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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Jul 16. 2023

집을 팔고 싶은데 팔리지가 않아요


얼마 전 우리는 결혼을 했다. 남편은 약 3년 전 부모님으로부터 집을 증여받아 세입자 전세 만기가 끝난 후 실거주 중이었다. 남편이 증여받은 집은 우리의 임시(?) 신혼집이 되었다. 이 집에서 내 회사까지 출퇴근은 편도 1시간 20분, 지하철만 1시간 넘게 타야 하다보니 출퇴근 피로도가 상당하다. 그래서 우리는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실거주 2년 기간을 채우는 올해 10월이 되면 얼른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정신없이 결혼 준비를 하는 와중에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한두달에 1~2건 정도 어쩌다 실거래가 되는 단지라 호가를 얼마에 올려놓아야 할지 참 애매했다. 그래도 최근에 실거래 된 가격과 주변 다른 단지들의 실거래가, 호가를 생각해서 이 단지 최저가로 부동산 십 여 곳에 집을 내놓았다.



그런데 웬걸,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결혼식 2주 전쯤 집을 보러 온다는 연락이 한 번 있었는데 하필 그 날 남편도, 나도 각자 가족 여행을 가서 집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다음날이나 그 주 주말에 다시 오시면 집을 보여드릴 수 있다 했지만 다시 연락이 오진 않았다. 그냥 간잽이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부동산에서 연락이 없었다. 왕복 2시간 40분의 고된 출퇴근길에 날씨도 덥고 비까지 왕창 오니 매일 출퇴근길이 너무 힘들었다. 거기다 회사 일이 바빠 야근을 밥먹듯이 하니 현타가 밀려왔다. 내가 왜 여기서 살아야 하나. 무슨 생각으로 왕복 2시간 40분 출퇴근을 택한걸까..



부동산에 다시 전화를 해봤다. "요즘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있나요?" 없다고 했다. 안그래도 7~8월은 비수기인데 요샌 더더욱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던 와중 우리 단지 더 큰 평수의 실거래가가 떴다. 다행히 집을 보러 오거나 사는 사람이 아예 없는건 아니구나 싶었다. 실거래가를 평단가로 환산해서 우리 집의 적정 가격을 구해봤더니 우리가 올려놓은 호가가 너무 비쌌다. '아, 너무 비싸게 올려놓았던건가?' 싶었다.



퇴근길에 부동산에 한 번 더 들렸다. 새로운 부동산에 찾아가서 요즘 분위기는 어떤지, 얼마에 내놓으면 팔릴 것 같은지 사장님께 여쭤봤다. 역시나 요즘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다들 급매만 찾는다는 이야기였다. 어쨋거나 원래 올려놓은 호가로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아 실거래가로 환산한 가격으로 2천만원을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갈아타기를 하고 싶었던 집들은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같은 서울이지만 우리 동네는 제일 늦게 오르는 하급지이고 이사가고 싶은 곳은 훨씬 상급지이다. 요즘 서울 부동산 시장은 분위기가 좋다는데 우리 동네만 분위기가 작살났다.



작년 말에 임장을 갔던 단지는 7개월만에 2억이 올라서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 되어버렸다. 우리 집만 빼고 다른 집들은 가격이 팍팍 오르는 걸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갭으로 구매하려고 했던 단지 부동산 사장님이 초급매 물건이 떴다며 연락이 왔다. 시세보다 1억 넘게 싸게 나와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가격이었지만 이렇게 집이 안팔리는 와중에 선매수 후매도를 할 수는 없었다. 이 집이 팔리지 않으면 자금을 마련할 수가 없다.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남편을 진정시키느라 한참 진을 뺐다.



주말에 비를 뚫고 단지 앞 부동산에 한 번 더 들렸다. 시장 분위기를 들어보니 거의 1억 가까이 내던지는 초초초급매가 아니면 매수자들이 거들떠도 안본다고 했다. 옆 단지에서 7억에 내놓은 물건을 6억에 던지니까 바로 나갔다고 했다. 9천만원이나 내린거였는데 그 집은 상속 물건이라 자식들이 빨리 털고 1/n로 나눠 가질 물건이라 그렇게 던지는게 가능했다고 했다. 이 동네 대장 아파트는 1억 넘게 호가를 내린 물건도 안나가고 있다고 했다. 손님들이 바라는 급매는 지금 가격에서 1억 넘게 빠진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빨리 이사를 가고 싶긴 하지만 이사를 가고 싶은 이유가 단순히 나의 출퇴근과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라면 내 몸 하나 조금 더 편하자고 몇천만원, 1억을 손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막 내던질 정도로 급한건 아니니 일단 참고 더 기다려보자, 장마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집을 파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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