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마루 Jan 16.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6. '내가 미워요'와 마주하기

  진료실에는 자신에 대한 미움을 가득 안고 찾아오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진료실에서 치료의 목표를 물으면 '나를 더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종종 듣게 됩니다.


  나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미워하다는 단어의 원형은 '밉다'인데 국어사전에 따르면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따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눈에 거슬리는 느낌이나 성질이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등이 눈에 거슬리는 것인데, 자신은 24시간, 심지어 자고 있을 때도 항상 같이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내가 밉다는 말에는 그저 '밉다'는 감정이 가득해서 뭐가 그리 미운지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어려운 마음 상태 (우울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점이 미운데 쉽게 고쳐지지 않거나 고칠 수 없는 것(주어진 환경이나 외모 등)이어서 더 미운 경우, 특정 사건을 겪은 이후로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것 자체에서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상태(최근 이태원 참사의 경우), 자신을 미워함으로써 자신의 못난 점을 스스로 검열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아주 복합적인 경우까지 여러 차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밉다는 말, 사실 꺼내기가 참 어려운 말입니다. 그 말을 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용기 내서 그 말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여유가 된다면 우리 그 '미움'이 어떤 모양인지, 무엇이 어떻게 미운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함께 가져봐요. 심호흡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보아요.

  첫걸음은 언제나 '안전한 곳에서' '함께 관찰'이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