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일상 속에서
퇴사는 나에게 아주 작은 선택이었다.
퇴사는 나에게 아주 작은 선택이었다?
아니다. 퇴사를 결심하기 전,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근심 걱정을 다 짊어졌듯 인상을 찌푸렸고 얼굴빛은 회색이었으며 입맛도 없었고 살도 쭉쭉 빠졌었다. 그리고 퇴사 후기(?)라고 올라오는 글과 여러 다큐멘터리를 보며 멘탈을 하나 둘 잡아보는 요행을 진행했었는데 무슨 작은 선택.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퇴사를 하고 7개월이 지난 지금. 어쩌면 나에게 퇴사라는 건 이미 예전부터 결정되어있던 운명이 아닐까 한다.
상황에 따라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을 뿐이니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출판사 대표가 되고 내 책을 직접 만들어 마케팅까지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처음에 퇴사를 하고 나서는 월세를 내는 게 인생의 목표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일이 밝지 않은 건 여전하지만 이제는 성장시켜야 할 회사가 있고 독자들에게 알릴 책이 생겼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어떻게든 전세로 집을 구하려고 골머리를 쓰고 있는 중이니 실로 더 무거워진 인생이 아닐까.
나에겐 책임감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책임감을 지키지 않으면 자존감뿐만 아니라 일상이 무너지는 나란 놈이니까.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항상 말하던 것 중 하나가 "우짜든동"이다.
우짜든동 살아지니까 괜찮은 거겠지. 우짜든동. 우짜든동 지금 괜찮으니까 고마 됐다.
그래. 최근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나는 우짜든동 다시 멘탈을 붙잡고 출판사 일을 하고 있다.
우짜든동 내일은 더 나아질 테고 우짜든동 내년은 찾아오니 전부 괜찮을 것이다.
퇴사는 사실 나에게 엄청난 큰 선택이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용기였으며 불행이었으며 다른 측면으로는 또 행복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어느 사람이 이런 말을 했었다. 퇴사라는 건 인생에서의 하나의 정류장일 뿐이라고.
나는 지금에서야 무릎을 친다. 그때의 그 힒듬과 결정은 나의 아주 작은 선택이었을 뿐이야.라고.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아니 어쩌면 조금 더 늦게 자야지 하며 유튜브를 켜는 것처럼 말이야.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때가 곧 내게 다가올 거라는 예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