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동산 공부에 열을 올리면서 대한민국 최대 재테크 강의 커뮤니티인 [월급쟁이 부자들] 강의를 수강했다. 너나위님의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 책을 읽고 전세 레버리지 투자(일명 *갭투자인데 이곳에선 갭투자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알게 되었다. 투자금을 3천만 원 정도 모아서 한 채를 산 후 투자한 아파트의 전셋값이 오르면 그 돈과 모은 투자금을 합쳐 또 아파트를 산다. 이런 식으로 일 년에 1~2채씩 아파트를 사서 모으는 시스템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주담대가 있어 1년에 3천만 원까지는 모을 수 없겠지만 너나위님이 한 것처럼 자산 재배치(집을 팔아 월세로 옮기고 남은 돈을 투자금으로 사용)를 한다면 될 것 같았고 일 년에 한 채씩 모으면 나도 100억 부자가 될 수 있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다.
이곳에선 조를 만들어 수강생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활동이라 함은 단톡으로 서로 응원 하고 정보도 공유한다. 커리큘럼에 따라 다른데 독서모임을 하는 강의, 임장을 함께 다니는 강의도 있다. 지방투자기초반이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울산에 임장을 다닐 때였다. 당시 조원들의 절반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 임장을 위해 매주 울산까지 왔다. 한 달 동안 3~4번 정도 기차를 타고 다녔으니 그 경비만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느껴지는 한 편 지방 임장이 가능한 형편(시간과 돈)이 된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강의를 여러 개 수강하다 보니 이제 2~3천만 원으론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강의에서도 이젠 최소 5천에서 1억 이상의 투자금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나는 궁금했다.
'일 년에 오천만 원 이상 모을 수 있다고?'
울산을 함께 임장 하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일 년에 투자금 얼마 정도 모을 수 있어요?"
모두 5천만 원 정도 모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하아... 이때 내가 느낀 감정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5천만 원을 모을 수 있다는 말은 일 년 동안 쓰는 생활비에 5천만 원을 포함한 돈을 번다는 소리였다. 나와 비슷한 또래도 있었지만 30대 초반의 동료들도 있었다. 그들은 내가 맞벌이를 해서 일 년에 버는 돈 정도를 순수 저축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당황했다. 아니 당혹스러웠다.
*열등감? *자격지심? 이것과는 조금 달랐다. 흠.... 쪽팔렸다.(창피했다.)
그들의 수입이 많다는 것에 놀란 게 아니라 우리 집의 수입이 턱없이 적다는 것에 심히 충격을 받았다.
뭔가 내가 잘 못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입이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게 살아온 모든 날들이 부끄러웠다. 그 자리에 있는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월급쟁이 부자들]에서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절약이다. 강사들은 수입의 50% 이상 모으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난색을 표한다. 함께 했던 동료들 대부분도 절약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했다. 당시의 나는 부동산 투자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식비를 절약해 (식비밖에 줄일 게 없었다.) 투자금을 모으겠다며 파이팅이 넘쳤고 주담대 원리금 상환을 포함해 수입의 50% 정도 저금을 하고 있었다.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어렵다고 느끼지도 않았다.(지금은 이렇게 안 한다.ㅋㅋ)
식비를 줄여보겠다며.. 설치던 때 ㅋㅋ 50만 원은 좀 무리였다.
처음 들었던 강의에서 만나 친해진 동료들이 있다. 우리 셋은 단톡방에서 투자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는 이야기들을 하며 돈독해졌다. 투자를 위해 모인 모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입의 정도라던지 가용할 수 있는 투자금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녀들의 남편이 버는 돈이 우리 집 맞벌이 수입의 두 배 가까이 되었다. 이미 울산 임장에서 우리 집 수입이 적다는 걸 알아서 충격은 덜 받았지만 솔직히 부러웠고 나와 신랑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루는 셋이서 해운대구 임장을 갔다. 열심히 임장을 하던 중 잠깐 쉬는 시간에 절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마싸님은 절약 너무 잘하시는 거 같아요. 대단해요."
"절약하면 뭐해요. 수입이 적으니 모이는 돈도 적은데"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안 쓰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당시 오고 갔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돈을 많이 벌어도 다 써버리니 돈이 잘 안 모인다, 마싸 너는 절약을 잘해서 부럽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나를 멕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를 칭찬하고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들이 절약 못 하고모은 돈이 궁상맞게 식비나 아끼면서 모은 나의 돈보다 훨씬 많았다. 앞으로도 많을 예정이었다. 난 돈을 많이 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버는 돈이 있어야 모을 돈도 생기는 거니까. 수입의 50% 이상 절약해서 모은 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모은 돈보다 적은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한심하면서 불쌍하기도 한 이상한 감정이었다.
무엇보다 더 괴로웠던 건 그녀들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해 주었고 그녀들의 칭찬에는 가식이 전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반감을 가진 내 마음이었다.
내가 얼마나 찌질하게 느껴지던지...
부동산 강의를 들을 때 나름 에이스였다. 강의 듣기 전부터 독학으로 조금씩 익히고 있었다. 임장보고서 잘 쓰고, 임장 루트 잘 짜고, 아는 것도 많다며 동료들이 나를 부러워했고 솔직히 우쭐하기도 했다. 이게 다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른 채. 임장보고서를 잘 쓰고 임장 루트를 최적화해서 계획한 들 결국 부동산 투자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과 세계 경제 흐름 등으로 인해 지금은 여러 채를 사서 보유하는 건 어려운 투자방법이 되었다. 이런 흐름을 둘째 치더라도 난 집을 팔지 않으면 투자를 할 수 없었다. 돈도 없으면서 더운 날씨에 무릎을 갈아가며 임장을 다니고 하루 몇 시간씩 시세를 조사했던 내 꼴이 우스웠다. 100억 부자를 꿈꿨던 그 순간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에겐 부동산 투자에 앞서 수입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저것 도전해 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깨닫고 있다.
100억 부자가 되겠다며 열을 올렸던 나는 이제 없다.
대신 수입 적다고 징징거리는 찌질이만 남았다.
위의 울산 임장팀과 그녀들과는 아직까지 좋은 만남를 이어가고 있다. 예전의 나였으면 아마 그러지 못했겠지만 쬐끔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나 할까? 내 안의 초라함과 찌질함도 서서히 희석되고 있다.
* 갭투자 : 아파트를 사서 전세를 주는 투자 방법. 매입가와 전세가 차만큼의 투자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