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혜원

잔물결에도 흔들리는 사람

멀미하는 기분으로

by 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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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내가 떠나야만 했던 이유는, 내가 힘들다는 생각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다. 인생에 찾아오는 잔잔한 진동에 크게 동요했던 거다. 그게 싫었다. 별일 없어도 계속 바닥에 가까운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 게 싫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를 흔들기 위해서는 파도 정도는 필요했다. 파도 정도에 흔들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최진영 소설, <일주일> 발문 - 박정연, [지금 도망칠 준비가 되면] 중)

오늘의 이야기

부서를 옮기고 가장 좋은 것은 안락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지난 6년 동안 앉았던 자리는 오픈형 사무실의 한가운데쯤이라 하루 종일 날아다니는 이야기들에 쉴 틈 없이 치이느라 바빴다.

귀 기울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었다. 나에게는 듣지 않는 일이 듣는 일보다 몇 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일 1인분의 일을 하면서도 20인분의 일이 나를 고스란히 통과했던 이유였다.

감사하게도 새로 옮기게 된 자리가 경치 좋은 창가인 데다가 다른 부서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덕에 마음의 안정을 찾기에도 좋았다.

모든 문제에서 나의 실책을 찾고 책망하던 상사에서 잘해보고 싶은 나의 급한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상사를 만난 일도 감사한 요즘이다.

어제 회사 동기가 햄버거를 사줬다. 양손 가득 수제 햄버거를 앙 물고 감자튀김도 먹고 제로콜라도 마셨다. 요즘 근황을 주고받다 "나 인큐베이터에 있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동기가 다행이라며 맑게 웃었다.

파도 정도에 흔들리다가 잔물결에 흔들리는 사람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도 나는 잔물결 좀 타본 사람이니 이번에는 조금 더 낫겠지. 흔들리면 콜라 먹고 트림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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