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커튼 좀 쳐줄래?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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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좀 쳐줄래?>









"저기, 커튼 좀 쳐줄래?"




그 여자가 말했다.


8월의 여름 밤

알 적 없는 이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낸 후 아침이 밝아왔다.

하얀 피부가 마음에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백옥, 그 자체였다.

덕분에 아주 만족스러운 밤을 보냈다.


따사로운 주말의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온다.

공허한 이 기분..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을 때 목이 잠긴 목소리로 그녀가 나에게 커튼을 쳐달라고 말했다.




"아, 어... 일어났네?"




커튼을 치면서 내가 물었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광이 나는 얼굴

그녀는 이마에 손을 대며 나에게 대답했다.




"방금.

잘 잤어? 지금 몇 시야?"



"지금? 음.. 9시 10분"




나는 다시 침대로 들어와 그녀를 감싸 안았다.

뒷목에 키스를 했고 가슴을 어루어만졌다.




"으음.. 아침인데.."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고 나는 그때의 그 혈기왕성을 아낌없이 토해냈다.

우린 섹스를 했고 당연하듯이 헤어졌다.


나에겐 뜨겁던 8월이었다.


무론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고 시시콜콜한 원나잇 또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한다.





.





신혼여행 첫날밤


세상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그녀의 눈동 자안에 비친 행복한 내 모습을 보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

하얀 실크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에 눈을 한껏 찡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쭉 펴 기지개를 한번 하고 옆에 잠들어 있는 와이프를 바라봤다.


하얀 피부에 오목 조한 앵두 같은 입술

얼굴 옆에 고히 붙어있는 자그마한 손


나는 고개를 내려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움찔, 눈을 살포시 뜨며 미간을 찌푸리는 내 사랑.

내 얼굴을 보며 살짝 웃고는 말한다.




"으음.. 자기야 나, 커튼 좀 쳐줄래?"




나는 문득 생각났다.

그때의 그 여자가




"자기?"




"아, 어.. 잠시만."




몸을 일으켜 커튼을 치면서 원인 모를 헛웃음을 냈다.


정말이지, 사람이란..




"왜 웃어~"



"아니, 그냥. 행복해서."




나는 다시 침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의 그날처럼


연연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기억 속 한 장면이 내 눈앞에 나와서 문득 놀랐을 뿐이지.

그 후로 나는 대도록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부터 치는 편이다.


어떻게 됐든 나는 지금 이 사랑에 충실해야 하니까.






커튼

짧은 추억의 장면에 커튼을 친다.












<커튼 좀 쳐줄래?>
















p.s

여름을 맞이한

현실적인 18금 소설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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