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바라지 않은 나의 순수한 우울을 위해

무지한 일상 속에서

by 신하영





위로를 바라지 않은 나의 순수한 우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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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 멈추자. 여태 긍정적이었으니 오늘은 잠시만 못되게 생각해보자. 계속 이러다 보면 마음 어딘가에서든 피가 콸콸 나올 거 같은 기분이니까. 좋은 생각들은 여태 많이 만들어냈으니, 사실은 이제 내가 만들어낸 긍정이 다 떨어진 것 같으니 오늘은 무엇이라도 탓해보자. 방 한 구석에 몸을 돌돌 말고 목이 말라도 물은 절대 마시지 않고 말이야. 나는 줄곧 진심을 믿으며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수록 진심만으로 모든 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하지만 나보다 더 큰 어른들은 진심만이 답이라고 하니 무언가 결실을 얻으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나 보다.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것이야. 아프기 싫지만 매번 마음이 헐어버리는 게 나의 어떤 것을 0으로 만들지 않으면 무너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 아빠한테 안기고 싶다. 아니면 세상에서 제일 낯선 사람에게 내 모든 치부를 다 말해주고 싶어. 그러면 한결 나아져서 나는 숨을 파 하고 내쉬겠지. 아니면 오열을 하거나 말이야. 근데 그러지 못하니 이렇게 못되고 성격이 더러운 사람이 돼버렸어. 결실만 바라보며 살아온 게 잘못된 걸까. 자잘한 나태함을 묵살시키고 티 내지 않은 욕심을 마음속에 지닌 내 잘못인 걸까.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 왜냐하면 이제는 상처 주는 것 또한 내게 상처가 되는 걸 알았으니까. 그러고 보면 결국은 진실하게 사랑했던 사람만 불쌍한 거야. 우연과 우연으로 만난 우리가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건 필연이니 그중 마음을 더 쓴 사람만 더 아픈 것이지. 모든 것들은 불공평해. 공평한 건 오로지 빵을 나누어먹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

불안해. 저기 저 사람들은 어떤 용기를 내었길래 그리 행복한 걸까. 단지 지금이 좋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오늘의 내가 당신의 내일이 될지도 모르는 걸까.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을 주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내 불안을 바라봐줘야 하지 않을까. 마음이 위태위태하다 보면 나는 내가 놀랄 정도로 차분해져서 아무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고 있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게 멈추라고 신호를 주는 것 같아. 내 열매가 결실을 맺지 않고 조금 색이 바랜 게 완벽하지 못한 내 일상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우울과 행복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하루를 보내. 지금 허망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내일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참 신기해. 그러니 괜찮아. 오늘은 마음껏 우울해도 돼.



위로를 바라지 않은 나의 순수한 우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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