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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Jan 20. 2021

부정의 연못에서 평정의 바다로 나아가기까지

그 겨울 가장 조용한 바다에 도착했어!

부정의 언어를 가슴 속에 쌓아두고 산다는 건, 그 간의 경험들이 즐겁지 않아서일수도 있다. 나의 지난 경험들이 부정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이것이 마치 메타인지처럼 나에게 근원적인 고통이 되어, 나란 존재를 규정할 때가 있다. 생각의 노예처럼 나는 쉽게 수긍하며 살았다. 요즘 나는 실험 중이다. 부정의 언어와 평정의 언어 사이를 오간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몸으로 느껴진다. 몸이 말해준다. 몸과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준다. 아니 몸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몸인 것 같다. 마음이 흐른다. 저 바닥 밑으로. 부정의 언어는 마치 바닷속 바닥에 붙어 사는 전장리 상어처럼 몸을 숨기채 드러내지 않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후다닥 먹이를 헤치운다. 부정의 언어가 마치 나를 삼킬 때가 있다. 이제 조금씩 나는 부정의 언어와 나를 분리한다. 그리고 말을 할 때가 머릿속에서 말한다.



'그 말은 하지 않았어야할 말이야'

'그래 여기까지 말하자'

'더는 말하지마. 현실이 될지도 몰라'

'지금이 상황은 결국 네가 만들어낸거야'

'책임을 운운하지않아도 돼. 아무도 내게 책임을 묻지 않았어'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부정이란 생각의 탑속에 갇혀있는거야'



이제 조금 알 것같다. 나의 예민함은 나의 낮은 자존감이 쌓아올린 마지노선. 그 끝에 부정의 언어들이 도사리고 있다. 연못 속에서 기생한다. 물빛은 어둡다. 낮에도 어둡다. 밤에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빠지기 쉽다. 빠지는 순간,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연못의 위치를 확인했고, 그 가장자리에 앉아 발을 살짝 담갔다가 뺀다. 마치 간을 보듯 발을 넣다 뻇다를 반복한다. 지금이 딱 그 순간이다. 나는 나를 제어할 의무가 있다.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다짐하는 순간, 망망대해 속 작은 배를 타고 떠있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로 보자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방향을 잡지 못한다. 나의 노는 헤매고 있지만, 햇살이 눈부시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평정의 언어, 그 세계는 출렁대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다급하게 노를 저어 요란떨 필요가 없다. 내가 지금 그 곳에 도착했다. 도착한 순간, 나는 바짝 긴장한다.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는다. 바닷물살이 순간 출렁댄다. 어쩌면 조금전 이곳을 지나간 누군가의 흔적일지 모른다. 



'나만 혼자 있는게 아니구나'



생을 전망한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둡고 깊은 연못에 갇히느니 망망대해의 스케일이 더 맘에 든다. 수영을 할줄 몰라도 괜찮다. 이미 나는 바닥 끝까지 가봤으므로, 끝까지 가본 자만이 다시 떠오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는 인생에 대한 신뢰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괜찮니?'



좀더 깊어진 바다가 말을 건다. 울림이 깊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를 지나는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그 깊이를 헤아리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도 괜찮아'



나를 위로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으니 나라도 나를 위로해야한다. 적막한 바다 위에서 숨을 쉬고, 살아간다. 천천히 가다보면 도착할 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에 대한 신뢰가 생의 방향을 이끈다. 조용한 침묵이 스스르 흐른다. 나의 바다엔 오늘도 잔물결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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