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 잠시 쉬어 가세요
문득 들었던 라디오에 영감을 받은
늘 지켜만 보던 그녀가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그걸 듣는 제 자신이 왜 이렇게 비참하게 느껴지는지.
지난 4년 동안 그녀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저.
혹시나 그 남자와 헤어지진 않는지 막연한 바람만을 가지고 살았던 게 이렇게 큰 시련이 되어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만약, 제가 그녀에게 제 마음을 표현했다면 이 상황을 뒤바뀔 수 있었을까요?
바보 같지만
저는 이제야 고백을 해버렸습니다.
삭히고 삭혔던 제 마음을요.
그녀의 대답은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저 제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왜?"
그녀가 내뱉은 첫 대답이었습니다.
당황할 줄만 알았던 그녀였는데 오히려 단호한 모습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기, 그걸 왜 지금 얘기하는 거냐고."
"후회하기 싫어서."
후회는 이미 수천번 한 저였지만
글쎄요.. 무슨 말을 해도 어차피 그녀는 제가 가질 수 없는 존재가 아닙니까?
저는 멋쩍은 웃음만 지었고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기기만을 바랐습니다.
참 이기적이기도 하죠.
"너무 늦었어."
저는 이 대답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왜 저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지요.
말도 안 되지만 늦었다는 말 한마디가 저에게는 정말 큰 빛으로 다가왔습니다.
차라리 차가웠으면 좋았으려만..
"알아. 그러니까 행복하게 살아야 해."
그날 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을 고백한 이상 그녀와 친구로 지낼 순 없겠죠.
해답 없는 관계에 너무나 많은 한숨을 쉬었던 전
이제 조금 지쳐버린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제 자신을 다독여보기도 했죠.
막연한 생각을 안주삼아 술을 계속 목으로 넘겼습니다.
이제 그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남편과 행복하게 살겠죠.
저를 잊고선
그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저기... 자?"
그녀였습니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그녀가 너무너무 보고 싶고 가슴 안에 가득 차있는 감정이 모조리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무슨 소용 있겠나요
순식간에 올라왔던 눈물을 겨우 집어삼키고 길게 한숨을 쉰 뒤 말했습니다.
"안 자."
"술 마셨구나?"
"어. 웬일이야?"
"그냥,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응. 물어봐."
"너.. 내가 결혼하니까 속상한 거야?"
그녀도 술을 조금 마신 듯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저는 가슴에서 올라오는 말들을 막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주고 싶었습니다.
염치없지만 그녀의 마음도 궁금했고요.
"어. 나 진짜 속상하다. 그래, 네 말대로 내가 너무 늦었어. 고백 안 한 내가 바보지 이제 와서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냐..."
"응. 너 많이 늦었지. 근데 나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잠겨있던 울음이 목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기다려본 적도 있었어. 근데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이 느려 터진 놈아...
난 너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 그래서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알았고."
"지금 와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내 잘못이야. 매일매일 보고 싶었지만 보고 싶다고 말도 못 했고
너 아플 땐 그 흔한 약하나 사주지 못했어 그리고 좋아하는데 결국 이렇게 말해버리잖냐... 넌 그 사람이랑 잘 만난 거야 그러니깐 꼭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미안해."
"아니야. 제발 그런 말하지 마.
4년 전부터 널 좋아했지만 마지막까지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 들으면 나 너무 힘들다.
못 버티겠는데.. 참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진짜 잘 살아야 해."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힘들어서 눈물이 나오더군요.
가슴이 찢어진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요?
전화기를 손에 들고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혜은아."
큰 숨을 들이쉬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
"마지막으로 나, 한 가지만 물어볼게."
"응."
.
다시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제 그녀를 바라보기엔 너무 가슴이 아픈 저라...
더 큰 상처를 받아 그녀를 잊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가슴 아픈 벅차오름에 호흡도 잘 안되더군요.
"너 나 많이 사랑하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말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요.
"사랑해. 정말 많이."
"......"
"고맙다. 전화해줘서."
"미안해."
전화는 끊겼고 저는 한동안 목놓아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혜은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습니다.
멀리서나마 지켜본 저로선 혜은이는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죠.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그녀를 떼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제 마음을 표현한 것에 적지 않은 후련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웃으며 혜은이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리고 저도 이제 다른 사랑을 시작 할 수 있겠지요.
사랑의 아픔이 문득 짙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사랑하는 그녀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요?
온전한 밤에 저는 외로움을 벗 삼아 다시 잔을 들어봅니다.
노래는 아무래도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제 사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