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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싸 Sep 30. 2024

나 가거든...

엽기적인 그녀

친정 식구들끼리는 아빠의 오랜 투병과 이른 나이의 죽음으로 인해 질병과 사고,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가 치매나 병에 걸리면 요양원에 모실 거라고 말하고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 주길 원하는지 묻기도 한다. 아직 가족의 죽음을 경험해 보지 않은 신랑은 이런 이야기들을 불편해한다. 시부모님 사후에 어떻게 할지 물으면 뭘 벌써부터 그러냐고 말을 돌린다. 특히 내가 이 말을 하면 질색팔색을 한다.




"내가 죽거든 화장해서 뼈가루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려줘."




처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 놀라고 '왜 저래' 하는 반응이다. 특히 신랑은  "내가 죽어도 그렇게 할 거 같다."며 살짝 두려워하기도..



"걱정 마. 자기가 먼저 죽으면  자기가 해 달라는 데로 해줄게. 그니까 내가 먼저 죽으면 내가 해 달라는 데로 해줘 "



쓰레기봉투에 버려 달라는 건 100% 진심이다. 무덤에 묻히기엔 땅도 없고 납골당에 있는 건 명절이나 기일 때마다 의무적으로 찾아와야 할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다. 산이나 강, 바다에 뿌리는 건 환경문제도 있으니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게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무덤이나 납골당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권사님인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ㅋ) 죽은 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장기 기증 서약을 한지도 오래고 몸뚱이가 쓸만하다면 시신 기부도 할 의향이 있다. 납골당에 천년만년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번거로운 일을 만들어 주기 싫다.  




누군가는 힘든 일이 있거나 고인이 보고 싶을 때 찾아갈 곳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난 나의 자식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납골당에 찾아와 뼛가루에 하소연하기보다 살아생전 나와 나눈 대화와 내가 한 행동들을 생각하며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살아있을 때 많은 대화와 본보기가 되어주려 노력할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을 땐 납골당에 찾아오는 수고로움 대신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생전의 나를 떠올려 주길 바란다.



 

남은 가족들이 단순한 뼛가루뿐인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뼛가루가 있는 곳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는 그 순간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제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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