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에스까르고' 먹고 '파리' 떠나기

- 7박 8일 서유럽여행 (24/25)

24 NOV2008


프랑스 사람들이 '달팽이 요리'를 먹게 된 유래가 이렇다고 하네요..  


와인의 나라 불란서는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밭이 전국 곳곳에 퍼져있다. 식용 달팽이인 에스까르고는 포도나무 잎을 좋아하기 때문에 포도밭이 있는 곳이면 쉽게 사육할 수 있으며 달팽이의 품질 또한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의 달팽이가 풍부한 맛으로 유명하다.

    

특히 와인으로 유명한 와인으로 유명한 '부르고뉴(Bourgogne)'와 '샹파뉴(Champanue: 샴페인의 프랑스식 발음)' 지방의 에스까르고는 특별한 품질로 프랑스에서는 전국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달팽이를 양식하여 먹거리로 활용한 역사는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식에 대한 남다른 집착으로 보였던 고대 로마의 귀족들은 달팽이 요리를 즐겼으며 이 시기에 이미 양식된 달팽이가 등장하였다고 한다.


15세기 경 프랑스의 한 법관이 빈민을 구제할 목적으로 자신의 영지를 포도밭으로 만들어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포도 재배가 늘어나자 그 잎을 갉아먹는 달팽이가 자연스럽게 증가하였고 해충구제 차원에서 잡은 달팽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 가운데 식용이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달팽이 요리가  대중화된 것은 18세기 이후라고 한다.

그 기다리던 '달팽이 요리 (Escargo)'를 애피타이저로 점심식사를 하다


에스까르고에 나오는 달팽이는 우리네 달팽이와는 종류가 다르다. 우선 크기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달팽이 보다 크기가 무척 크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부르고뉴 달팽이의 경우 대락 4cm 정도로 우리나라 달팽이에 10배 이상의 크기.


모든 먹거리에는 때가 있듯이 달팽이도 겨울 직전의 달팽이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하는데, 동면 직전의 달팽이가 가장 기름지고 맛이 좋다는 게 정설이다.


프랑스에서 에스까르고 요리는 20가지가 넘는다. 가장 유명하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에스까르고의 조리법은 '부르고뉴식 구이(escargots la bouruignonne)'이다.


푸르스름한 소스는 소금, 후추, 다진 마늘, 에 샬로트, 파슬리 등을 향신버터와 섞어서 만든 것. 달팽이 속을 빼먹은 후엔 접시에 푸릇한 소스가 약간 남게 되는데 바게트 빵을 찍어 먹는다. 에스까르고는 2가지의 맛이 있다. 달팽이 특유의 오돌토돌 씹히는 감촉과 향미를 즐기는 첫맛과, 달팽이를 다 먹은 후 그릇과 껍질에 남아 있는 향신버터를 바게트에 찍어 먹으니 아주 특별한 맛이 있다.


물론 에스까르고는 애피타이저, 뒤이어 삶은 감자 네 덩이에 스테이크가 올라왔고, 에스프레소보다 2배 더 강한 커피 한 잔이 뒤를 이었다.


서울엔 명동이 있고, 파리에는 오스만 거리(le Boulevard Haussemann)


오스만 거리에서 '갈라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와 '쁘렝땅(Printemps) 백화점'이 길 하나를 두고 마치 L 백화점과 S백화점이 경쟁하듯 영업을 하고 있다. 오스만 거리에 사람들을 몰리게 만드는 것이 이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백화점의 고객층은 조금 다른데, 라파예트 백화점의 주 고객은 부유층이고, 쁘렝땅 백화점은 젊은 중산층이 주 고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가? 잘 모르는 영역이다. 쁘랭땅 백화점은 한국어 인사말을 중국어 인사말과 나란히 적어놓고 여행객들을 호객하고 있었다. 우린 쁘렝땅 백화점으로 들어셨다.


백화점 내부에 물건을 구경하고 고르고 사는 사람들은 우리네 L 백화점이나 S백화점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대신 중국인들이 일본인만큼이나 많다는 것 이외에. 익숙하지 않은 물건 구입 장소를 피해 나는 길거리로 일찌감치 나와 지나가는 파리지엔들을 카메라에 부지런히 담았다. 거리를 걷고 있는 이들의 외모만 서양인이 아니었다면, 시끄럽고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모습의 파리 오스만 거리가 동경의 긴자 거리보다 한층 서울에 가깝다는 느낌으로 비추어졌다.


그리고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파리 드골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으로 향하는 파리의 마지막 거리는 차분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위의 사진 우측 하단의 지붕은 마치 우리네 초가집의 굴뚝과도 같은 정감으로 설명되었다. 집집마다 과거에 쓰던 아궁이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가스보일러나 기름보일러로 난방 방식이 바뀌었지만, 파리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아궁이를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 가능한 상태로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굴뚝이 작게는 네 개, 많게는 십여 개씩 올망졸망 지붕의 한쪽을 지키고 있는 모습에 루브르의 약탈에서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파리사람들에게 유전적으로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는 남도 아닌 자신의 어릴 적 사진도 많이 잃어버리고 지내질 않는가? 시간이 흘러도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마음만 있으면 추억은 영원할 텐데...

비행운이 가득한 파리의 하늘과 샤를 드골 공항(Charles de Gaulle Airport)


테제베를 타고 스위스 베른에서 파리로 오던 하늘과 샹젤리제 거리에서 개선문을 바라보던 하늘, 그리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본 하늘, 머큐어 호텔의 깜깜한 밤에 본 파리의 하늘, 아침 일찍 에펠탑을 찾았을 때의 하늘, 또 샤를 드골 공항까지 향하던 맑디 맑은 파리 하늘의 공통점은 하늘을 가로 세로 지르는 비행기가 남긴 수많은 비행운이었다.


비행기가 기 나간 자리에 하얗게 자리 잡는 구름은 비행기 엔진의 배기가스로 인해서  만들어진다.  보통은 곧 없어지나 1시간 이상 계속 보일 때도 있다고 하는데, 파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비행운은 곳곳에서 나타나 있었다. 프랑스의 항공 역사는 올해 2008년으로 100년이나 된다.


유럽 최대의 농업국이면서, 항공강국임을 자랑하는 프랑스. 과거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삶에도 역동적인 나라. 맛이 있고 낭만이 있는 나라를 샤를 드골 공항에서 느끼면서 7박 8일의 여정을 마치게 되었다.


벼르다 온지라 아쉬움이 99%, 겨우 1%만 만족하고 돌아가는 길


짐도 무겁고 몸도 무겁다. '아쉬움이 깊으면 또 여행 가방을 꾸리겠지'하는 마음으로 붉게 물든 파리를 등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KE902편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1박 1일을 보내게 되어 있는데, 출발해서 기절하듯 도착하니 서울 인천공항이라 적을 내용이 도무지 생각나질 않는다.


그래서 덤으로 7박 8일 유럽여행의 잠자리를 담당했던 호텔 다섯 곳을 다음 글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전 23화 '루브르 박물관', 딱 두 시간 동안 관람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