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미숙아로 낳고 신생아중환자실에 보낸 부모들, 특히 엄마들을 제일 처음 덮치는 감정은 죄책감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안함, 내가 무얼 잘못해서 아이가 그렇게 됐을까, 혹은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서 아이가 저렇게 됐을까 지난 임신기간 동안 내가 했던 소소한 모든 행동들을 곱씹고 복기하면서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들이 다 죄가 된다.
나도 그랬다.
임산부 주제에 운동을 너무 많이 한 게 원인인가? 혹은 운동을 너무 하지 않았나?
임산부 주제에 출퇴근을 하며 일을 한 게 원인인가?
음식을 좀 더 가려 먹을 걸 그랬나?
병원을 동네 산부인과가 아니라 대학병원 같은 델 다녔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까?
임신한 여성이 조산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하면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개 나이가 많은 임산부나 당뇨 고혈압처럼 임신 이전에 무언가 기저 질환을 앓고 있던 여성들이 조산을 많이 하는 경향성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정확한 원인이 아니다.
나와 함께 아기를 조산한 한 임산부는 20대 초반이었고
대부분의 조산한 엄마들은 건강하고 비교적 이상적인 건강상태를 가진 여성들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산부가 조산을 하면 일단 아이 몸에 엄마로부터 물려 받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없는지
엄마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던 태반이나 탯줄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검사한다.
나의 경우엔 원인을 알수 없는 감염이 있었을 거라고 추정한다 했다.
태반 조직검사 상에서도 균이 발견됐고, 이 같은 엄마 쪽 감염이 있는 미숙아들의 경우에는 조직발달이나
기관 성장 등 향후 예후에서 더 안 좋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의학적인 지식들과 의사들의 말들을 걷어내면 결국은 내가 잘못해서 아이가 그렇게 고생한다는 것이었다.
죄책감은 죄가 되고,
엄마는 죄인이 되는 순간.
한 의사는 이렇게도 표현하더라.
태반을 통해서 엄마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자궁이라는 집에서 아이가 있어야 하는데
감염은 그 집에 담배연기를 불어 넣는 거랑 똑같은 거라고 상상하면 된다고
생생하게 내 죄를 인식하는 순간.
그 말을 듣는데,
내 아랫배의 수술 자국은 마치 도망노비의 몸에 새겨지는 낙인처럼 지독히도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시행한 그 감염이 조산의 원인이냐는 내 질문에 의사선생님 그 누구도 그렇다고 확언하지 못했다. 그 이후 찾아본 많은 기사와 논문을 통해 최근 급증하는 조산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원인미상.
그렇다면 나는 이걸 운명이러고 받아들이겠다. 나와 내 아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그래서 결연히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내주겠다고
나는 죄인이 아니라 엄마로 살겠다고
미안함은 살면서 아들에게 다 갚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