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30분에서 1시간 정도 회사 안 카페에 앉아 마음껏 뭉그적댄다. 그러고 나서 출근을 하면 준비운동을 마친 선수처럼 호흡이 편하다.
단골 카페에 특히나 일찍이 도착할 때면 아르바이트 학생과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어르신과 나 이렇게 셋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나는 주로 앉던 자리에 앉고 어르신도 고정 좌석에 앉으신다.
오늘도 집에서 일찍 나선 바람에 회사에 1시간 일찍 도착했다. 카페 가는 길로 나 있는 계단에 올라가는데 한 어르신께서 지팡이에 의지하며 걷고 계셨다. 나는 급한 일이 없으니 어르신 뒤에서 보조를 맞춰 한 계단씩 걸어 올라갔다. 걸음이 느린 어르신을 빠른 걸음으로 재치는 게 마음에 걸려서 계단을 다 올라가서는 느린 걸음으로 조심히 앞서갔다.
카페에 도착해보니 사장님은 웬일로 조금 늦으시는 듯했고 손님은 역시 나 혼자뿐이었다. 커피를 기계적으로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뒤늦게 손님 한 분이 들어오셨는데 방금 계단에서 만난 그 어르신이셨다.
오늘따라 무척 따뜻하게 입으신데다가 항상 앉아만 계셨던 분이라 알아뵙지 못했나 보다. 사장님이 고정석인 내 옆자리에 앉으시며 말을 붙이셨다. "어디에 계십니까?" 나는 내 사무실의 위치를 말씀드렸다. "매일 아침 들리시길래요." 하며 사장님은 웃으셨다.
나는 뭔가 다음 말씀을 건네야 할까 안절부절못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고는 침착한 척 굴며 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사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알바 학생에게 뭔가를 이야기하시고는 나에게 와서 병에 담긴 콜드브루 커피를 건네셨다. "사무실에 가셔서 드세요." 나는 심장이 다시 쿵쾅거렸다. 아 이걸 어쩌나.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드렸다가 이걸로는 내 마음이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아 급하게 덧붙였다. "잘 마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나에겐 맛있고 따뜻한 거라곤 마시던 커피밖에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보답해드릴 방법이 없었다. 내가 유명인이라면 이 카페에 내 사인이라도 걸어드릴 텐데 유명하지 못한 무명인이라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아주 먼 미래에 유명한 작가가 되어 나에게 많은 시상과 영감을 준 카페였다고 인터뷰에서 꼭 말해야지 하는 상상을 했다.
아무튼 지금은 무용지물인 내 사인 대신 집에 있는 맛난 들깨 가래떡이 생각났다. 토요일에 친구랑 나눠먹으려고 샀는데 2개쯤은 비어도 친구가 이해해 주지 않을까. 그러니 내일은 용기를 내서 들깨 가래떡을 조금 가져와야지. 사장님께 하나 알바 학생에게 하나 선물해야지. 이게 식감을 꺼끌해도 맛은 일품이라는 말도 덧붙일까 말까.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푸근한 연결성이 더해지니 오늘은 조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여기까지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사장님이 다시 말을 거신다. 커피를 자주 드시걸랑 다음에는 모카를 드셔보라고. 이 집에서 원가가 가장 비싸고 맛있다고. 소곤소곤. 사장님의 꿀팁도 담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