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절제를 배웁니다.

by 마루마루

아이를 기를 때는 새롭게 사야 할 것이 많다. 우선 먹고, 자고, 싸고, 입는 데 필요한 것을 구비해야 한다. 필수품 안에서도 선택지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결정 장애에 빠진다. 아기 침대와 침구류, 유모차와 카시트도 비교적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은 것부터 기능은 비슷하면서 디자인이 좀 더 세련되고 브랜드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고가인 제품까지 끝과 끝을 오간다. 필수품인 분유와 기저귀도 가격, 인지도, 기능의 차이가 크다 보니 고민이 생긴다. ‘혹시 이 기저귀를 써서 엉덩이가 무르지 않을까?’ 이런 걱정은 기저귀를 써보고 아이랑 맞지 않으면 바꾸면 되므로 해결이 쉽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지금의 선택이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되고 두려울 때 판단이 어려워진다. ‘분유를 잘못 선택해서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주면 어떡하지?’ ‘유모차/카시트를 잘못 선택해서 아이 허리에 무리가 가거나 변형이 오면 어떡하지?’ ‘사고가 났는데 싼 카시트를 써서 아이가 크게 다치면 어떡하지?’ 초보 엄마들의 걱정은 끝이 없다. 상술은 불안을 파고든다.


둘째까지 겪고 난 지금, 내 생각은 이렇다. 분유 값은 천차만별이지만 아무리 비싼 것도 우리 아이에게 안 맞으면 소용이 없다. 아기들은 출산한 병원에서 분유를 처음 만나지만 조리원에 가면 새로운 분유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 엄마들은 알아서 좋은 것을 줬겠거니 믿고 맡긴다. 아기들은 유모차/카시트를 오래 타고 있으면 불편하다. 불편한 아이는 울기 때문에 안아줄 수밖에 없다. 안아주면서 자세를 변형하고 몸을 풀어주게 되므로, 어린아이를 유모차나 카시트에 태운 채 여러 시간을 다니느라 아이의 신체에 무리가 갈 일은 거의 없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안전에 훨씬 유의하므로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이가 없을 때보다 적다. (그래서 자동차보험도 어린 아기가 있으면 할인이 된다.) 아이들 물건에 대한 안전 규정은 일반적인 성인에 대한 것보다 훨씬 깐깐하다. 그러니 각자 상황에 맞게, 적당히 부모 마음을 만족시키고 적당히 안전한 것을 고르면 된다.


옷의 경우, 특히 돌 전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비싼 옷이 의미가 없다. 평균적인 출생체중이 3~4kg인데, 돌 즈음이 되면 10kg 전후까지 성장한다. 일 년 만에 출생 시 체중의 세 배가 큰다. 아기옷 가게에 가면 ‘돌 사이즈 (80 사이즈)’를 권한다. 하지만 집에 오면 80 사이즈는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 60 사이즈를 새로 사서 입힌다. 백일 지나면 작아서 못 입힌다. 한 사이즈 큰 옷을 산다. 역시 세네 달 입히면 작아서 못 입힌다. 이제야 출산 전에 준비해 둔 80 사이즈가 맞는데, 이번엔 계절이 맞지 않아서 못 입는다. 돌이 지나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만 그래봐야 2년, 두 계절 입는다. 올해 조금 크게 사면 내년까지는 입힐 수 있다. 올봄에 예쁘게 맞으면 올 가을에는 못 입는다고 봐야 한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발이 무럭무럭 커서 금방 작아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신발에 예민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발이 편안하고 가벼우며 혼자 벗고 신을 수 있는 신발 한 두 켤레다. 예쁜 신발을 신겨주면 얼마 걷지 못하고 '다리 아프니 안아달라'고 하기 일쑤다. 우리 집에는 다섯 살 된, 옷과 신발에 매우 깐깐한 여자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핑크색만 입고, 핑크색만 신는다. 핑크색에 어울리는 노란, 흰색, 보라색이 가끔 곁들여진다. 옷장에 옷이 가득해도, 자기가 골라서 입는 옷은 세네 벌 정도다. 그 외의 옷을 입혀보려고 꺼내두면, '나 그거 안 입을거야'라고 해서 엄마 마음을 좌절시킨다. 큰맘 먹고 비싼 옷을 사주면 '그거 안 입을 거야'라고 해서 화나게 만든다. (얼마 전에 옷 때문에 싸움) 물려받은 예쁜 신발들을 뒤로하고 매일 신는 것은 크*스라고 불리는 고무신발, 그리고 무지개색으로 불이 들어오는 운동화 한 켤레, 가끔 기분 내킬 때 신는 구두, 이렇게 세 가지다.


내 생각에 부모 고민의 끝판왕은 장난감, 교구와 책이다. (결국 이것은 '교육'으로 이어진다.) ‘이 나이에는 이런 장난감이 필수예요’ ‘어머님 이 정도는 당연히 들여놓으셔야 해요. 아직 없으세요?’ 책을 구경하러 전집 팝업 스토어에 들어갔다가 수십 만 원의 전집을 결제하고 집에 와서 후회하지 않은 엄마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성을 되찾고 중고거래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아이가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이 포함된 전집을 정가의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엄마들이 ‘새것’을 사줘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첫째를 낳고 기를 때, 나 역시 ‘유명 브랜드’ '신제품' '새 상품'에 집착했다. '아이의 안전이 달린 문제니까‘ '좋은 책을 읽어줬으면 하니까 (유명 출판사니 좋은 책을 선별해서 전집을 구성했을 거야)' ‘올해 라인업은 좀 더 안전이 보강됐을 거야’가 내 머리를 지배했다. 복직하고 나서는 ‘엄마가 집에 없다고 아이가 남들에 비해 못 배우거나 뒤쳐지면 안 되니까 (이 정도의 장난감/옷/교구는 사 줘야지)’ 하는 엄마의 소망과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이 아이를 위한다는 이름의 쇼핑에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첫째 아이를 세 살까지 기르고 나니, 그제야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보였다. 좋은 옷, 좋은 장난감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신나게 노는 것이었다. ‘엄마랑 같이’ 하면 굴러다니는 종이컵과 생수통도 재밌는 놀잇감이었다. 쓰다 버린 재활용품과 사은품으로 받은 스티커만으로도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꼭 비싼 전집이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것이 훌륭한 책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엄마 기준에)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 그림을 보며 상상해서 이야기를 꾸며내고 대화했던 기억이 있는 책이었다. 비싼 전집의 사진과 그림은 훌륭하며, 좋은 책도 많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었다. 비싼 옷이나 전집이나 장난감을 들이면 ‘왜 아이가 안 좋아해 주지, 안 입어주지, 안 읽어주지’ 하며 노심초사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강요하는 나를 발견했다.


지금도 매일같이 새로운 전집과 새로운 장난감과 아름다운 옷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신박한 육아템이 매일같이 등장한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아이는 자신을 위해 더 좋은 새로운 것을 찾느라 스마트폰 화면에 빨려 들어간 엄마보다 집에 있는 오래된 장난감으로 신나게 놀아주는 엄마를 더 좋아한다. 그 덕에 나는 절제를 배운다.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쇼핑을 나가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한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나의 불안, 죄책감, 공허함을 달래기 위한 소비는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는 함께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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