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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Nov 22. 2017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90년도 더 된 어떤 날에 그 시인은 봄빛에 타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집 짓는 개미처럼 살아본다 했다. 하늘에서 가뭇없이 땅에 떨어져 냇가로 강으로 바다로 녹아버릴 한 방울의 물이라도 할 말은 있는 것이다.


새벽 밤 길, 인적이 끊긴 산책로. 오늘을 살아낸 내 영혼이 내일의 육신을 염려하며 그 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러하다. “내가 무엇하려고 살려는지?”


“아가, 애쓰지 않아도 된다”며 지그시 손 눌러주던 할머니의 온기처럼 따뜻해진 마른 은행잎들.


그렇지 않겠는가,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 김소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생각은

내가 무엇하려고 살려는지?

모르고 살았노라, 그럴 말로

그러나 흐르는 저 냇물이

흘러가서 바다로 든댈진댄.

일로 쫓아 그러면 이내 몸은

애쓴다고는 말부터 잊으리라.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그러나, 다시 내 몸,

봄빛의 불붙는 사태흙에

집 짓는 저 개아미

나도 살려 하노라, 그와 같이

사는 날 그날까지

살음에 즐거워서

사는 것이 사람의 본뜻이면

오오 그러면 내 몸에는

다시는 애쓸 일도 더 없어라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 진달래꽃 (1924) > 중에서.


Secret Garden, "Song from a Secret Garden"

https://youtu.be/-sWnEWpS_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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