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84_중독의 회복이 정말 있나요?

by 마루마루

처음 만난 환자분이 한 질문이다.


제가 중독자라는 것도 알고, 일단 한 번 마시면 걷잡을 수 없어 입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압니다. 이런 생활이 3년 정도 되었어요. 여러 차례 입원을 반복해 보니, 지난번에 만났던 그 사람이 이번에도 있고, 또 있고, 또 있더라고요. 이게 정말 낫기는 하는 병인가 싶어요. 이미 가족들은 제가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포기한 것 같아요. 이런 병원이 있다는 건 낫는 병이라는 뜻 같은데, 정말 회복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네, 회복은 분명히 있습니다.”




왜 나는 회복이 있다고 확신하는가?


실제로 회복되어 사는 사람들을 보기 때문이다.


눈앞에 근거가 확고한데,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편,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중독의 회복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내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회복자를 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입원 병실에는 재발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건강하게 회복하는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 치료를 스스로 종결시키거나, 다른 자조모임 등으로 연계되어 병원에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회복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순전한 운이다. 첫 번째는 중독 환자를 진료한 역사가 긴 병원에서 근무한 것이다. 그 덕분에 앞선 선생님들이 뿌린 눈물의 씨앗이 자라 회복자가 되고 주변에 회복의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좋은 환자를 만난 덕분이다. 나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공개해 준 환자들 덕분에 나의 믿음은 확고해졌다.


진료실에서 항상 생각한다. 이들의 회복의 여정의 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그리고 지금은 변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환자를 만날 때도 생각한다. 지금은 부질없어 보이는 이 시간조차 나중에는 거름이 되어 이 사람의 회복의 씨앗이 자라게 할 것이다. (혹시 정말 나쁜 환자가 있어서, 나를 좌절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은 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그렇다는 것이다.)



회복에 대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 회복은 반드시 존재한다. 다만, 언제, 어떤 형태로 회복이 시작될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 당신이 ‘회복이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시작점일 수도 있다.


2. 회복은 ‘여기까지 가면 완성’ 하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향 안에 내가 존재하는가, 이대로만 멈춰있고 싶은가? 이대로만 멈추는 일은 없다. 그것은 반드시 나빠지는 방향이다. 하루의 일과가, 사소한 선택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향성으로 가는 것이 핵심이다.


3. 중독에서 회복한다고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보다 나아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겪어야 하며, 여기에는 절대적인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회복이다.


4. 과정에서 재발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재발을 어떻게 겪어내는가가 회복의 핵심이다. ‘어차피 재발할 건데 그냥 이렇게 살 거야‘ 할 것인가, ’재발하더라도 최대한 재발을 막아보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 할 것인가? 재발에 관련된 회복 신호는 재발과 재발 사이의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그리고 재발이 점점 두려워지는 것이다.

(많은 회복자의 공통적인 표현: “그간 해온 게 아까워서” => 그간 정말 열심히 했다는 뜻이다. "이번에 재발하면 정말 모든 것을 잃을 것 같아서" => 이제야 자신의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독은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도 탐욕스럽게 당신을 바라본다.)


5. 회복하고자 한다면, 회복자를 만나봐야 한다. 입원 중인 환자는 아직 회복자는 아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입원을 하되, 회복자는 입원실 밖에서 (자조모임 등) 만나보자.


6.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기꺼이 조언을 받아들이며 행동을 변화시킨다.

-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그것이 당장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않고, 즉각적인 욕구를 만족시키지 않더라도)

- 자아성찰의 도구를 활용한다: 일기, 정기적인 진료, 자조모임 참석 등

- 남을 먼저 탓하지 않고, 내 잘못을 먼저 살펴본다.

- 약속을 지키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어도)

- 정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주변이 깔끔하고 용모가 청결하며 단정하다.


7.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회복자는 중독자일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박자와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