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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싸 Sep 23. 2024

순대 전골은 왜 양이 많아가지고..

결국은 폭력이었다.


비조리 순대전골을 배달시켰다. 끓이기 위해 냄비에 옮겨 담는데 양이 제법 많아서 냄비를 가득 채우고도 넘쳤다. 레인지 앞에서 순대전골을 지켜보던 둘째가 "와~ 미친년이네~"하며 감탄했다. 순간 너무 놀라 둘째의 입을 손으로 찰싹 때리며 "너 뭐라고 했어?" 하며 나무랐다. 순대전골을 보다 갑자기 입 테러를 당한 둘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길거리를 걸을 때나 놀이터에서 욕을 일상처럼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목적이 있는 욕이 아니라 추임새처럼 자동으로 하는 욕. 둘째가 어디선가 그런 욕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버릇을 고쳐야 된다는 찰나의 생각과 함께 순식간에 손이 아이의 입으로 나갔다. 6학년 형에게도 들어보지 않은 욕을 겨우 2학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하다니... 아이한테 실망스럽고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뭐라고 했냐니까? 어?" 


갑자기 화를 내는 엄마에게 겁을 먹었는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신랑이 "그렇게 말 안 했는데~"라며 아이를 감쌌다.


"미친년이라고 했다니까~"


신랑이 둘째를 살살 달래 가며 뭐라고 말했는지 물었다. 아빠의 다독임에 겨우 입을 여는 둘째.



"미친 양이라고 했어..." 





아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무 미안했다. 아이를 끌어안고 연거푸 사과를 했다.



미친 양이라고 한 건데 화를 내는 엄마를 보니 자신이 잘 못 말한 건가 싶어 잔뜩 겁먹었던 아이가 엄마의 실수였다는 걸 알게 되자 그제야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난 항상 이런 식이다. 저지르고 사과하고 후회하는 일의 반복.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셨을 때부터 지금의 '금쪽같은 내 새끼'까지 오은영 쓰앵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의 애시청자다. 아이의 문제행동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원인을 찾아 거슬러 가보면 결국 부모가 문제인 경우가 다반사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선생님의 명쾌한 원인 분석과 솔루션들을 보며 양육과 훈육에 완벽한 엄마를 꿈꿨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알고 있지만 안 되는 일 투성이었고 하면 안 되지만 하고 있는 일 천지였다. 결국 완벽한 엄마도 좋은 엄마도 되지 못했다. 아이를 낳기 전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모두 옳다 여겼는데 막상 육아를 해보니 부모들한테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고 알려주시는 방법을 못한 부모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괜히 찔리니까 심술..)




프로그램 속 문제 부모들을 보며 '난 저 정도는 아니야..'하고 써 변명하고 스스로 안심해 본 적 있다. 만약 24시간 CCTV로 날 찍어서 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내가 그들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자신 없다.)

오은영 선생님처럼 '아이를 단 한 번도 때린 적 없어요. 아이에게 소리친 적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난 그러지 못했다.




위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난 아이들을 때린 적이 있다. 학대했다고 하면 조금 억울하지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지금에선 비난받아 마땅하다. 등짝 스매싱, 궁디 팡팡, 맴매란 말로 미화해 표현해도 결국은 폭력이었다. 나가지 않겠다고 온몸에 힘을 주어 버티는 아이를 질질 끌어내 현관 밖으로 쫓아낸 적도 있다. 정당한 훈육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무기력과 우울감에 아이들을 밀어냈고 나의 힘듦을 짜증 섞인 표정으로, 통제에서 벗어나면 소리를 지르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체벌했다.




"나 때는 이 정도는 다 맞고 살았어."

"도저히 말로는 안되니까."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한 번."이라고 변명 할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

(이미 변명하고 있는 거 같은데?) 




누구보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고 많이 반성하고 깊이 후회하고 잠든 아이들을 보며 죄책감에 눈물 흘렸다. '우리 엄마는 우리들을 때리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이런 엄마인데도 언제나 먼저 다가와 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아이들을 통해 사랑을 배워가는 듯 하다.









이 날 이후 신랑은 "미친 양이네~~" 하며 나를 놀린다. (근데 진짜 "미친년"으로 들림) 다 같이 웃어넘기는 해프닝이 되었지만 그때 아이의 표정이 생각나 여전히 마음이 쓰리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ㅜㅜ)




이 글을 쓰면서 발가벗겨진 것처럼 부끄럽. 그래도 쓰는 이유는 후회와 반성으로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서이다. 아이들에게 완벽한 엄마는 될 수 없지만 썩 괜찮은 엄마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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