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던 사이, 단골카페 그녀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by mamang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이야기


오늘은 몸이 오슬오슬하고 추워서 지하철에서 서서 졸며 왔다. 한 정거장을 남기고서야 앉을 자리가 났는데 다급하게 냉큼 앉아 마저 졸다가 일어났다. 몸을 질질 끌고 출근하는 기분으로 겨우 회사에 도착했다.


눈만 꿈뻑꿈뻑거리며 단골 카페에 앉아 커피와 특별히 주문한 토스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 준비되었다는 알림이 울리고 나는 알바 학생에게 다가갔다.


평소대로 수줍게 "감사합니다."하고 커피부터 받아들려는데 근 1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고객님. 제가 오늘 마지막 근무여서요. 단골분들께 토스트를 하나씩 더 드리고 있어요. 주문하신 카야 토스트에 감자 토스트를 추가해서 각각 커팅해서 넣었어요."


둘 다 수줍게 "감사합니다" 와 "맛있게 드세요"만 반복했던 우리였는데. 학생의 얼굴을 보니 크게 용기 낸 것 같이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었다.


최근 사장님에게 새로운 알바 학생이 인사를 하던데, 인원 충원이 아니라 바뀌시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그리고 나에게 말해줘서 무척 고마웠다. 말없이 그만두었더라면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하고 더 미안했을 테니까.


'사실, 지난주 내내 가방에 양갱을 넣어 다녔어요. 남편이 들깨 떡은 호불호가 있을 거래서. 사장님도 드리고 학생도 드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이게 더 호불호가 심할 것 같아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만 하다가 가방을 비우지 못하고 다시 챙겨 다녔어요.'

미처 하지 못한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잠이 번쩍 깨서 내가 물었다.

"아. 어디 가세요?"

그녀는 "아. 다른 일 해보려고요." 했다.

나는 말을 고르다가 "뭘 하시든지 잘 되실 거에요." 했다. 그녀가 감사하다며 봄처럼 웃었다.


10시 30분경 열심히 업무를 하는 척 하다가 핑계를 대고 카페에 다녀왔다. 지난 시간의 고마움과 다가올 시간들에 대한 응원을 가지런히 적어 이슬아 작가님의 책에 끼워갔다. 쑥쓰러울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녀의 동료가 밖에 나와 있었고 나의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시길 부탁하고 왔다. 활자로 옮겨진 내 마음이 잘 전달되길. "이곳에서의 업적은 제가 기억할게요. 다가올 내일을 만끽하세요. 다 잘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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