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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Sep 30. 2020

끈기와 절제 그리고 욕심 한 꼬집

나를 위한 삼각편대

무언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알아보고 경험하면서, 점점 그것을 더 잘 알고 싶어 지고, 더 잘하고 싶어 진다. 그것이 대상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인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존재를 알리고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망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혹은 그 사람을 하루 종일 생각하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느끼고 싶고, 하고 싶어 한다.


어릴 때는 사랑이라는 것이 불꽃같다고 생각했다. 많은 영화, 소설, 예술 속의 주인공처럼 얽히고설켜 때로는 세상에 없는 행복을 느끼고 때로는 한없이 우울해하면서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 정말 하얗게 불태우는 것이 무엇을 진정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그것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 생각한다. 설사 진심의 씨앗을 품었을지언정 싹 틔우는 방법을 몰라 자기 욕심만 부리다 썩어버린 아프고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인생에서 해봄직한 경험일 수는 있겠지만 사랑의 본질은 그 머에 있다. 그리고 본질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사랑의 강렬함과 섬세함의 끝부분까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단지 다르게 보일뿐 이다.



사랑에 첫 조건은 끈기다.


끈기의 '끈'은 '끈끈한', '끈적이는' 할 때 그 '끈'이다. 끈기는 사이에 공간이 없이 딱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짱짱하게 때로는 떨어질 듯 말 듯 끈적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실타래처럼 연결된 끈은 엿가락처럼 늘어질 뿐 절대 완벽히 분리되지는 않는 것. 그래서 더 강한 것. 이것은 사랑할수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과는 결이 다른 얘기다. 같은 대상과의 관계도 1분 1초가 다른데 어떻게 늘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겠는가. 그것은 순간에만 유효하다. 그 좋던 음악이 짜증 나는 소음이 돼버리기도 하고 알콩달콩 '사랑해~'를 연발 날리던 커플이 말 한마디에 대판 싸우기 일쑤다. 한창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때는 순간접착제 마냥 딱 붙어 서로를 깊게 알아가며 불꽃같고 영화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그 사랑을 더 오래 간직하고 다듬고 키우고 싶다면 '끈기'가 필수다.



배려와 회복을 위한 절제


사랑에 빠지면 도통 절제하기가 힘들다. 부둥켜안고도 모자라 어쩔 줄 모르는 듯 서로에게 부벼대는 연인의 모습처럼 사랑은 늘 전력을 다해 어디론가 질주하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때로는 내 전력을 다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말이 쉽지 언제 얼마나 절제가 필요한지 아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를 더 잘 살펴야 하고 대상을 더 살펴야 한다. 사회적 성공이나 예술에 대한 열망부터 막 시작한 취미까지, 우리는 어느 순간 관성의 법칙에 따라 달리고 또 달린다. '나는 아직 절대 지치지 않았고 쌓인 것도 없다'라고 마냥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혹은 상대가 긴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다쳐 있다. 그 시간도 한참을 지나쳐 돌이킬 수 없는 사고라도 나버리면 그것과 나는 실오라기 같은 연결도 없이 끊어져 공중에 흩어질지 모른다. 내 욕심이 내 사랑을 넘어설 때는 과감히 절제해야 한다.     


그리고 욕망 한 꼬집


 한창 불같은 시간도 지나고 절제의 미덕도 익숙해질 즈음 안일함의 시간 찾아온다. 별 감흥도 없고 설렘도 없는, 의미 없는 습관이 되어버린 듯한... 그런 생각이 들면 번뜩 정신이 들며 섬뜩해지곤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욕망이다. 하지만 열정만 넘치던 시기와 달리 딱 '욕망 한 꼬집'이 좋은 것 같다. '꼬집'은 주로 요리할 때 소금이나 설탕 등의 재료를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꼬집듯이 잡은 적은 양을 뜻한다. 그 한 꼬집이 밍밍한 음식의 풍미를 살려 맛깔나게 만들듯이 다시금 내 열정을 춤추게 만들어 줄 작은 욕심.


요즘은 뭐든지 간지 나게 불태우고 쉽게 소비해 버리는 것이 더 현명하고 멋진 인생인 양 보이는 듯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고지식하다. 평생을 함께 위로하고 의지하며 그 사랑을 다듬고 또 다듬어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단맛, 쓴맛, 똥맛까지 함께 관계가 아름답다. 그렇게 절대적으로 함께 행복해하고자 하는 관계. 나는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 https://pixabay.com/ko/photos/%EC%82%AC%EB%A5%B4%EB%8D%B0%EB%83%90-sardegna-3849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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