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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Feb 15.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32. 주식과 도박 사이

  주식은 쉽게 말하면 회사 소유권 단위(unit)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동업하고 싶은 회사를 찾아서 주식을 매수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업하고 싶은 회사는 당연히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줄 회사겠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곧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을 삽니다. 어떤 사람들은 재무제표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차트'를 보고 미래의 가격을 예상합니다. 주식은 대개 회사의 가치를 반영하지만, 때로는 어떤 이유로 주가가 뻥튀기가 되기도 하고, 내실은 단단하지만 주가는 저평가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대개 매우 주관적이기에 도박적인 요소가 숨어있습니다.


  도박은 '불확실한 것에 가치 있는 것을 거는 행위'입니다. 여기에 주식을 대입해 본다면, 가치 있는(자본주의 시대의 돈이겠지요) 것을 담보로 삼아 불확실한 미래에 내기를 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식과 도박의 경계가 모호한 첫 번째 이유는 특히 사람들은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이 가진 것은 오를 것이라는 편향을 쉽게 가지기 때문에 판단이 왜곡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내가 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매수한 주식이 떨어졌을 때, '지금이 물타기 타이밍' '잠깐 숨 고르기 하고 오르는 걸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람의 뇌는 본능적으로 고통을 싫어하기 때문에 고통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판단하고자 하고, 이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보상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주식에서의 수익은 근로 수익과는 매우 다릅니다. 돈을 넣었을 뿐인데 10%, 20%, 때로는 2배씩 상승하는 주가를 보면 뇌 속에서 도파민이 그야말로 '폭발'합니다. 도파민의 폭발은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고, 사람들은 이 기억 때문에 다시 주식 시장으로 돌아옵니다. 일단 한 번 큰 수익을 맛보면, 더더욱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것이 주식과 도박의 공통점입니다. 특히 선물이나 옵션은 미래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이를 담보로 돈을 거는데, 방향성이 맞으면 일반적인 주식 이상의 보상을 받게 되므로 도박적인 측면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물 옵션을 하는 분이 모두 도박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료실에서 만나는 주식 중독자의 많은 수가 선물과 옵션에 상당히 매료됩니다.


  세 번째 이유는 판돈이 점점 커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주식이든 도박이든 처음에는 조금 걸고 조금 벌거나 잃습니다. 몇 번 하다 보면 크게 걸면 크게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비상금으로 시작한 주식이 점차 대출을 잔뜩 껴서 매수하게 되고, 나중에는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의 돈을 모두 끌어서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주식을 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주식의 도박성에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막연한 기대와 근거가 희박한 희망회로를 돌리며' '매수 금액을 늘려가며' '나 자신과 주변에게 계속 이유를 대며' 주식을 매매하고 있다면 도박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분의 주식은 도박인가요, 투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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