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을 읽고
지난 금요일,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지하철에 발을 내딛는 바람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사람들 속에 파묻혀 어깨가 조금 접힌 상태로 책을 겨우 들고 읽었다. 오른편에서 내 팔을 툭툭 치는 게 느껴졌다. '금요일의 지하철은 정말 힘들군.'하며 다시 책에 집중하며 읽고 있는데 오른편에서 다시 인기척이 들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대학교 학과 잠바를 입고 있는 여학생이 수줍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 혹시 지금 읽고 계신 책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나는 당황해서 목소리를 내어 제목을 말해주는 대신 책의 표지를 보여줬다. "감사합니다." 여학생이 다시 조그만 목소리로 인사했다. 책에 다시 집중하려는데 내가 읽고 있던 페이지의 소제목이 눈에 새삼 다시 들어왔다.
"어떻게 과거에 지배받지 않을까" 여학생은 어떤 과거에 얽매여 있는 걸까? 그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을까? 다만 지배받고 싶지 않을 뿐일까. 수줍고 목소리도 작은 여학생이 모르는 사람에게 책 제목을 물어볼 만큼 절실했던 이유는 뭘까. 나는 곧 그녀에게 친절하게 답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들었고,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뚫고 내리며 이렇게 말해줬다. "굿라이프 라는 책이랑 같이 읽으면 좋데요!" 그녀는 다시 "아,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의 저자는 '우리'는 '우리의 기억'이라고 말한다. 이는 기억은 남고 경험을 사라지는 것을 말하며, 기억이 재생산하고 재가공하는 것들에 의해 우리는 과거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억이 미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뇌는 우리가 더 잘 살도록, 더 행복하게 살도록 우리를 속인다." 고 설명한다.
우울함을 겪었던 첫 번째 회사에서 4년 6개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최근 20편 이상의 글로 적어 내려갔다. 좋지 않은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지나왔던 의식과 같은 일이었다. 당시 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오래된 일을 어제 겪은 것처럼 상세하게 기억할 수 있어?" 나는 대답했다. "그러게. 전혀 잊히지 않아. 너무 생생해."
저자는 나의 생생한 기억에 대해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우울한 사람은 정확히 기억한다.
그 이유는 뭘까. 저자는 불행한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행한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과거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들은 과거의 일을 고민하고 숙고하고, 좋은 일뿐 아니라 나쁜 일까지 모두 기억한다." 더불어 '작업기억'이라 불리는 기억의 특정 영역이 하는 긍정적 사고를 위한 역할을 설명한다. 좋은 작업기억은 새로운 상황에 더 빨리 더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도우며 우울증에 대항하는 일종의 완충재 구실도 한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사건은 주의력을 강하게 요구하고, 뱀을 경계하는 토끼처럼 부정적인 사건보다 주의력을 덜 요구하는 긍정적인 사건으로 눈을 돌리게 돕는다.
그렇다면 기억을 활용해서 기분을 조절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저자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행복하게 하는 과거의 일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거나 상상하고 그것과 연결된 감정을 불러냄으로써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과거를 조작하여 억지 행복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으나,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해도 될 만한 이유"를 놓치지 않고 기꺼이 누려보면 어떨까.
저자는 "바꿀 수 없는 것을 잊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수트라우스의 소가극 '박쥐' 중)" 에 이어 행복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변화를 주어라. 있던 그대로 머물지 말고 바꾸어라. 변화를 추구하라.
물질적 상품 대신 경험을 구매하라.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써라.
간단히 말해서 상호신뢰와 조력은 위기에도 사회를 지탱하고, 심지어 위기는 신뢰의 효과를 강화한다.
주관적인 건강 인식은 개인의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행복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국가적인 차원까지 이야기하는 이 책은 마지막 챕터에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를 행복의 길로 안내하지는 않는다. 행복은 배우고, 획득하고, 방어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함께 배우고, 획득하고, 방어할 차례다.
나에게 책 제목을 물었던 그 여학생이 나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뭔가요?"라고 물어온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지하철에서 급하게 몸이 빠져나왔던 그 날, 나는 그녀에게 글을 써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 상상을 했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들을 활자로 꺼내놓을 용기를 내 볼 수 있겠느냐고, 나도 이렇게 겨우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고 내 이야기도 조금 덧붙이며 말이다. 과거든 그 무엇이든 지금의 내가 자유롭게 사유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지금은 일단 뭐든 같이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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