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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은미 - 눈으로 만든 사람

by 좀머

황정은 작가의 추천사를 보고 홀린 듯 이 책을 샀다.

"당신의 소설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말하게 될까 봐 말할 기회가 영영 없을까 봐 초조했다."

사랑을 말하지 않고 가장 완벽하게 사랑을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황정은 작가는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상류엔 맹금류> 작가의 말에서도 느꼈지만, 사람 마음을 후벼 파는 문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하는 사람이다. 무서운 사람...

최은미 작가의 <눈으로 만든 사람>은 황정은 작가가 왜 저런 추천사를 썼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9개의 단편과 해설, 작가의 말로 구성되어있는데 표지에 적힌 추천사까지 포함해 단 하나의 문장, 아니 단어조차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이 저려오는 책이라고나 할까.

제각기 다른 성을 가진 여자가 셋인데 엄마 둘에 딸 둘. 그러나, 그럼에도, 그래서 누구보다 더 결속되어 있는 세 모녀. 나를 키운 엄마 생각이 났고 평생 만나지 못할 내 딸을 상상했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여자들이 신경 쓰였다.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어째서 이 여자들은 제각기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돌아가기엔 이미 멀리 와버린 모든 여자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부디 한계를 넘어 행복하길. 마음껏 위로받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은 이 아프고 아린 소설 속에서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p.30 "야구모자 벗긴 그 동기애,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어쨌는데."

"……"

"죽였어?"

"결혼했어."

p.71 어느 날 드디어 남편이 말한다. 자기야, 자긴 왜 그런 거야? 다른 여자들처럼 그냥 좀 편하게 살면 안돼? 정말 숨이 막혀! 나는 얼굴이 빨개진 남편을 보며 생각한다. 숨이 막히면 좀 죽어도 되지 않나?


엥 쓰고 나니까 나 사람 죽이고 싶나...?ㅎㅎ 아무튼 재치 있고 공감되는 장면이나 말들도 많이 나와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특정 시대 특정 지역 특정 성별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내가 제일 공감했던 문장을 남기며 마무리해야지.


p.206 "엄마."

"왜."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나는 이 말 뒤에 항상 정적이 따라온다는 걸 안다.

p.247 분명한 것은 가족들은 모두가 이전의 상태에 있고 유정 혼자 이후의 상태로 와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쓴 뒤 유정은 더 이상 그러려니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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