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900미터, 한계령에서는 사람 사이 보다 하늘이 더 가깝다
2013년 9월 어느 날...
더웠던 여름의 기운이 꺾이고
습기 없는 마르고 시원한 바람이 살살 불어오던... 가을이 오고 있던 계절에...
인제를 지나고... 원통을 지나... 굽이굽이 이어지는 44번 국도를 타고 한계령으로 향하는 길...
길 꼭대기에 다다르자 고개를 들기도 전에
하늘이 먼저 내 이마 위에 걸쳐져 있었다.
한계령 휴게소!
뜨거운 호떡과 또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전망대 난간에 기대어 섰다.
눈앞으로 멀~~ 리 펼쳐진 산맥들은 구름과 맞닿은 듯 보인다.
해발 900미터...
한계령에서는 사람 사이 보다 하늘이 더 가깝다
그 느낌이란...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하늘..
한계령에서는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가까움?
찰나지만.... 잠시나마 나와 하늘만 있는 듯하고
산맥을 따라오는 바람 소리 속으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를 느낀다.
2025년 8월 14일 목요일...
12년 전 그날....
바쁜 일상을 잠시 잊고 올랐던 한계령에서 스치듯 났던 생각과 한계령에서의 감상...
휴대폰 메모장과 페이스북에 끄적여 놓았던 '세 줄'...
" 해발 900미터...
한계령에서는
사람사이 보다 하늘이 더 가깝다 "
오늘...
다시 발견하다!
그것은...
그날의 한계령이 나에게 선물해 준 찰나의 시상이자,
사진처럼... 혹은, '크로키'처럼 남겨둔 소중한 기록이다.
그날...
오색을 지나 낙산해변을 향해 다시 출발하기 전,
나는 그곳에서 잠시 머물렀었고...
여름이 식어가는 끝자락의 하늘과
...
나는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2017년,
서울 - 양양 간 고속도로의 전 구간이 완전히 개통된 후로는 한계령 휴게소를 찾지 않았다.
고속도로와 미시령과 진부령이 한계령을 버렸다.
보고 싶다.
마치..
휴게소가 한계령 전체를 품고 있는 듯, 동해바다를 지켜보는 경관과
해발 900 고도의 기상과 백두대간의 기개가 듬직했었던... 한계령 휴게소에
다시 가 보고 싶다.
낙엽이 많이 떨어지는 가을...
11월의 한계령 휴게소에 들렀을 때에는
하늘보다 사람 사이가 더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