려심 강하고 예의가 좋은 '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여러 연예인들을 잠깐씩 대하다 보니... 인기 좀 있다.. 이름 좀 있다.. 스타다... 하는 연예인이나
공인들 중 일부 몇몇은.. 정말 인성이 좀... 그런 이들이 있다.
(나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느끼고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일반인과 말을 섞거나 마주치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어쩌다 말을 걸어도 '너는 일반인, 나는 연예인..'
머릿속에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가운데 사이에 벽을 세우듯 상대방 겸연쩍게 무반응하거나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 자체도 무시해 버리고 어쩌다 마주치는 것 자체를 짜증내하고 너무 곤욕 슬려 하거나
하며 그 자리를 피하는 부류들이 좀 있다.
이나영, 김응수, 비, 유재석, 송지효, 하하, 지석진, 이광수, 김종국, 송중기, 닉쿤, 옥택연, 박상면, 심양홍,
최불암, 손담비, 안재욱, 성유리, 서현진, 이혜정(빅마마), 최지우, 김준현, 이경규, 이정섭, 김태원(부활), 이윤석, 진미령, 홍진경, 정형돈, 주상욱 등등등.. 많은 연예인과 공인들을 만났다.
당연히 그 많은 사람들과 모두 다와 얘기를 나누고 웃고 했다는 건 아니다.
공간상 조금 떨어져서 보거나 스치듯 지나치면서 인사한 배우도 더러 있다.
정말 많은 배우들과 얘기해 보았지만 최불암, 김응수, 빅마마, 심양홍, 성유리, 김보연, 전인화, 임현식..
그리고 유재석 씨.. 이분들은 참 편안했고 일반인인 나를 편하게 대해 주었다.
특히나 의외였던 분은 김응수 씨~
"묻고 더블로 가~!!"
이 분은 촬영시간에 늦는 법이 없다
(촬영을 보면서 안건대.. 주연급 배우일수록 되게 늦게 도착하더라)
김응수 씨는 다른 드라마 촬영 때 몇 번 봤지만 촬영 때마다 한 시간 전부터 미리 와서 대본을 보며 기다린다.
분량을 마치고 오솔길을 우연히 같이 걸어 내려가게 되었는데 그냥 수수한 옆집 아저씨?
웃기도 잘 웃는다..
여하튼, 그러다가...'매장 문화재 발굴' 하는 부서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촬영 관련 업무와는 '빠이빠이' 하게
되었지만 재미도 있고 활력소도 되었던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요즘같이 불경기에는 재미나는 일도 신이 나는 일도 없다.
매일 지루하게 그냥 그냥 지나가는 것 같다.
어찌하다 보니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던 연예인들 이야기.. 촬영장 얘기..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얘기지만..
내게는 감사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