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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Aug 06. 2019

진지하게 텀블러 사용하기 1년 후기

플라스틱아 썩 물렀거라!!

1년 전 브리타 정수기와 스테인리스 빨대 이야기를 하면서, 오래 쓰는 물건들은 비싸다는 푸념을 거창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뒤로 정말 진지하게 1년 동안 텀블러를 사용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커피숍에서 텀블러에 커피를 주문했다. 작게 잡아도 플라스틱 컵/종이컵을 100개는 아꼈다. (뿌듯) 1년 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느꼈던 불편함 혹은 편리함 그리고 감정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아, 가볍게 소개하자면 내가 구매한 제품은 스탠리의 클래식 원핸드 머그다. 인터넷에서 3만 원대 중반의 가격을 주고 샀다. 사실 살 때부터 장벽이 있었는데, 학생 지갑에서 텀블러에 3만 얼마를 지출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 딱 감고 샀다. 남는 돈으로 환경보호하는 게 아니고 내 돈 투자해서 하는 것! ㅋㅋ


상황별 텀블러 사용법

1. 카페에서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많은 커피숍들이 머그컵, 다회용 컵을 사용한다. 하지만 작년만 해도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컵이 허다했다. 작년에 카페에서 일을 할 때면 (주중 대부분) 항상 텀블러를 챙겼는데 노트북과 함께 백팩에 챙기다 보니 큰 부피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리고 일 하다가 급하게 이동할 일이 생기는데, 아주 요긴하다. 그냥 뚜껑만 슥 닫고 다른 곳에서 또 마실 수 있다. 요즘은 예상치 못하게 매장 내에서 종이컵을 주는 커피숍도 있는데, 텀블러를 내밀면 그런 두려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다.


2. 여행하면서

여행할 때엔 물통은 필수품이다. 보온 보냉 기능이 되는 좋은 텀블러가 있으면 여행 갈 때 든든함이 있다. 예전에 여행할 때 애매한 물통을 들고 가서 몇 번 쓰지도 않고 가방에만 처박혀 있거나 편의점에서 집어 든 페트병을 들고 다니기 일쑤였는데, 텀블러가 하나 있으면 물도 담았다가, 커피도 담았다가 정말 좋다. 편의점에서 홧김에 음료를 집어 드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애정 하는 텀블러의 효과는 강력하다. 


3. 소풍 가서

소풍 가면 누군가 음료수를 사 와서 여기저기 담아서 먹을 일이 많다. 이때 자신 있게 텀블러를 꺼내서 이것도 담아 먹고 저것도 담아서 마시면 된다. 종이컵 유저들 사이에서 묵직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귀찮음


1. 들고다니기 귀찮음

이 들고 다닌다는 동사 하나에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씻어 놓은 텀블러를 가방에 넣기. 텀블러를 들고 다닐 만한 크기의 가방 챙기기. 까먹지 않고 주문할 때 잽싸게 텀블러 꺼내기 등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2. 세척하기 귀찮음

밀폐된 공간에 음료가 담기면 당연히 세척이 필요하다. 그때 그때 물로 헹궈 줘도 집에 와서 생각날 때마다 솔로 씻거나 한두 달에 한 번씩 베이킹소다 샤워, 몇 달에 한 번씩 삶기 등등을 해 줘야 한다. 보통 아아를 마시는데, 너무 씻기 귀찮은 날엔 라떼를 마셔서 씻을 수밖에 없게 하면 된다.


3. 주문하기/설명하기 귀찮음

여전히 많은 매장에서 용량을 헷갈려한다. 내 텀블러는 크기에 비해 용량이 적은 편인데 473ml라고 하면 톨인지 그란데인지 벤티인지 매번 환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473ml는 약 16oz으로 보통 그란데 정도 사이즈인 것 같다. 전용 용기가 아니다 보니 바리스타가 얼음과 커피의 비율을 잘못 맞추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그 정도면 차라리 다행인데, 종종 대놓고 기존 용기에 제조한 뒤 텀블러로 옮겨주는 곳도 있다. 아 그럴 때마다 산산이 부서지는 내 마음. 덤으로, 목이 좁은 텀블러는 얼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기에 종종 불편하다. 구매 시에 참고하면 좋다. 


결론


귀찮음의 종류를 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이유는 더 이상 귀찮지 않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엔 몹시 귀찮은데, 플라스틱 컵을 하나 씩 줄일 때마다 성취감이 굉장하다. 1년 정도 쌓이면 이제는 플라스틱 컵의 질감이 어색하질 정도다. 혹시 이 글을 읽다가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이 드는 분은

눈 딱 감고 비싼 텀블러를 사서 매번 들고 다녀 보자

 텀블러에 애정을 주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일회용품을 줄이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덧) 마을, 동 단위로 공용 텀블러를 만들어서 어디서나 대여하고 반납하고 수 있는 서비스가 생기면 좋겠다. 혹은 아예 프라이빗하게 돈 내고 텀블러를 몇몇 지점에서 대여해주는 서비스는 어떨까? 수지타산이 안 맞으려나 ㅋㅋㅋ 돈이 많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사업이다. 이것 말고도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1회용 컵보증금 부활을 위한 프로젝트쓰레기덕질 커뮤니티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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