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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K Oct 04. 2022

다시 한번 기다림의 요가

다시 돌아온 요가원에서의 짧은 생각


새로운 삶에 대한 굳은 결심을 하고 떠난 외국에서 돌아왔다. 내가 꿈꾸던 삶이 있으리라 생각하였던 그곳에서도 남겨두고 온, 혹은 피해서 도망친 지난 삶의 상처가 현재 진행형으로 더욱 곪아 깊어져가고 있을 뿐이었다. 밤을 지새우며 고민을 이어간 끝에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한 지 닷새째 되던 날, 무거운 마음을 가득 이끌고 요가원을 찾았다. 요가원은 변함이 없었다. 따뜻한 오후 햇살을 담뿍 받으며 작지만 큰 공간을 채워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도 그곳에서 꽤나 먼지가 앉은 매트를 닦으며 마음을 다독였다. 수련이 시작되고, 걱정했던 대로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비해 몸이 많이 굳어 있었고 오른쪽 왼쪽도 헷갈려 문득 눈을 떠보면 옆에 계신 분과 마주 보게 되는 민망한 상황도 펼쳐졌다. 땀은 티셔츠를 흠뻑 적셨고, 다리 근육은 자주 쥐가 나서 뻣뻣하게 굳었다.

그래도 좋았다. 매트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땀방울을 느끼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동안 마음속의 빈자리도 조금씩 채워지는 듯했다. 선생님도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대신 여느 때처럼 자세를 교정해 주시며 편안히 수련하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백 마디 위로의 말 보다,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 주는 공간과 그곳을 따뜻함으로 채워가고 있는 분들의 존재 자체가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무엇보다도 오히려 힘을 풀어가며 몸이 먼저 열리기를 기다리는 선생님들의 요가처럼, 한시라도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강박에 고통받기보다는 조금씩 삶에 스며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열리고 채워질 마음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북촌 거리 끝자락의 작은 요가원. 처음 요가원을 찾았던 그날처럼, 아직도 서툴고 어린 마음을 다독이러 그곳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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